자신도 모르게 '대지급금 부정수급'에 이용된 근로자들에게 환수 조치를 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지급금은 국가가 사업주를 대신해 근로자에게 체불 임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판사 양순주)는 지난 3월 18일 근로자 3명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대지급금 환수 및 부당이득 추가징수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원고들은 2019년 11~12월 서울 마포구 소재 신규 건축 현장에서 근로하던 중 사업주 부탁으로 불상의 서류를 작성했다.
이어 2020년 5월 18일 간이대지급금 명목으로 700만 원을 받은 뒤 사업주 지시에 따라 원고들은 전부 또는 일부를 사업주에게 이체했다.
같은 달 27일 노무사 A 씨는 원고들의 각 근무 기간을 '2019년 9월 5일부터 2019년 10월 30일'이라고 기재해 대지급금 700만 원의 지급을 구하는 '소액체당금(대지급금) 지급청구서'를 작성,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했다.
이튿날인 28일 원고들 계좌에 다시 대지급금 700만 원이 입금됐는데, 같은 날 700만 원 전액이 CMS 자동이체 방식으로 A 씨의 계좌로 출금됐다.
근로복지공단은 원고들이 실제로 근로하지 않고 부정한 방법으로 대지급금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2~3월 원고들에게 '대지급금 환수 및 부당이득 추가징수 처분'을 했다.
원고들은 "밀린 임금을 받기 위한 방편으로 내용을 알지 못하는 서류에 서명했을 뿐이고 사정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대지급금이 전부 노무사 A 씨에게 이체돼 아무런 실질적 이득을 얻은 바 없음에도 대지급금 전액을 환수하고 추가 부당이득까지 환수하는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각 서류에 날인된 원고들의 인영은 임의 제작이 가능한 '막도장'에 의한 것이고 서명 필체 또한 원고들의 것인지 불분명하다"며 "원고들이 대지급금을 이체받는 데 관여했는지 여부는 물론이고 사정을 인식하고 있는지조차 상당히 의문이다"라고 판시했다.
이어 "대지급금은 원고들 명의 계좌로 입금되고 CMS 자동이체를 통해 입금 당일 즉시 모두 A 씨 명의 계좌로 출금 이체됐다"며 "이는 사업주가 범한 대지급금 부정수급 범행의 수법 중 하나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특히 원고들이 이에 동의하거나 필요한 서류 작성에 협조했는지 여부가 여전히 규명되지 않은 점 등을 볼 때 원고들이 대지급금 '받은 자'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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