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미한 접촉도 최소 징역 3년9개월”…헌재, 아청법 가중처벌 조항 위헌

사회

이데일리,

2026년 5월 21일, 오후 02:46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헌법재판소가 교사·의료인·학원강사 등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신고의무자가 자신이 보호·감독하는 13세 미만 아동을 강제추행한 경우 형을 가중하도록 한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강제추행의 행위 태양과 불법성 정도가 매우 다양한데도 최소 징역 3년 9개월의 실형 선고를 강제하는 것은 책임과 형벌 간 비례원칙에 반한다는 취지다.

헌법재판소 전경. (사진=백주아 기자)
헌재는 21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중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범행에 관한 부분에 대해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선고했다.

문제가 된 조항은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신고의무자가 자기의 보호·감독 또는 진료를 받는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 ‘그 죄에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처벌’하도록 한 규정이다. 적용 대상에는 유치원·초중고교 교사, 의료기관 종사자, 학원 강사, 아동복지시설 종사자 등이 포함된다.

이번 사건은 초등학교 교사가 11세 여학생들을 반복적으로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되면서 시작됐다. 검찰은 해당 교사가 신고의무자라는 이유로 아청법상 가중처벌 조항을 적용했고 재판 과정에서 법원이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재는 우선 13세 미만 미성년자에 대한 강제추행죄 자체가 이미 중하게 처벌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원래 해당 범죄는 ‘5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3000만~5000만원 벌금’이었지만 지난 2020년 이른바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이후 벌금형이 삭제되면서 ‘5년 이상 유기징역’만 남게 됐다.

이 상태에서 신고의무자 가중조항이 적용되면 법정형은 ‘7년 6개월 이상 유기징역’으로 올라간다. 정상참작 감경을 하더라도 별도의 법률상 감경사유가 없는 한 최소 징역 3년 9개월의 실형을 선고해야 한다는 게 헌재 설명이다.

헌재는 특히 강제추행죄의 범위가 최근 판례를 통해 크게 넓어졌다고 봤다. 앞서 대법원은 2023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상대방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협박’이 아니더라도 신체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 행사만으로 강제추행이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옷 위 신체 접촉이나 손목·어깨 등 상대적으로 성적 민감성이 낮은 부위 접촉도 강제추행으로 인정될 수 있게 됐다.

헌재는 “강제추행죄는 폭행·협박이나 추행의 행위 태양이 매우 다양하고 불법성의 폭도 넓다”며 “경미한 접촉부터 반복적·장기적 범행까지 모두를 하나의 법정형으로 묶어 최소 징역 7년 6개월을 규정한 것은 책임주의와 형벌 개별화 원칙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또 “13세 미만 아동 대상 강제추행죄 자체가 이미 5년 이상 징역으로 상당히 무겁게 처벌되고 있다”며 “수강명령·치료프로그램·취업제한 등 재범 방지 장치도 존재하는 만큼 법정형 하한까지 추가로 높이지 않아도 충분히 엄정한 처벌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다만 김형두·김복형 재판관은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은 “초·중등학교 종사자는 학생을 상시적으로 지도·평가·통제하는 지위에 있고 학생은 구조적으로 의존 관계에 있다” “학교 내 성범죄는 반복·은폐 위험이 커 일반 강제추행과 동일선상에서 볼 수 없다”고 봤다. 심판대상을 학교 종사자 부분으로 한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어 “높은 최저형은 취약 연령 아동 보호와 교육제도 신뢰 회복을 위한 입법적 선택”이라며 “입법형성권 범위를 현저히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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