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노쇼' 권경애 피해 유족, 재판소원…"재판받을 권리 침해"(종합)

사회

뉴스1,

2026년 6월 01일, 오후 06:14

이른바 '재판 노쇼'로 피해를 입은 고(故) 박주원 양의 어머니 이기철 씨. 2024.9.11 © 뉴스1 이승배 기자

학교폭력 피해자 유족이 소송대리인이었던 권경애 변호사의 재판 불출석으로 패소 확정판결을 받은 데 대한 위자료 책임을 제한적으로 인정한 대법원 판단에 불복해 헌법재판소에 재판소원을 제기했다.

고(故) 박주원 양의 어머니 이기철 씨 측은 1일 헌재에 재판소원을 청구했다.

이 씨 측은 청구서에서 "대법원이 6개의 상고이유를 한 문장으로 기각함으로써 판결 이유 기재 의무를 위반해 청구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상고이유 대부분에 관해 결론만 제시했을 뿐, 그 이유에 대해선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는 취지로만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어 "이유가 없는 재판은 판단이 있었는지조차 확인할 수 없으므로 당사자 주장에 실질적으로 아무런 대답이 없는 재판과 다름없다. 재판의 본질에 반한다"며 "이질적인 쟁점의 결론을 묶어 '법리 오해가 없다'는 정도의 한 문장으로 기재한 것은 간략한 이유의 문제가 아니라, 이유가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달 29일 이 씨가 권 변호사와 법무법인 해미르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권 변호사가 이 씨에게 6500만 원을 지급하고, 해미르는 별도로 220만 원을 지급하라고 한 부분에 대해 원심 판단을 그대로 확정했다.

다만 이 씨의 약정금 청구를 기각한 부분에 대해선 원심 판단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권 변호사는 2016년 이 씨가 서울시 교육감과 학교폭력 가해 학생 부모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대리인을 맡았으나, 2심에 세 차례 불출석해 2022년 11월 원고 패소 판결을 받게 했다.

민사소송법상 항소심 소송 당사자가 재판에 2회 출석하지 않으면 1개월 이내에 기일 지정을 신청할 수 있다. 이때 기일 지정을 신청하지 않거나 새 기일에 출석하지 않으면 항소가 취하된 것으로 간주한다.

권 변호사는 이듬해 이 씨에게 패소한 사실을 알리면서 3년간 매년 말까지 각각 3000만 원을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이행 각서를 작성해 교부했다.

이에 이 씨는 권 변호사의 불법행위와 법무법인 구성원의 연대책임을 주장하며 2억 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권 변호사와 법무법인 해미르가 공동으로 이 씨에게 5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심은 1심보다 다소 늘어난 6500만 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해미르에는 별도로 2심 수임료의 절반에 해당하는 220만 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그러나 이 씨 측이 추가로 주장한 이행 각서에 따른 약정금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은 "이행 각서 작성 당시 권 변호사의 잘못이 언론 기사화 등으로 확산되지 않는 것을 약정금 지급 조건으로 했는데, 결국 언론에 보도됨에 따라 조건이 성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권경애 변호사. 2020.9.25 © 뉴스1 민경석 기자

대법원은 위자료, 소송위임계약 종료에 따른 수임료 청산금 청구 판단에 대해선 원심이 옳다고 보고 그대로 확정했다.

그러나 이 씨의 약정금 청구 부분을 다시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이 사건 이행 각서에 약정금 지급의 조건은 전혀 명시돼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지급조건 존재 여부의 해석이 문제가 될 정도의 관련 문언도 기재돼 있지 않는다"며 "내용상 문언의 객관적 의미가 명확하고, 그 기재 내용이 달리 해석될 여지도 별로 없다"고 했다.

이어 "권 변호사는 법률전문가인 변호사이므로 이행 각서의 작성 의미와 내용을 잘 이해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지급 조건을 이행 각서 내용으로 하기로 이 씨와 합의했음에도 이를 기재하지 않았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대법원은 '9000만 원을 주겠다'던 각서 하나만 다시 보라고 돌려보냈다"며 "내가 정말 묻고 싶었던 나머지는 권 변호사가 왜 그랬는지,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였지만 대법관은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는 한 문장으로 끝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각하더라도 왜인지는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닌가. 이유도 안 적은 판결은 국민이 재판받을 권리를 빼앗는 행위"라며 "나는 왜 안 되는지 들어야 할 권리가 있고 국민의 권리를 지키는 헌재는 답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적었다.

sae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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