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 등산로에도 러브버그 유충 '바글'…6~7월 대발생 우려 [르포]

사회

뉴스1,

2026년 5월 25일, 오후 04:50

25일 서울 노원구 불암산 등산로 인근의 낙엽을 들춰내자 붉은등우단털파리(속칭 러브버그) 유충이 쉽게 발견됐다. © 뉴스1 황덕현 기자

25일 서울 노원구 불암산 등산로 옆, 낙엽층을 들추자 붉은등우단털파리, 이른바 '러브버그' 유충이 흙과 부엽토 사이에서 잇따라 나왔다. 흙을 한 줌 쥐니 손바닥 안에 30마리 이상이 확인됐다. 아직 성충이 떼로 날아다니는 시기는 아니지만, 가로·세로 50㎝ 안팎의 좁은 조사 구역에서도 유충 100~200마리가 확인될 정도로 밀도가 높았다.

불암산 방제 현장의 러브버그는 성충 대발생 전 단계였다. 일부 유충과 성충 포획 흔적이 확인됐고, 연구진은 낙엽이 쌓인 촉촉한 부엽토 층을 주요 서식지로 지목했다. 성충이 되면 짧은 기간 한꺼번에 나타나 등산로와 주택가, 상가 주변에 달라붙고 사체가 쌓이면서 악취와 2차 위생해충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도 나왔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이날 불암산 일대 러브버그 유충 방제 현장을 찾아 미생물 제제 살포와 성충 포집장비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 현장에는 오승록 노원구청장, 유호 국립생물자원관장, 김동건 삼육대 기후변화매개체감시거점센터장, 서울시 관계자 등이 함께했다.

김 장관은 현장에서 포획된 유충을 살펴본 뒤 "모기처럼 물진 않지만 워낙 보기 흉하고 떼로 몰려다녀 주민들이 아주 불편해한다"며 "유충 단계에서 가급적 성충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막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부는 토양 박테리아 기반 미생물 제제(Bti)를 활용해 유충 단계 방제를 추진하고 있다. Bti는 국내외에서 모기 유충 제거에 사용돼 온 물질이다. 김경석 기후부 생물다양성과장은 "러브버그 유사종에 대한 제거 효과가 실험실 연구에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25일 서울 노원구 불암산 자락에서 붉은등우단털파리(러브버그) 유충 방제 상황과 성충 대응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이날 현장에는 오승록 노원구청장, 유호 국립생물자원관장 등이 동행했다. 2026.5.25 © 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Bti는 인체와 물고기 등 수서생물에 영향이 없는 유충구제 살충제로, 옥수숫가루에 미생물 제제를 섞은 과립을 물에 우려낸 뒤 분무 장비로 뿌리는 방식으로 사용한다.

김 센터장은 "Bti 10㎏을 물 1톤에 우려 적용하는 방식"이라며 "남은 과립도 다시 살포해 이중으로 적용한다"고 설명했다.김 장관과 김동건 센터장 등은 Bti 과립을 물에 넣고 손으로 저으며 인체에 무해한 물질이라는 점을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이어 "러브버그는 낙엽이 쌓인 촉촉한 부엽토 층에서 유기물을 먹고 산다"며 "대량 발생하면 사체가 쌓이면서 악취와 바퀴벌레, 쥐 같은 2차 위생해충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방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기후부는 지난 4월 말부터 5월 중순까지 서울 은평구·노원구, 인천 계양구 등 과거 대발생이 심했던 4개 지역에 Bti를 우선 적용했다. 이어 지방정부 신청을 받아 서울·인천·경기 14개 지역에 추가 살포를 진행 중이다. 불암산도 추가 적용 지역에 포함됐다.

문제는 실제 집행이다. 오 구청장은 "6·3 지방선거 선거운동 기간이라 단체장들이 (선거운동으로) 자리를 비운 상황이 많은데, 부구청장들이 자기 일처럼 생각하며 방제할지 우려스럽다"며"지자체에 맡기지 말고 기후부가 계속 점검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김 장관도 "기후부는 Bti의 인체 무해성과 유충에 대한 효과를 검증했다. 이후 각 지자체의 신청을 받아 방제를 지원해왔다"며"지자체는 주택지와 밀접한 지역을 우선해 방제하길바란다"고 역할을 강조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25일 서울 노원구 불암산 자락에서 붉은등우단털파리(러브버그) 유충 방제 상황과 성충 대응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용제를 등산로 인근에 분사하고 있다. 2026.5.25 © 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현장에는 성충 대응 장비도 전시됐다. 기후부는 살수용 드론 3기, 광원 포집기 490기, 유인제 포집기 5000기, 흡충기 13대를 확보했다. 대형 광원 포집기 2대는 인천 계양산 정상에 배치하고, 1대는 불암산 현장에 설치할 계획이다.

송은철 서울시 감염병관리과장은 "시는 자치구 방역 담당자 교육과 현장 예찰을 통해 성충 발생 전 대응 준비를 강화하고 있다"며 "주민 생활권과 등산로 주변을 중심으로 기후부, 자치구와 대응 상황을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러브버그는 6월 중순부터 7월 초까지 성충으로 우화해 짧은 기간 대량 출현한다. 기후부에 따르면 수도권 러브버그 민원은 2022년 4448건에서 2023년 6428건, 2024년 1만 3127건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도 1만 1429건이 접수됐다.

기후부는 성충 출현 전까지 주간 단위로 장비·인력 확보와 유충 제거 상황을 점검하고, 대발생 징후가 포착되면 일 단위 관리체계로 전환할 계획이다. 김 장관은 "작년에는 이걸 어떻게 하지 하는 수준이었다면 올해는 사전 대책을 세워보자는 단계"라며 "먼저 움직이는 지방정부들이 효과를 보면 내년에는 더 광범위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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