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바다와 선거, 식은 기후담론…'新로댕'이 묻는 기후공약 [황덕현의 기후 한 편]

사회

뉴스1,

2026년 5월 30일, 오전 07:30

캐나다 작가 벤저민 본 웡(Benjamin Von Wong)이 2025년 8월 스위스 제네바 유엔 사무소 앞에 세운 6m 높이 조형물 '생각하는 자의 짐'(The Thinker's Burden) © 뉴스1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6·3 지방선거) 선거운동이 중반을 넘어서고 있다. 사전투표 첫날인 29일엔 역대 지방선거 첫날 기준 최고치(11.6%)를 기록했다.부산과 평택 등 국회의원 보궐선거까지 겹치며 국정 안정과 정권 견제를 둘러싼 정치권의 긴장도 함께 달아오르는 모양새다.

이 풍경은 더워지는 계절과 겹친다. 최근 한낮 기온은 봄철(3~5월)인데도 33도까지 올라갔고, 올여름 폭염과 열대야 가능성도 평년보다 높게 전망된다. 세계기상기구(WMO)와 기상청은 2026~2030년 중 한 해가 역대 가장 더웠던 2024년을 넘어설 가능성을 86%로 봤고, 5년 중 한 해라도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높을 가능성은 91%로 제시했다. 기록적인 더위가 더 이상 예외가 아니라 반복되는 '뉴노멀'(New Normal)이 되는 셈이다.

뜨거워지는 것은 육지만이 아니다. 북극 해빙은 최근 3년간 역대 최저 수준으로 줄었고, 북태평양 해수면 온도도 높은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해수면 온도가 오르면 바다는 더 많은 열과 수증기를 품고, 그 영향은 한반도의 찜통더위와 열대야 가능성을 키운다. 선거철 현수막과 여름철 일회용품은 결국 같은 방향으로 흘러간다. 플라스틱은 쓰고 버려진 뒤 상당량이 바다로 간다.

더운 날씨 속 떠오르는 작품이 있다. 캐나다 작가 벤저민 본 웡(Benjamin Von Wong)이 지난해 8월 스위스 제네바 유엔 사무소 앞에 세운 6m 높이 조형물 '생각하는 자의 짐'(The Thinker's Burden)이다. 이 작품은 프랑스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을 다시 만든 설치물이다. 다만 본 웡의 인물은 바위 위에 앉아 사색하지 않는다. 지구 위에 앉아 한 팔에는 아기를 안고, 다른 손에는 찌그러진 플라스틱병을 쥐고 있다. 몸 주변에는 생명의 설계도인 DNA 이중나선이 감겨 있다.

이 작품은 유엔 플라스틱 협약의 정부간협상위원회 속개 회의(INC-5.2)에 발맞춰 설치됐다. 윤석열 정부 시절이던 2024년, 환경부(현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부산에서 개최됐던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가 별 소득 없이 끝난 뒤 이어진 후속 회의다. 그러나 각국은 플라스틱 생산 감축, 유해 화학물질 관리, 개발도상국 지원 재원 등을 두고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플라스틱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협상은 계속 길어졌다. 본 웡은 '생각하는 사람'이 플라스틱에 잠겨있다고 말했다. 설치 작가는 해법 대신 '지금 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무엇을 넘기고 있느냐'고 물었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이 멈춰 선 이유는 단순하다. 각국이 플라스틱 오염의 심각성에는 동의하지만, 생산 감축과 유해 물질 규제, 재원 부담을 놓고는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약속해야 할 것을 알면서도, 그 약속이 산업과 비용, 정치적 책임으로 이어지는 순간 협상은 늦어졌다.

6·3 지방선거에 나선 후보들의 기후 공약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기후정치바람 조사에 따르면 지선 후보 624명 중 509명은 1개 이상의 기후 공약을 냈지만, 온실가스 감축 목표나 탄소중립 로드맵을 직접 제시한 후보는 21명에 그쳤다. 교통패스나 요금 지원 같은 생활밀착형 공약은 많았지만, 전기버스 확대, 건물 친환경 새 단장(그린 리모델링), 히트펌프, 도시형 재생에너지 같은 구조적 감축 공약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문제는 기후 대응을 말하면서도 배출 증가가 우려되는 개발 공약이 함께 제시됐다는 점이다. 데이터센터 유치를 말한 후보는 52명이었지만, 재생에너지나 수열 활용 같은 전력·냉각 대책을 함께 언급한 후보는 4명뿐이었다. 플라스틱 협약이 그렇듯 지방선거의 기후 공약도 선언보다 이행이 문제다. 기후 위기 앞에서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구호가 아니라, 줄이겠다는 목표와 그 목표를 실행할 구체적 약속이다.

황덕현 경제부 기후환경전문기자 © 뉴스1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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