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꿀벌의 경고, 밀원숲서 찾는 인류 공존의 해법

사회

이데일리,

2026년 5월 20일, 오전 06:06

[박은식 산림청장] 5월 20일은 국제연합(UN)이 지정한 ‘세계 벌의 날’이다. 따스한 햇살이 내려앉은 5월의 들판과 숲길에서 형형색색의 꽃들 사이를 분주히 오가는 꿀벌을 마주하는 것은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봄날의 풍경이었다.

그러나 이 평범한 풍경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은 것이 됐다. 기후변화, 병해충, 서식지 감소 등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꿀벌 개체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꿀벌은 생태계의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자연의 신호등이라 할 수 있다. 꿀벌이 건강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꽃이 피고, 나무가 자라며, 다양한 생물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건강한 환경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최근 주목받는 것이 바로 ‘밀원숲’이다. 밀원숲은 꿀벌이 꽃꿀과 꽃가루를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도록 밀원수를 중심으로 조성한 숲으로 꿀벌에게 생명의 에너지를 공급하는 거대한 식량 창고 역할을 한다.

기후위기로 자연의 시계가 불규칙해진 지금 꿀벌에게 안정적인 먹이를 공급할 수 있는 밀원숲은 꿀벌과 인류를 잇는 생명의 안전망인 것이다. 그간 산림청은 꿀벌 보호와 양봉산업 활성화를 위해 ‘녹색 방패’라고도 불리는 밀원숲을 꾸준히 조성해 왔다.

최근 5년간 전국에 조성한 밀원숲은 서울 월드컵 경기장의 822개에 달하는 1만 7818㏊에 이른다. 그러나 이제 단순히 밀원숲의 면적을 넓히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얼마나 많이 심느냐보다 무엇을, 어떻게 심느냐가 더 중요하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에 따르면 아까시나무의 ㏊당 잠재적 꿀 생산량은 38㎏인 반면 쉬나무는 400㎏에 달한다. 같은 면적이라도 어떤 수종을 심느냐에 따라 생산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또 꿀벌이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먹이의 양뿐 아니라 다양성이 중요하다. 밀원식물마다 꽃꿀과 꽃가루에 함유된 영양성분이 다르다. 다양한 밀원식물의 꽃가루와 꽃꿀을 섭취한 꿀벌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수명이 최대 60% 늘어날 뿐만 아니라 번식력과 면역력 또한 각각 50%와 20%까지 향상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박은식 산림청장. (사진= 산림청)
산림청은 과학과 데이터에 기반해 밀원숲 조성 정책을 한 단계 발전시켜 추진하고 있다.

우선 밀원숲의 연간 조성 목표를 기존 3000㏊에서 4000㏊로 높여 전국 곳곳에 촘촘한 밀원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특히 지난해 초대형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경북 지역의 산림을 복원하면서 꿀벌의 서식 기반을 넓히고 지역경제에도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밀원숲 조성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수종을 다양화해 밀원숲의 질을 높인다. 기존 수종 외에 쉬나무, 이나무, 헛개나무 등 꿀 생산량이 많고 기능성이 높은 수종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최근 밀원식물의 범위를 확대하고 광나무, 회화나무 등 새로운 밀원수종을 추가함으로써 다양한 밀원숲 조성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마지막으로 밀원수 특화단지 지정을 통해 집약적이고 효율적인 밀원숲 관리를 추진한다. 이는 양봉농가에는 안정적인 채밀 환경을 제공하고, 임업인에게는 새로운 소득 기회를 제공하는 상생의 거점이 될 것이다. 일각에서는 숲의 자연 회복력을 신뢰하며 인위적인 개입에 대해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자연의 시간표에만 모든 것을 맡기기에 우리에게 주어진 기후위기의 골든타임은 그리 넉넉하지 않다. 훼손된 생태계가 스스로 밀원 기능을 회복하기까지 소요되는 수십 년의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꿀벌의 날갯짓은 멈출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산림청은 앞으로도 과학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관계부처와 협업해 꿀벌과 사람이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일구어 나갈 것이다. 우리 숲에서 시작된 꿀벌의 힘찬 날갯짓이 대한민국 생태계의 건강한 순환을 이끄는 강력한 엔진이 되도록 국민들의 따뜻한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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