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회전 일시정지 안 해 사고…헌재 "횡단보도 잠시 벗어나도 보호대상"

사회

뉴스1,

2026년 5월 26일, 오후 12:00

서울 한 사거리에서 경찰이 우회전 차량 일시정지 위반 단속 및 계도를 하고 있다. © 뉴스1 유승관 기자

횡단보도를 건너려다 구조물이나 보행 동선 때문에 횡단보도를 잠시 벗어난 보행자도 운전자의 일시 정지 의무가 적용되는 보호 대상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피의자 A 씨에 대한 검찰의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 위반(치상) 혐의 불기소 처분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취소했다.

지난 2024년 1월 31일 피의자 A 씨는 서울 서초구 일대에서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 정지하지 않은 채 우회전하다 횡단보도를 건너려던 B 씨를 치어 6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혔다.

같은 해 4월 검찰은 A 씨의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 위반(치상) 혐의에 대해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B 씨가 횡단보도를 벗어난 지점에서 도로를 건너다 사고를 당했다며, '횡단보도에서의 보행자'를 친 경우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B 씨는 사고 당시 횡단보도 안에 있었고,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횡단보도 통행을 위해 그 앞에 서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A 씨에 대한 불기소 처분이 자신의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면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쟁점은 B 씨가 도로교통법상 운전자의 일시 정지 의무가 적용되는 보행자에 해당하는지였다.

헌재는 B 씨가 도로교통법 제27조 제1항에서 규정하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려고 하는 때'에 포함된다면서 B 씨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헌재는 횡단보도 통행 중 외부 요인이나 걸음걸이, 관성 등으로 인해 약간 벗어난 지점에서 사고가 발생했더라도 전체적으로 횡단보도 통행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을 때'에 해당한다고 봤다.

또 횡단보도 앞에 서서 주위를 살피며 들어서는 경우처럼 통행 의사가 외부로 나타난다면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려고 하는 때'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기록에 따르면 B 씨는 차량 통행 여부를 확인하고 도로 횡단을 위해 횡단보도가 설치된 부분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해서 횡단보도를 통행하려는 의사를 외부로 표시했다"며 "B 씨는 도로교통법상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려고 하는 때'의 요건을 충족했다"고 밝혔다.

이어 "횡단보도를 약간 벗어난 지점에서 사고가 발생했다고 가정하더라도 이는 B 씨 의사와 상관없이 횡단보도 구조적 특성상 잠시 벗어난 것에 불과하다"며 "B 씨는 전체적으로 횡단보도를 통행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2022년 개정된 도로교통법이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을 때뿐 아니라 '통행하려고 하는 때'에도 운전자에게 일시 정지 의무를 부과한 취지를 강조했다.

sae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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