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개 여성시민단체로 구성된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추모행동'이 17일 서울 지하철 강남역 10번 출구 앞 도로에서 강남역 여성 살해사건 10주기 추모행동 및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2026.5.17 © 뉴스1 신윤하 기자
157개 여성시민단체로 구성된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추모행동'은 17일 서울 지하철 강남역 10번 출구 앞 도로에서 추모행동 및 집회를 진행했다. 이날 집회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 500여 명이 참석했다.
지난 2016년 5월 17일 발생한 강남역 살인사건은 당시 피의자가 경찰 조사에서 "여자라서 죽였다"는 취지로 진술하면서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다. 피의자는 사건 직전 화장실에 출입한 6명의 남성을 그냥 보내고, 이후 34분 만에 들어온 첫 여성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이후 '페미사이드'(여성이라는 이유로 살해당하는 현상)가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사건 발생 직후 강남역에는 '운이 좋아서 살아남았다', '내가 될 수도 있었다' 등의 추모 포스트잇 수만 장이 붙었다.
이날 집회 참석자들은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10년이 지났음에도 여성 살해·폭력이 계속되는 현실을 규탄했다.
지난 5일 새벽 광주 광산구 월계동 한 대학교 인근 도로에선 장윤기(23·남)가 일면식 없는 여고생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피해자를 도우러 온 남고생에게도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박지아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 공동대표는 "강남역으로부터 10년이 지나는 동안 우리에게는 신당역, 인하대, 진주, 부산, 남양주, 대구, 광주까지 기억해야 할 장소가 늘어났다"며 "2026년 치안 1위라는 대한민국에서 여성들은 매일 전쟁 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도경은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는 연단에 올라 "2016년부터 지난 10년간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해 죽거나 죽을 위험에 처한 여성의 수가 최소 2951명"이라며 "지난 10년 동안 국가는 여성폭력·여성살해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안전대책을 마련하겠다. 예방과 대응체계를 강화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결국 공허한 외침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집회는 강남역 10번 출구 앞 도로 위에서 참석자들이 일제히 누워 피해자들을 추모하는 '다이인'(Die-in) 퍼포먼스로 마무리됐다.
강남역 여성 살해사건 10주기인 17일 강남역 10번 출구에 붙은 추모 포스트잇들. 2026.5.17 © 뉴스1 신윤하 기자
이날 강남역 10번 출구에는 10년 전처럼 여성살해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내용의 포스트잇들이 붙었다. '나에게 강남역이란 수면 위로 드러난 여성 멸시다', '내 자식 같은 아이의 희생 앞에 다시는 우리 사회에 비극이 발생하지 않게 기억하고 연대하겠다', '나에게 강남역이란 연대·투쟁의 공간'이라는 내용 등이 적혔다.
포스트잇을 붙인 A 씨(42·여)는 "강남역이 죽음의 공간이 아닌 추모와 평화의 공간이 돼야 한다는 내용을 적었다"며 "지난해만 해도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게 살해당한 여성이 137명이라고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여성 폭력이 심각한 문제라는 걸 다 같이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여성단체의 집회가 열리는 공간에서 50m가량 떨어진 곳에서 유튜버 '남성부'의 대항 집회가 열렸지만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 집회에는 5명 안팎이 참석했다.
한편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가 강남역 살인사건 10주기를 맞아 지난 3월 7일부터 약 두 달 간 진행한 여성선언에는 시민 6540여 명이 함께 했다.
sinjenny97@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