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미러 안 접힌 차만"…차량털이 팁 공유하는 10대

사회

이데일리,

2026년 5월 18일, 오전 06:16

[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주차장에 보면 사이드미러가 안 접힌 차가 있을거야. 그 차문을 열어보고 돈이랑 카드랑 훔치면 돼.”

경기 용인에 사는 A(17)군은 지난 2023년 후배들에게 이러한 내용의 ‘빈 차량털이’ 팁을 알려줬다. 그리고 이 메시지를 받은 후배들은 인근 주차장을 돌며 10일간 118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쳤고 A군에게 일정 금액을 상납했다. 하지만 머지않아 10대 털이범들은 덜미를 잡혔다. 수원고등법원은 지난해 5월 특수절도교사 등 혐의로 기소된 A군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최근 전국 곳곳에서 빈차털이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10건 중 8건 이상은 범죄자를 검거하지만 비교적 쉬운 범죄라는 인식에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특히 10대 사이에서 반복적으로 유사한 범죄가 벌어지고 있는데 악순환을 막을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17일 이데일리가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실을 통해 받은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20~2024년 5년간 차량 내 금품을 훔치는 수법인 차량털이 발생건수는 총 3만 4252건이다. 연도별로는 △2020년 7807건 △2021년 6593건 △2022년 6210건 △2023년 7054건 △2024년 6588건으로 매년 7000건 안팎을 오가고 있다.

차량털이 범죄에서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10대들의 범죄다. 실제 지난해 6월 서울 강남경찰서는 역삼동 호텔 등 주차장을 돌며 문이 잠기지 않은 차량 5대에서 금품을 훔친 10대 남성 3명을 구속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경기 양주에서도 중학생 3인조가 아파트 지하주차장을 돌며 차량 10여 대를 턴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올해 2월에는 제주에서 중학생이 공범 5명과 함께 석 달간 아파트 지하주차장 등에서 1000여만원 상당을 훔친 혐의로 구속됐다.

(그래픽= 이미나 기자)
해당 범죄의 검거율이 2020년 68.9%에서 2024년 83.5%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10대들의 범죄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검거율이 높아져도 범죄가 줄지 않는 배경으로는 차량털이가 ‘저위험 고수익’ 범죄로 인식된다는 점, 10대 또래 사이에서 범행 수법이 전파되는 구조 등이 꼽힌다. 고급 차량에서 현금이나 전자제품이 나오는 경우 나름의 수익으로 인식되면서 또래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퍼진다는 것이다.

오윤석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차량털이는 대인범죄가 아니기 때문에 큰 위험 없이 시작하기 좋을 수 있다고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사이드미러가 열려 있는 차 문을 열어봤더니 열린다면 범행자 입장에서는 별다른 위험 부담 없는 범행이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범행 경험이 있거나 검거를 피한 이들이 또래에게 수법을 과시하듯 전파하면서 범행이 이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윤경 전 움직이는 청소년 센터 센터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뿐만 아니라 소년원에 가면 서로 범죄 경험을 공유한다”며 “보호처분이나 소년원 송치 등 현행 소년사법 체계가 실질적인 교화나 재범 방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같은 범행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재범 사례는 반복되고 있다. 앞서 징역형을 받은 A군도 소년보호처분을 받은 기간 중 다시 범행을 저질렀다. 올해 2월 제주에서는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이 청구하지 않아 석방된 중학생 일당이 다음날 곧바로 재범해 주동자가 구속됐다.

오 교수는 “처벌 수위가 낮으면 범행에 대한 경각심 자체가 사라진다”며 “상습적으로 범행을 반복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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