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난임병원 절반, 수도권에 몰려…'원정 분만' 현실화됐다[안치영의 메디컬와치]

사회

이데일리,

2026년 5월 20일, 오전 05:51

[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난임시술 의료기관이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지방 거주 여성들의 의료 접근성 격차가 심화하고 있다. 난임 치료를 받기 위해 장거리 이동을 반복해야 하는 물리적인 부담뿐만 아니라 고위험 임신·분만 관리까지 수도권에 의존하는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공개한 ‘통계로 보는 난임시술(2023년 진료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난임시술 의료기관은 총 204개다. 이중 96개(47.1%)가 수도권에 몰려 있었다. 사실상 전국 난임시술 기관의 절반이 서울·경기·인천에 집중된 셈이다.

반면 비수도권은 상대적으로 열악했다. 경상권은 전체의 24.5%, 충청권은 13.2%, 전라권은 10.3% 수준에 머물렀다. 심평원은 지역별 난임시술 의료기관 분포율이 지역별 여성(20~49세) 인구 비율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설명했지만 실제 의료 이용 환경에서는 지방 거주 여성들의 체감 격차가 상당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난임 치료는 한 번 병원을 찾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배란 유도부터 초음파 검사, 호르몬 검사, 난자 채취, 배아 이식, 경과 관찰까지 수차례 의료기관 방문이 필요하다. 실제 심평원 자료를 보면 지난해 인공수정 시술은 총 3만 1591건 가운데 1회 시술이 52.2%였지만, 2회 이상 반복 시술도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체외수정은 총 17만 1510건 중 2회 이상 시술 비율이 63.8%에 달했다. 10회 이상 시술 사례도 6.1%였다.

결국 지역 내 난임 의료기관이 부족한 지방 거주 여성들은 치료를 위해 수도권으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난임 치료 특성상 일정 조율이 어렵고 반복 방문이 필요한 만큼, 시간적·경제적 부담도 상당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러한 수도권 쏠림 현상이 단순히 난임 치료 접근성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난임시술 인프라 부족은 고위험 산모 관리 체계와도 직접 연결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과 대한신생아학회가 작성한 ‘2024년 한국 신생아 네트워크(KNN) 레지스트리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고위험 미숙아 산모 3명 중 1명 이상(36.5%)은 임신 과정에서 인공수정 등 보조생식술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난임 치료를 받은 산모 상당수가 고령 임신이거나 다태임신 가능성이 높아 조산과 미숙아 출산 위험 역시 상대적으로 높다.

특히 산모들은 대부분 난임시술을 받은 의료기관에서 임신 관리와 분만까지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혹여 미숙아가 태어나면 신생아 집중치료실(NICU), 전문 의료진, 퇴원 이후 재활과 발달 관리까지 장기간 집중 돌봄이 필요하다. 이는 아이를 원했던 지역 산모가 아이를 낳은 이후에도 수도권 의료기관 근처에서 살거나 집과 수도권을 왔다갔다 해야한다는 의미다.

실제 일부 지역에서는 분만 가능한 산부인과조차 감소하는 상황이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의 설명에 따르면 전국 기초지자체의 84%가 분만 인프라 위험 지역에 속해 있으며, 40%는 의료기관이 전무한 상태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분만 인프라의 최전선을 담당하던 의원급 분만실의 감소세는 더욱 심각하다”면서 “현재 전국 산부인과 의원 1320곳 중 실제 분만을 시행하는 곳은 170곳(12.8%)에 불과하다. 10곳 중 9곳은 산부인과가 분만을 포기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결국 난임 치료를 시작한 지방 산모들은 임신·출산·신생아 치료 전 과정을 수도권 의료기관에 의존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의료계에서는 난임 지원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단순한 시술비 지원을 넘어 지역 의료 인프라 확충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난임센터와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 치료체계를 지역별로 균형 있게 배치해, 거주 지역과 관계없이 안정적인 치료와 출산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산부인과학회 관계자는 “저출생 대응 정책이 실질적인 효과를 내려면 난임 치료 접근성부터 지역 간 격차를 줄여야 한다”며 “난임 치료와 고위험 임신·분만, 미숙아 치료까지 연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지역 의료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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