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집 앞 '메탄올 소주병' 두고 간 아들…대법 "특수협박 아냐"

사회

이데일리,

2026년 5월 25일, 오전 11:33

[이데일리 성가현 기자] 아버지를 협박할 목적으로 집 앞에 치사량이 넘는 메탄올 소주병을 몰래 두고 간 행위에 대해 특수협박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현장을 떠나 물건을 지배하고 있지 않았다면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협박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 (사진=연합뉴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지난 4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보복협박 등), 특수존속협박,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 등 혐의를 받는 A씨에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가정불화로 떨어져 살던 아버지를 특수폭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 A씨는 검찰의 구형이 있는 결심 공판을 앞두고 합의하기 위해 지난 2024년 3월 아버지의 집을 찾아갔다. 그러나 합의하기 위해 자신을 찾아왔다는 사실을 안 아버지는 A씨와의 대화를 거절했다.

이에 A씨는 앙심을 품고 2024년 3월 11~3월 19일 총 5회 아버지의 집 앞에 치사량에 해당하는 메탄올 함량 79.9% 액체가 담긴 소주병을 갖다 뒀다. 소주병에는 이미 돌아가신 할머니가 작성한 것처럼 가장한 ‘OO아(아버지 이름). 빨리 보고싶다.. -엄마가-’라고 적은 메모지를 부착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모든 혐의를 인정하며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앙심을 품고 보복 목적을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한 상태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봤다. 또한 약국에서 치사량이 넘는 메탄올을 구매해 소주병에 담고 아버지의 자살을 유도해 해악을 끼쳤다고 판단했다. 아버지의 의사에 반하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주거지 인근에 소주병을 갖다 둔 행위는 스토킹에 해당한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1심 판단을 유지하며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1·2심 재판부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A씨의 특수존속협박 혐의가 성립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형법에 따르면 특수존속협박 혐의는 범행 현장에서 사용하려는 의도로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사람에게 공포심을 일으킬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A씨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협박했다고 하려면 A씨가 범행 현장에 있는 위험한 물건을 사실상 지배하면서 언제든지 이를 사용해 해악의 실현가능성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A씨는 아버지가 모르게 메탄올이 담긴 소주병을 놓은 다음 범행 현장을 떠났다. 아버지가 소주병을 발견했을 당시 A씨는 이미 범행 현장에 없었으며, 아버지는 메모지를 보고 소주병에 든 내용물을 마시려 하지 않았다. 즉, A씨는 협박 범행을 저지를 때 소주병을 휴대하고 있지 않았으며 마음대로 사용할 상태에 있지 않았다.

결국 대법원은 A씨가 위험한 물건인 소주병을 협박 범행에 이용했다고 할 순 있더라도 이를 휴대해 아버지를 협박했다고 할 수는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이에 특수존속협박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2심 판단에는 휴대 여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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