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1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7~2031학년도 의과대학 학생정원 배정안 사전통지 관련 내용을 발표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2026.3.13 © 뉴스1 김기남 기자
교육부가 이달 말 학교 현장체험학습 운영 개선 방안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교원단체들이 요구하는 교사 면책권 강화와 국가소송책임제 도입이 실제 대책에 반영될 수 있을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등 주요 교원단체들은 최근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고 교권 보호를 위한 실질적 법적 보호장치 마련을 촉구하는 모습이다.
21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최근 교사·학생·학부모·시도교육청 관계자 등이 참여한 교육공동체 간담회를 여는 등 업계에서 현장체험학습 운영 개선 방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부는 현장 목소리와 내부 검토안을 바탕으로 이달 말 종합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번 논의는 2022년 강원 속초 초등학생 사망 사고 이후 현장체험학습 운영이 급격히 위축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인솔 교사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학교 현장에서는 '예측하기 어려운 사고까지 교사가 형사 책임을 떠안고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됐다.
전교조가 최근 실시한 '2026 현장체험학습 실태조사'에 따르면 숙박형 체험학습 실시율은 53.4%에 그쳤다. 응답 교사의 89.6%는 사고 발생 시 개인이 져야 할 형사 책임에 극심한 불안을 느낀다고 답했다.
전교조는 전날(20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안전사고에서 업무상과실치사상죄(형법 제268조) 적용을 제외해야 한다"고 법안 개정을 요구했다. 전교조는 안전요원 확대나 매뉴얼 정비보다 교사 형사책임 구조를 바꾸는 것이 우선이라고 보고 있다.
박영환 전교조 위원장은 현장에서 "아무리 학교안전법에 '안전조치 의무를 다하면 민·형사상 책임을 면해준다'는 문구를 넣어도 법원은 거들떠보지 않는다"며 "현실을 외면한 허공의 법 조항은 교사를 지켜주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김지연 부위원장은 "교육부가 이달 말 대책 발표를 예고하고 있지만 안전요원 배치나 매뉴얼 간소화는 곁가지에 불과하다"며 "교사들이 체험학습을 포기하는 근본 원인은 사고 발생 이후 뒤따르는 형사 처벌의 공포"라고 말했다.
교총 지난 19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권 보호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교총은 현장에서 △중대 교권 침해 학생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교권 소송 국가책임제 전면 도입 △악성 민원 맞고소제 의무화 △아동복지법상 정서학대 조항 명확화 △아동학대처벌법상 무혐의 시 검찰 불송치 등의 이른바 '5대 과제'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교총은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18일까지 진행한 '교권 보호 제도 개선 5대 과제' 전국 교원 청원 서명 운동에 5만4705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강주호 교총 회장은 현장에서 "체험학습 기피와 축소 책임을 교사 탓으로 돌릴 것이 아니라 교육부가 실질적인 면책권과 안전 담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원단체들은 현재 교사 개인에게 집중된 형사·민사·행정 책임 구조를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핵심은 현행 학교안전법상 면책 기준을 보다 명확하게 규정하고 국가가 교육활동 관련 소송을 전담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지난해 3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안전한 현장체험학습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전교조 제공) © 뉴스1 김재현 기자
현행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은 학교장과 교직원이 안전조치 의무를 다한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처음 면책 조항이 신설된 데 이어 같은 해 12월에는 보조 인력까지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추가 개정됐다.
다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면책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 고시인 '학교 안전사고관리 지침'이 응급조치·병원 이송·사고 보고 등 사후 대응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사고 이전 예방조치와 예견 가능 범위에 대한 기준은 사실상 빠져 있다는 것이다.
체험학습 관련 행정업무를 줄여야 한다는 요구도 이어지고 있다. 현장에서는 숙박형 수학여행 한 차례를 운영하기 위해 입찰·계약, 사전답사, 안전 점검, 범죄경력 조회, 보험 가입, 안전교육, 결과 보고 등 40건이 넘는 관련 서류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단순 안전요원 확대나 매뉴얼 정비 수준의 대책만으로는 현장 위축 문제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결국 이번 대책의 핵심은 교사 면책권 강화와 국가소송책임제 등 교원단체들이 요구하는 실질적 법적 보호장치가 실제 제도 개선안에 어느 수준까지 반영될 수 있느냐다.
특히 업무상 과실치사상 적용 범위와 학교안전법상 면책 기준을 어디까지 명확히 할 수 있을지, 국가가 교육활동 관련 소송을 어느 수준까지 책임질 수 있을지를 두고 관계 부처 간 조율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지난 9일 교육공동체 간담회에서 "교육부는 현장 선생님들의 입장에 서서 이것이 법제화되기를 요청하고 있다"며 "최근 대통령이 관심을 가진 이후 법무부와도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mine124@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