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그릇 확보보다 비우는 방식 중요"…전문가가 본 정부 홍수대책

사회

뉴스1,

2026년 5월 20일, 오전 06:30

백제보 수문이 열려 있는 모습.© 뉴스1 김기태 기자

정부가 올여름 홍수 피해를 줄이기 위해 홍수조절용량 10억 4000만 톤을 추가 확보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전문가들은 물을 담을 공간을 넓히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 피해를 줄이려면 초정밀 강수 예측, 권역별 맞춤 운영, 시민 교육과 훈련까지 함께 강화해야 한다는 당부다.

전문가들 "물그릇 확보 넘어 초정밀 예보·맞춤형 운용 필수"
오재호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명예교수(나노웨더 대표)는 20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국지성 집중호우와 돌발성 도시 홍수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AI 홍수예보의 정확도를 높이려면 초상세 격자 강수 정보가 필요하다고 봤다.

오 교수는 "AI 기반 홍수예보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초상세 격자의 강수 정보를 활용한 고정밀 레이더 강수 산출 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수십m 이하 수준의 초고해상도 강수 분석이 좁은 지역에서 빠르게 발달하는 선형대류와 정체성 호우를 조기에 탐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석환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수자원하천연구본부 연구위원은 물그릇 확보 자체보다 확보한 물그릇을 "언제, 어떻게 비울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황 연구위원은 이번 대책에 대해 "다양한 물그릇 확보 측면에서는 분명한 진전"이라면서도 "운영 방식은 여전히 결정론적 체계의 큰 틀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했다. 강수 예보의 불확실성과 유역별 회복력 차이를 충분히 반영하려면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섬진강 등 권역별 맞춤 대응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정책의 평균적 효과보다 불확실성 속에서 얼마나 회복력을 갖는지가 핵심 평가 기준이 돼야 한다고 봤다. 매년 다른 강수 조건에 따라 다른 답을 낼 수 있는 적응형 운영 체계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남성현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정부 대책의 시의성은 인정하면서도 교육과 훈련 보강을 강조했다. 남 교수는 최근 짝수년 동아시아 여름 몬순 강화와 호우·홍수 대비 필요성을 제기한 연구 결과를 언급하며 "현시점에 정부가 여름철 홍수 대책을 공개한 것은 시의적절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남 교수는 "정부 중심의 대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올여름 호우에 대한 개인적, 민간 차원의 인식 제고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재난 상황에서 자신은 안전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남아 있는 만큼 실제 호우 상황에 대응하는 교육과 훈련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 시설 연계로 '숨은 물그릇' 찾고 AI 예보 고도화
앞서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재명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여름철 홍수 대책'을 공개했다. 여름철 자연재난으로 인한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는데 홍수조절용량 확보를 통한 홍수 조절 능력 강화, 예측 체계 개선과 선제 대응 시간 확보, 취약지역과 위험요소 집중관리 등 3개 분야 19개 과제로 구성됐다.

정부는 농업용 저수지와 발전댐, 방조제 등 기존 시설에서 이른바 '숨은 물그릇'을 찾아 10억 4000만 톤의 홍수조절용량을 추가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어촌공사 등 관계기관과 협조해 계획 수립, 모의훈련, 현장점검도 추진할 방침이다.

예측 분야에서는 AI 홍수예보 모형 개선, 침수예보 대국민 알림, 초단기 기상예보, 특보지점 집중관리 등이 포함됐다. 기후부는 이를 통해 지방정부와 경찰 등 현장 대응 주체가 더 빨리 움직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수도와 하천시설, 취약지구 관리도 강화한다. CCTV 대응력을 높이고, 안전안내문자를 긴급재난문자로 격상하는 등 위험 상황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조치도 담겼다.

정부가 확보한 물그릇을 실제 강수 불확실성에 맞춰 운용할 수 있는지, AI 예보에 투입할 관측자료의 정밀도를 높일 수 있는지, 시민 행동까지 바꿀 수 있는지가 올여름 대응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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