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제3차 상임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6.2.9 © 뉴스1 이광호 기자
이숙진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상임위원은 28일 "인권위원 5인이 절차를 지켜 제출한 안건을 전원위에 상정하지 않은 위원장의 독단적 결정을 눈앞에서 봤다"며 안창호 인권위원장을 비판했다.
이 상임위원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제17차 상임위원회 모두발언을 통해 "위원장께서는 민주주의가 지향하는 토론과 숙의의 과정을 전면 통제 차단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위원은 "지난 전원위원회에서 성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행사와 성소수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사를 동등하게 취급하는 위원장의 놀라운 발언을 듣게 됐다"고 했다.
안 위원장은 지난 제9차 전원위원회에서 '성소수자 혐오차별 예방을 위한 퀴어문화축제 참여 추진 의결의 건'을 심의하기에 앞서 서울퀴어문화축제와 '맞불집회' 성격을 띠는 반(反)동성애 집회 양측 모두 참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위원은 "인권위원이 제출한 안건을 상정하지 않는 것은 인권위원의 안건 심의 의결권을 침해한 것이며 위원장의 권한과 재량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며 퀴어축제 참여 안건을 제외한 인권위원 3명 이상이 제출안 안건은 관례로 별도 표결 절차 없이 전원위원회에 상정돼 왔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에 따르면 △비상계엄 직권조사와 의견표명의 건 △윤석열 방어권 의결의 건 △헌법존중 정부혁신 TF 구성의 건 △양평군 단월면장에 대한 인권침해 사건 직권조사 계획안 △우크라이나 북한군 포로의 생명 신체 및 정신건강 보호와 대한민국 입국을 위한 인도적 조치 권고의 건 등의 안건이 그동안 상정 여부에 대한 표결 없이 상정돼 왔다.
이 위원은 "안창호 위원장께서 안건을 상정하지 않은 또 다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안건이 퀴어, 즉 성소수자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라며 "개인의 신념으로 국가기관 그것도 인권 보장과 차별을 시정하는 기구의 운영을 좌우하고 있음을 직시하고 이러한 사유화를 중단하시기를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인권위는 2017년부터 2024년까지 8년간 매년 퀴어축제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를 위한 부스를 운영해 왔으나 지난해엔 이례적으로 공식 부스를 운영하지 않아 '성소수자와 함께하고 차별을 해소하는 데 노력한다는 인권위의 뜻을 안 위원장이 거스른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올해 인권위의 퀴어축제 참여와 관련해 소라미·이숙진·오완호·오영근·조숙현 등 5명 위원은 지난 14일 '성소수자 혐오·차별 예방을 위한 퀴어문화축제 참여 추진 의결의 건을 발의했다. 그러나 지난 22일 열린 제9차 전원위에서 위원 간 공방 끝에 강정혜·김학자·김용직·이한별·한석훈 위원과 안 위원장 등 6명의 반대로 안건은 상정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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