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오늘] 저수지에 떠오른 중학생 시신……범인은 계부·친모였다

사회

이데일리,

2026년 5월 19일, 오전 12:01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2020년 5월 19일 광주고법 형사2부는 살인, 시신유기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와 유모씨에게 1심과 같은 징역 30년을 각각 선고했다. 중학생 딸을 살해한 계부와 친모가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은 것이었다. 10대 여성이 의붓아버지와 친어머니의 손에 숨지기까지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중학생 의붓딸을 살해·유기한 김모(30대)씨가 2019년 5월 7일 오전 광주 동부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국 떠돈 뒤 범행도구 구입, 딸 불러내 범행

사건이 드러난 날은 2019년 4월 28일이었다. 이날 광주 동구 너릿재터널 인근 저수지에서는 중학생 A(12)양의 시신이 발견됐다. 머리에는 비닐봉지가 씌워져 있고 발목엔 벽돌이 담긴 마대가 묶인 채였다.

현장에서 신원 특정이 가능한 소지품을 발견한 경찰은 가족에게 연락했고 의붓아버지인 김모씨는 곧바로 자수했다. 자신을 성범죄자로 지목한 A양을 전날 오후 6시 30분께 전남 무안의 한 초등학교 농로에서 목 졸라 살해했다는 것이었다. 그는 A양을 살해한 뒤 고향인 경북 문경 저수지에서 밤새 시신 유기 장소를 찾아다녔다고도 했다.

조사 결과 김씨는 자신이 A양에게 저지른 성범죄가 드러나자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A양은 같은 해 4월 초 친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김씨를 성범죄자로 신고하고 성추행 피해를 진술한 상황이었는데 보복성으로 살인했다는 것이었다. 당시 A양의 친모인 유모씨는 전남편에게 고소를 취하해 달라고 요구했으며 딸에게는 비난하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 과정에서는 유씨가 범행을 공모하고 생후 13개월이었던 아들까지 현장에 데리고 갔던 사실이 드러났다. 사건 발생 전 2주가량 김씨와 전국을 돌며 범행 도구를 준비하고 마지막 행선지인 목포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이었다. A양은 친아버지와 목포에서 거주하고 있었는데 유씨는 전화로 딸을 불러낸 뒤 차량에 태워 범행 장소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무엇보다 A양 살해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보호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왔다. 당시 경찰은 A양으로부터 성추행 신고를 접수한 뒤 사실관계를 묻기 위해 유씨에게 전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유씨 역시 신고자 역할을 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었지만 오히려 김씨가 성범죄로 신고된 사실을 알려주게 된 것이었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경찰의 행위가 A양의 안전과 보호에 공백으로 작용했다고 결론 내리기도 했다.

중학생 의붓딸을 살해한 뒤 유기한 남편을 돕거나 방조한 친모 유모씨가 2019년 5월 2일 광주지법 영장실질심사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法 “보호해야 할 존재를 치밀하게 살해”

김씨는 아내가 범행을 유도했다며, 유씨는 “차 안에서 범행이 이뤄질 때야 알았고 막지 못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누구보다도 보호해야 할 존재인 만 12세의 딸을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치밀하게 살해해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며 “김씨는 피해자를 추행해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하고도 딸에게 더 큰 잘못이 있는 것처럼 유씨를 믿게 했다. 유씨는 친모임에도 구체적인 살인 지시를 한 것으로 보이는 등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2심 재판부는 김씨에 대해 “의붓딸을 살해하려는 계획을 중단할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추행 사건으로 화가 난 유씨를 달랜다는 이유로 주도적으로 범행을 했다”면서도 “범행을 일관되게 자백하고 반성하는 점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유씨를 두고는 “피해자는 자신을 보호하지 않는 엄마에 대한 원망과 극도의 공포를 겪었을 것”이라며 “김씨 못지않은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이후 대법원이 김씨 등의 상고를 기각하며 징역 30년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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