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촌 피해자 117명 국가상대 소송 시작…"주한미군 책임 물어야"

사회

이데일리,

2026년 5월 29일, 오후 07:31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과거 주한미군 기지촌에서 이뤄진 성매매로 인권을 침해당한 여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첫 재판이 열렸다.

'미군 기지촌 위안부' 여성들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선고가 나온 지난 2022년 9월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원고인들, 변호인, 시민단체가 대법원 선고 환영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재판장 박정호)는 29일 기지촌 피해자 강모씨 등 117명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기지촌 피해자 측 대리인은 이번 소송이 기존 국가 배상 책임에 더해 주한미군의 배상 책임을 묻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협정과 한미 상호 방위조약에 따르면 미군 구성원 등이 법률상 책임을 질 경우 한국 정부가 우선 배상한 뒤 미군 측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

대리인은 “형식적인 피고는 대한민국이지만, 주한미군이 한국 정부와 손잡고 어떻게 기지촌 성매매를 조장했는지 규명할 필요가 있다”며 “미군의 책임을 묻는 진보한 판결을 부탁드린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어 “고령인 원고들이 생애 마지막 시기에 법정에 선 이유는 자신의 피해를 말해야 하기 위해서”이라며 “이번 사건을 통해 기지촌 운영 과정에서 당국이 수행한 책임이 밝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발언 기회를 얻은 기지촌 피해자는 법정에서 자신의 경험을 직접 증언하기도 했다.

자신을 ‘미군 위안부’라고 소개한 그는 “16살에 기지촌에 끌려갔다”며 “당시 기지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끌려온 여성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군의 허락 없이는 들어갈 수도 없는 곳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 미군이 이를 모른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며 “과거 일 때문에 사람들을 피했고, 평생 위축된 채 살았으나 미군의 잘못을 알리려고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8월 21일을 다음 변론기일로 지정했다.

앞서 대법원은 2022년 기지촌 피해자 90여명이 당사자인 사건 상고심에서 “국가의 기지촌 조성·관리·운영 행위 및 성매매 정당화·조장 행위는 위법하다”며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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