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올해 3월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어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고 규정한 노동조합법 개정안, 즉 ‘노란봉투법’이 시행됐지만 해당 법 조항에 경과규정을 두지 않아 이번 사건엔 구 노동조합법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단 게 대법원 판단이다.
울산 동구 HD현대중공업 조선소.(사진=이영훈 기자)
앞서 금속노조는 “HD현대중공업이 사내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기본적인 근로조건 등에 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므로, 이들 근로자들과의 관계에서 단체교섭의무를 지는 사용자에 해당한다”며 2016년 4~5월 5차례에 걸쳐 HD현대중공업에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HD현대중공업은 “사내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근로계약상 사용자가 아니어서 단체교섭 상대방인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를 거부했고, 금속노조는 이에 2017년 1월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원고 청구를 기각하면서 HD현대중공업의 손을 들었다. HD현대중공업과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들 사이에 명시적 또는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HD현대중공업이 사내하청업체 노조와의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1심은 구체적으로 사내하청업체들은 △독립적으로 자본과 물적 설비를 갖추고 다수의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원청과는 별도의 급여체체와 취업규칙, 인사관리규정 등을 보유하면서 개별적으로 근로자들을 모집하고 직접 임금을 지급하며 4개보험에 가입해 보험료를 지급해 왔다는 점 등을 들었다. 또 원청의 지시 또는 허락없이 사내하청업체 소속 소장 또는 반장 등을 통해 업무배치와 전환 등이 이루어진 점도 이같은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이에 더해 2심은 “피고는 공사도급계약에 따른 공사대금을 사내하청업체에게 지급하였을뿐 사내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에게 직접 임금을 지급하거나 임금구조를 결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들의 임금에 대해 지배·결정권을 행사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법관 8명의 다수 의견으로 이번 사건에 개정 전 노동조합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보고, 앞선 원심의 판단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개정 노동조합법은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는 내용이 추가돼 사용자의 범위를 넓히는 입법이 이루어졌다”면서도 “구 노동조합법 적용되는 2016년경의 단체교섭 사안에 관해 종전 법리를 변경해 개정 노동조합법의 규정과 실질적으로 유사한 내용의 법리를 창설하고 적용하려는 시도는 적절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른바 노란봉투법 조항에 경과규정을 따로 두고 있지 않아 구 노동조합법 제2조가 적용되는 사건에선 종전 법리를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단 설명이다.
그러면서 “향후 개정 노동조합법이 적용되는 구체적인 사건에서 노동3권의 실효적 보장이라는 입법목적에 맞게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의 개념을 해석하면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선 “구 노동조합법이 적용되는 사안에서는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가 ‘근로자와의 사이에 그를 지휘·감독하면서 그로부터 근로를 제공받고 그 대가로서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자’라는 종전 법리가 여전히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단 대법관 4인의 반대의견도 있었다. 이들은 “계약관계가 없더라도 도급인이 자신의 사업장 안에서 근로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제공하는 수급근로자의 근로조건에 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면, 수급근로자의 노조에 대해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구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반대의견을 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