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탄소배출원' 아이 낳아도 될까…기후영화의 종말낙관 질문 [황덕현의 기후 한 편]

사회

뉴스1,

2026년 6월 06일, 오전 07:30

영화 'AI: 나는 어떻게 종말낙관주의자가 되었나'에 등장한 샘 올트먼 오픈AI 대표 © 뉴스1

인공지능(AI)이 대세인 시대라서일까. 기후·환경 문제도 이제 AI를 빼고는 이야기하기 어려워졌다. 제23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영화 'AI: 나는 어떻게 종말낙관주의자가 되었나'는 인류에게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 기후위기를 만든 인류가, AI까지 밀어붙이는 세계에서 아이를 낳아도 되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사실 방점은 '아이를 낳아도 되느냐'라기 보다 '어떤 세계에서 아이를 살게 할 것이냐'는 물음이다. 다니엘 로허 감독은 아내의 임신과 출산을 앞두고 AI 산업의 핵심 인물과 비판자들을 찾아가는 과정을 필름에 담았다. 감독 자신이 종말론자도, 무조건적 낙관론자도 아닌 '종말낙관주의자'가 되어 가는 여정을 담았다.

영화에는 오픈AI의 샘 올트먼 대표, 앤트로픽(Anthropic)의 다리오 아모데이,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 데미스 허사비스 등 AI 산업을 이끄는 인물들이 나온다. AI 발전을 주도하는 인물뿐 아니라 위험을 경고하는 연구자와 비판자들도 등장한다.

영화는 AI를 인류 멸망의 도구로 단정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만능 해결책으로 포장하지도 않는다. 한쪽에서는 인공일반지능(AGI)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른 쪽에서는 AI가 질병 치료, 교육, 노동 해방, 기후위기 대응에 쓰일 수 있다는 낙관도 제시된다.

환경영화제가 이 영화를 개막작으로 고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AI는 더 이상 디지털 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기를 쓰고, 서버 냉각에는 물이 필요하다. 반도체 생산에는 광물과 화학물질, 글로벌 공급망이 따라붙는다. 동시에 AI는 전력망 운영, 기상예측, 재난 대응, 신소재 개발, 에너지 수요 관리에 쓰일 수 있다. 해결책이면서 부담일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샘 올트먼 오픈AI 대표를 접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0.1 © 뉴스1 허경 기자

기후위기 대응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숱하게 나왔다. 기술이 해결할 것이라는 기대다. 탄소포집(CCS), 소형모듈원전(SMR), AI 예보까지 기술 목록은 계속 늘어난다. 그러나 기술은 저절로 선해지지 않는다. 기술이 누구의 통제 아래 있는지, 비용을 누가 부담하는지, 피해가 어디로 밀려나는지 묻지 않으면 기술 낙관은 또 다른 면죄부가 된다.

로허 감독의 전작을 보면 이 영화의 시선이 조금 더 분명해진다. 그는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Alexei Navalny)의 독살 시도와 귀국, 구속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 '나발니'(Navalny)로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받았다. 권력자를 직접 바라보고, 위험한 질문을 피하지 않는 방식이 그의 전작을 이끌었다. 이번 영화에서 그 시선은 실리콘밸리 권력으로 향한다. 군복을 입은 권력은 아니지만, 미래의 규칙을 먼저 쓰고 있는 권력이다.

이 영화는 AI를 다루지만 AI처럼 보이려 하지 않는다. 로허의 노트, 손그림,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같은 수작업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쓴다. AI가 창작 노동을 대체할 수 있다는 불안을 다루는 영화가 오히려 인간의 손으로 만든 이미지를 택한 것이다. 기술의 문제를 다시 인간의 손끝으로 끌어오는 선택이다.

물론 영화가 모든 질문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것은 아니다. AI 기업 최고경영자들이 책임 문제에 모호하게 답할 때 더 비판적으로 몰아붙이진 않는다. '열린 결말' 같은 이야기에 시민과 관객에게 책임을 나누는 듯한 인상도 준다.

AI가 기후위기를 늦출 도구가 될지, 더 많은 전기와 물을 요구하는 산업이 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기술은 스스로 좋은 방향으로 가지 않는다. 인간이 묻고, 감시하고, 때로는 멈출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이 AI 영화는 '인류의 방향'과 '기술의 목적'을 묻고 있다. 인류가 어떤 세계를 만들고, 어떤 세계를 다음 세대에게 넘길 것인가에 대한 탐구다. 이미 온 AI 시대에, 기후위기의 해법과도 다르지 않다. 맹목적 낙관이나 공포가 아닌 기술의 속도를 따라잡을 만큼 충분한 질문이다.

황덕현 경제부 기후환경전문기자©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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