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증 줄고 중증 늘었다”…상급종합병원 확 바뀐 이유

사회

이데일리,

2026년 5월 20일, 오후 03:15

[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정부가 추진 중인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이 시행 1년여 만에 경증 진료는 줄고 중증 수술은 늘어나는 등 상급종합병원이 중증·희귀질환 중심 진료체계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DB)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상급종합병원·병원급 구조전환 지원에 따른 의료전달체계 개선 효과 연구’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의 전문진료질병군(DRG A군) 비율은 2023년 상반기 57.2%에서 2025년 상반기 62.1%로 증가했다.

전문진료질병군은 암, 중증 심혈관질환, 희귀질환 등 고난도 치료가 필요한 환자군을 의미한다. 이 비율이 높아졌다는 것은 상급종합병원이 비교적 가벼운 질환보다 중증·응급환자 치료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는 뜻이다.

병상 구조 개편도 본격화됐다. 참여 병원들은 당초 계획에 따라 일반병상 3634개를 감축했다. 이는 전체 병상 수의 약 8.6%에 해당한다. 일반병상이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경증 환자의 입원 여건은 축소됐지만 중증 환자들이 적기에 입원·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은 강화됐다는 평가다. 단순히 병상 수를 늘리는 경쟁에서 벗어나 상급종합병원이 본연의 역할인 중증 진료에 집중하도록 유도한 셈이다.

반면 의료비 부담 증가는 구조전환 과정의 새로운 과제로 꼽힌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상급종합병원 이용 건수는 감소했지만 입원 일당 의료비는 평시 대비 14.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증환자 비중이 늘면서 고난도 수술과 시술, 집중치료가 증가했고 여기에 정부가 지원금을 더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환자 수는 줄었지만 치료 난도가 높은 환자가 많아지면서 1인당 진료비는 커진 것이다.

현장에서는 필수의료 인력 확보와 시설 투자 부담도 여전히 문제로 지적된다. 중증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전문 의료진과 첨단 장비가 필요하지만 이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 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구조전환 사업이 3년 한시 지원으로 운영되는 만큼 사업 종료 이후에도 변화된 진료체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연구를 수행한 함명일 순천향대 보건행정경영학과 교수 연구팀은 “현재처럼 병원 간 순위를 매기는 상대평가 방식 대신 병원 규모와 지역 특성을 고려한 절대평가 체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면서 “일정 기준을 충족하거나 추가 성과를 낸 병원에는 인센티브를 강화해 단순 경쟁보다 의료 질 향상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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