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구조조정, 향후 2~3년이 분기점"

사회

이데일리,

2026년 5월 20일, 오전 06:38

[이데일리 백주아 성가현 기자] “회생절차를 최후의 수단으로 여기다 보니 기업들이 가장 중요한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반복됩니다. 운전자금이 고갈되고 핵심 인력이 빠져나간 뒤에야 법원을 찾아가면 이미 늦습니다. 구조조정은 얼마나 빨리 현실을 직시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느냐가 성패를 가릅니다.”



김상규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 (사진=김태형 기자)
수원회생법원장을 역임한 김상규(사법연수원 26기) 로백스 대표변호사는 최근 이데일리와 만나 급증하는 기업 파산 흐름에 대해 “단순한 유동성 위기를 넘어 기업들이 점차 성장동력까지 잃어가고 있다”며 “회생을 시도할 기반마저 잃은 채 바로 파산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어 단순 경기침체가 아니라 우리 산업 전반의 구조적 체력 저하가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29년간의 법관 생활 중 9년을 회생·파산 재판에 전념한 국내 대표 도산 전문가다.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와 수원회생법원 수석부장판사·법원장을 지내며 수천 건의 회생·파산 사건을 맡았고, 지난 2월 퇴임 후 로백스에 합류해 구조조정센터장으로 새 출발에 나섰다.

◇올해 1Q만 580건 파산 접수…“일시적 경기침체 아냐”

회생법원에 따르면 2019년 931건이던 법인파산 접수 건수는 2025년 2282건으로 급증했다. 올해도 벌써 1분기에만 580건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그는 “일시적 경기침체 수준을 넘어섰다는 인상을 받을 정도”라고 진단했다. 수원회생법원장으로 재직 당시 사건 배당을 직접 담당하며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접수 건수가 증가하는 것을 체감했다”고 우려했다.

특히 과거 건설업·이차전지 등 특정 업종에 집중되던 위기와는 다른 양상이라는 분석이다. 김 대표는 “고금리, 원자재·에너지 비용 상승, 공급망 불안 등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업종을 가리지 않고 기업 전반에 부담이 누적되고 있다”며 “차입 부담이 크고 현금흐름이 취약한 기업이라면 업종과 관계없이 구조조정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부터 한 2~3년은 구조조정에 있어 정말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가 실무에서 가장 안타까웠던 사례로 꼽은 것은 기업 가치가 상당 부분 훼손된 이후에야 회생절차를 신청하는 경우다. 특히 일부 건설회사 사건에서는 신청 시점에 이미 운전자금이 거의 고갈되고 핵심 인력과 협력업체가 이탈해 회생절차를 진행할 기본 기반조차 유지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회생 신청의 적정 시점은 회생절차 기간을 버틸 수 있는 최소한의 운전자금이 유지되고 핵심 사업과 인력이 아직 기능하고 있을 때”라며 “이 시기를 놓치면 회생 가능성은 급격히 낮아진다”고 경고했다.

앞서 STX조선해양, 삼부토건, 카페베네 등 자신이 담당했던 사건들을 돌아보며 “회생의 성패는 결국 기업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경영진의 의지와 이해관계자들의 협조도 중요하지만 본질적인 사업 경쟁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구조조정은 지속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기업회생은 단순히 채무를 조정하는 절차가 아니라 기업의 경쟁력을 다시 시장에서 작동하게 만드는 과정”이라며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기업이 시장에서 더 이상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에 이른 것으로 보는 시각이 남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등에서는 Chapter 11 절차를 기업 구조조정과 재편 과정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사례들도 있다”며 “기업회생은 단순히 부실기업을 정리하는 절차가 아니라 일시적 위기에 처한 기업이 채무를 조정하고 경영을 정상화해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도산 절차를 실패의 낙인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위기 관리와 재기의 기회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내부통제 실패 기업부실로 이어져

김 변호사는 기업 부실의 근본 원인에 대해 외부 충격 못지않게 ‘내부통제 실패’를 지목했다. 위기 초기 신호를 조기에 공유하기보다 문제를 내부적으로 덮거나 대응을 미루는 것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다 보면 나중에는 해결이 어려운 상황까지 이른다는 것이다.

그는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소수에게 과도하게 집중되거나 무리한 사업 확장 과정에서 재무 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사례도 반복적으로 목격된다”며 “내부통제는 단순한 준법 문제를 넘어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고 위기 상황일수록 투명한 정보 공유와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결국 구조조정은 얼마나 빨리 현실을 직시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회생절차 개시 전 채권자·채무자가 법원 주도 아래 자율적으로 채무 협상을 진행하는 자율구조조정지원(ARS)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ARS 절차를 진행한다는 것 자체가 채권자와 채무자가 서로 마주 앉아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을 회생절차 개시 전에 마련하는 것으로 합의 성공 여부만으로 단순 평가하기 어렵다”며 “합의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이후 회생절차에서 채권자 동의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 자율성 확대가 채권자 보호나 절차 투명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제도적 보완이 이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서울회생법원을 중심으로 ARS 절차에 중립적 제3자인 절차주재자를 선임해 채권자·채무자 간 협의 과정을 법원과 채권자협의회에 공유하도록 하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고, 기업이 포괄허가를 통해 자금을 집행할 때는 최고구조조정책임자(CRO)의 사전 동의를 거치도록 하는 견제 장치도 운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도산 제도의 본질에 대해 “경제적 위기에 처한 개인이나 기업이 다시 정상적인 경제 주체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안전망으로 보는 관점과 채무자의 재산을 처분해 채권자들에게 질서 있게 배분하는 청산 절차로 보는 관점이 있다”면서도 “결국 회생 제도는 채무자의 뼈를 질서정연하게 발라내는 것이 아닌 채무자에게 기회를 주고 사회적으로 정상적인 경제 주체로 돌아갈 수 있게 하는 방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회생 제도가 단순한 채권 회수의 방법이 아니라 위기에 빠진 경제 주체에게 재기의 기회를 부여하는 제도적 장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규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 (사진=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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