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새별의 안성열 대표변호사(왼쪽)와 윤민선 파트너 변호사가 지난달 12일 서울 서초구에 있는 새별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5.12 © 뉴스1 최지환 기자
"개인 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청년을 대하는 방식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청년들이 불합리한 일을 당했을 때 제대로 된 어른들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가 있다는 걸 알리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법무법인 새별의 윤민선 파트너 변호사는 지난달 12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새별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면서 '프랜차이즈 카페 음료 3잔 횡령 고소 사건'의 아르바이트생이자 피고소인 20대 여성 A 씨를 변호하게 된 계기를 돌아봤다.
먼저 이 사건을 맡은 노무법인 피플의 이지환 대표 노무사가 윤 변호사에게 형사사건 공익 변호를 요청했다. 그러나 윤 변호사는 선뜻 수락할 수 없었다. 설립된 지 채 1년이 안 된 법무법인에서 속된 말로 '돈이 안 되는 사건'을, 오히려 자기 돈을 써가며 사건을 맡는 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그런 윤 변호사의 마음을 흔든 건 절규에 가까운 A 씨의 한 마디였다. "제 스무살이 너무 끔찍해요. 제 스무살은 누가 돌려주나요?"
윤 변호사는 "A 씨와 세 살 차이 나는 아들이 있다. 제 아들도 2~3년 뒤에 알바를 하다가 A 씨와 같은 일을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엄마의 마음으로 변호를 맡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윤 변호사는 같은 법무법인의 안성열 대표 변호사와 함께 A 씨에 대한 변호에 나서게 됐다. 두 변호사는 지난달 29일 청원경찰서의 2차 조사에 출석하는 등 A 씨의 무죄를 주장하기 위해 서울과 청주를 오가며 동분서주하고 있다.
점주, 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취하…알바생, 공갈 혐의로 고소
충북 청주에 있는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아르바이드를 하던 A 씨는 흔히 말하는 일 잘하는 '에이스'로 평가받았다. 그래서 점포의 영업이 종료되는 시간대에 근무하며 마감을 돕는 역할도 맡았다.
하지만 A 씨는 하루아침에 피고소인 신분으로 전락했다. A 씨가 퇴근길에 음료 3잔, 약 1만 2800원 상당을 무단으로 제조해 가져갔다는 이유로 지난해 12월 4일 지점장 B 씨로부터 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소당한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B 씨는 고소를 취하했지만, 업무상 횡령죄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어서 수사는 계속되고 있다.
이에 앞서 청주에 있는 같은 프랜차이즈 카페 다른 지점의 실질 운영자 C 씨는 A 씨가 모두 112개 품목 총 35만5000원 상당의 음료 등을 무단 취식했다며 합의금 550만 원을 요구해 A 씨로부터 이를 받아냈다.
이 과정에서 C 씨가 A 씨에게 "이제 점주들끼리 정보를 공유하기로 했다", "이 충청도 내에서는 ○○○(프렌차이즈명) 근무 못 하게 될 것. 미친 X라이네 이거" 등 욕설과 함께 취업 제한을 암시하는 발언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A 씨는 C 씨를 공갈 혐의로 경찰에 고소해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후 논란이 확산하자 C 씨는 A 씨에게 합의금 전액을 돌려주고 사과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B 씨와 C 씨는 친분이 있는 관계로, 이 때문에 A 씨가 C 씨의 지점에서도 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A 씨는 같은 프랜차이즈 카페의 또 다른 지점에 방문한 적이 없는데 자신의 개인정보로 음료가 결제됐다 취소된 사실을 알고,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B 씨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해 사건이 검찰로 넘어간 상태다.
법무법인 새별의 안성열 대표변호사가 지난달 12일 서울 서초구에 있는 새별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5.12 © 뉴스1 최지환 기자
"버려지는 음료 알바생이 가져가면 안 된다고 명시적 지침 준 적 없어"
억울함을 호소하는 A 씨는 과연 잘못이 없을까.
변호사들에 따르면 A 씨가 일했던 지점들의 점주들은 A 씨에게 '하루 한 잔의 음료를 마셔도 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하루 두 잔 이상의 음료를 마실 때는 자신의 카드로 비용을 결제했다는 게 A 씨의 주장이다.
A 씨는 폐기 음료를 가져 나가기도 했는데, 이를 가져가면 안 된다고 점주들이 얘기한 증거가 있다면 A 씨의 잘못일 수 있다. 그러나 윤 변호사는 "점주들은 버려지는 걸 알바생이 가져가면 안 된다고 명확하게 지침을 준 적이 없다"고 짚었다. 안 변호사는 "핵심은 업무상 횡령 고의가 없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사건 발생 이후 수습 과정에서 벌어진 감정 섞인 훈계와 과도한 합의금 요구 등 점주들의 언행들도 도마 위에 오른 상태다. 안 변호사는 "합의금 550만 원을 받은 것도 문제다. 이게 과연 알바생의 잘못을 지적할 때 사회 통념상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인가"라고 반문했다.
윤 변호사는 "A 씨는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재수하면서 10년 넘게 국어 교사가 되겠다는 꿈 하나를 붙잡고 살아왔다"며 "상처가 너무 컸던 A 씨는 결국 대인기피증으로 인해 교사를 더 이상 할 수 없다고 생각해 다른 학과로 진학했다"고 설명했다.
윤 변호사는 "A 씨를 포함해 다른 알바생들이 무전취식을 많이 했다면서 사진과 주민등록번호, 각각 몇 잔이라고 정리해 언론사에 제보도 했다고 한다"며 "거기에 개인정보가 다 들어있는데, A 씨뿐만 아니라 알바생 여러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새별의 윤민선 파트너 변호사가 지난달 12일 서울 서초구에 있는 새별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5.12 © 뉴스1 최지환 기자
"법률 도움 필요한 사람 여전히 많아…사연 채택해 공익 변호하기로"
두 변호사가 A 씨를 변호하면서, 같은 프랜차이즈 카페 다른 지점의 또 다른 피해 알바생이 연락을 해왔다고 한다. 알바생에게 무전취식을 이유로 합의금을 요구한 비슷한 내용의 사건이다. 최근 이처럼 알바생들을 향한 점주들의 '소악행'(小惡行)으로 빚어진 사건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는 게 안 변호사의 설명이다.
윤 변호사는 "A 씨는 부모님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드리려고 알바를 한 건데, 오히려 부모님께 폐를 끼친 꼴이 됐다"며 "경제성장률, 출생률, 취업률 등 때문에 상실감을 느끼고 있는 20대 청년들에게 꿈과 희망 줄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은데, 알바하면서까지 이런 일을 당한다면 너무 슬플 것"이라고 말했다.
안 변호사도 "알바생을 상대로 약점을 잡아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고 하는 소악행은 청년들 입장에서 엄청 큰 범죄"라며 "알바생이 새로 올 때마다 정리된 매뉴얼을 주면 시비가 줄어들 것이다. 점주가 직접 매뉴얼을 만들기 어렵다면 본사 차원에서라도 도움을 주면 좋겠다"고 바랐다.
안 변호사는 과거 법률상담 등 프로보노 활동을 하면서 보람뿐만 아니라 회의감 또한 많이 느꼈다고 한다. 사건 의뢰인과 생각이 다를 때가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해당 법률 서비스로 인해 부정적인 결과를 얻었다며 변호사를 탓하는 사람도 있었기 때문이다. A 씨 사건을 맡을지 고민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A 씨 변호를 계기로 주변에 법률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여전히 많다는 점을 새삼 느꼈다는 안 변호사. 그는 향후 어려움에 부닥친 사람들의 사연들을 받은 뒤 특정 사건을 채택해 공익 변호를 하는 프로보노 활동을 법무법인 차원에서 활성화하기로 다짐했다.
안 변호사는 "아직도 맞으면서 운동을 하는 운동부 학생 등 인권 사각지대가 있다고 한다. 특히, 집안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많은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프로보노 활동의 활성화 의지를 보였다. 윤 변호사 또한 앞으로 여성 인권 보호를 위한 프로보노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
pej86@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