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인혁 헌재 사무처장 "재판소원, 헌법국가 실현 최종단계…첫 결정 늦지 않을 것"

사회

뉴스1,

2026년 6월 08일, 오전 07:00

손인혁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은 2일 서울 종로구 헌재 집무실에서 진행된 뉴스1과 인터뷰에서 "재판소원은 헌법국가 실현을 위한 최종 단계"라며 '4심제' 우려에 대해서는 "실질을 도외시한 오해"라고 말했다. © 뉴스1 최지환 기자
"재판소원은 헌법 국가가 실현되기 위한 최종적 단계라고 보면 됩니다." 손인혁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은 재판소원 제도의 의미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그동안 법률 자체에 대한 헌법적 통제는 가능했지만, 법원이 구체적 사건에서 법률을 어떻게 해석·적용하는지에 대해서는 공백이 있었다는 것. 그 공백 지대를 메우는 제도가 바로 재판소원이라는 설명이다.

제도에 부여된 무게감처럼 운용은 신중했다. 올해 3월 12일 시행 이후 약 3개월 동안 헌재에는 재판소원 800건(2일 기준)이 접수됐지만 전원재판부에 회부된 사건은 6건뿐이었다. 나머지 사건 중 676건은 재판소원 요건을 갖추지 못해 사전심사 단계에서 걸러졌다.

손 처장은 지난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재 집무실에서 진행된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재판소원의 취지와 운용 현황, 법원과의 관계, 제도의 미래까지 털어놨다. 지난해 9월 취임한 그가 언론 인터뷰에 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헌법재판제도의 정상화…기본권 보장 공백 메운다"
손 처장은 재판소원을 "기본권 보장의 공백 지대를 없애고 국가권력의 헌법기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정의했다. 법원의 재판을 통해 기본권 침해가 구제되지 않을 경우, 헌재가 최종적으로 헌법적 판단에 나서는 것이 재판소원의 본질이라는 설명이다.

1988년 헌재 출범 뒤 38년 만에 이뤄진 재판소원 도입에 대해선 "헌재 구성원과 헌법학계의 간절하고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 덕분"이라며 공을 돌렸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것"이라며 몸을 낮췄다.

가장 중요한 과제로는 "헌재가 어떤 사건을 전원재판부로 회부해 본안 판단할 것인지 선별하는 것"을 꼽았다. 기준이 자의적일 경우 비난받을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재판관들이 1주일에 한두 번 간담회와 평의를 통해 회부 기준 정립을 위한 심도 있는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도 전했다.

그는 또 "재판소원 제도 자체가 정치적 성격을 가지거나 목적을 갖는 제도가 아니라, 글자 그대로 기본권 구제의 가장 최종적인 단계라고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4심제는 오해…법률 해석의 위헌성 따지는 독자적 헌법심"
전체 접수 건의 0.75%에 해당하는 극소수 사건이 전원재판부에 넘겨지면서, 이들 6건의 사건을 두고는 다양한 의미 부여가 이뤄지고 있다.

심리불속행 기각, 항소각하 결정 등 절차 문제를 제기하는 사건이 회부되는가 하면, 재건축조합 현황도로 무상양도 판결, 고 이예람 중사 특검의 압수수색 영장 집행 결정처럼 법원의 법률 해석 자체가 위헌적이라고 주장하는 사건도 심판대에 올랐다.

이를 두고일각에서는 사실상 '4심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헌재가 대법원 위에 군림하려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뒤따랐다.

손 처장은 이를 "형식만 강조하고 실질을 도외시한 오해"라고 잘라 말했다. 사실인정이나 증거평가, 단순한 법률 해석·적용은 법원의 영역이고, 재판소원은 그 해석·적용이 기본권 침해로 이어졌는지를 심사하는 '독자적인 헌법심'이라는 것이다.

재판이 기본권을 침해하는 계기는 다양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재판 자체가 적법절차를 위반한 경우뿐 아니라 재판에 적용된 법률이 위헌인 경우, 또는 법률은 합헌적이지만 법원이 위헌적으로 해석해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도 심사 대상이 된다. 반면 사실인정이나 단순 법리 다툼, 재판 불복에 해당하는 경우는 요건 미비로 각하된다.

이는 과거 한정위헌 결정을 둘러싼 헌재와 법원의 긴장 관계와도 맞닿아 있다. 법률 자체가 아니라 특정한 해석·적용의 위헌성이 문제 되는 경우, 재판소원 제도 안에서 보다 명확한 심사가 가능해졌다는 의미다.

손 처장은 절차의 공정을 다투는 청구가 재판소원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봤다. 그는 "법원 재판이 정당하려면 절차와 내용이 모두 헌법에 합치해야 한다"며 "재판 내용으로 다투는 청구와 마찬가지로 절차의 공정을 다투는 청구도 많은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고 했다.

초기 회부 사건에 대형 로펌, 법률 전문가가 관여한 사건이 많다는 지적에는 단호하게 반박했다. 그는 "일반 법원 재판과 달리 헌법재판은 헌재가 스스로 쟁점을 발견하고 증거자료를 수집해 판단하기 때문에 대리인의 역량이 결론을 좌우하는 정도가 훨씬 덜하다"고 했다. 실제로 대형 로펌이 대리한 초기 사건 대부분이 적법 요건을 갖추지 못해 각하됐다는 점도 언급했다.

손인혁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은 2일 서울 종로구 헌재 집무실에서 진행된 뉴스1과 인터뷰에서 재판소원 첫 결정 시점에 대해 "늦지 않을 것"이라며 "K-재판소원이 아시아의 표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 뉴스1 최지환 기자

"재판소원에 헌재·법원 긴장 아냐…판결문이 이미 법원 입장"
심리불속행 사건이 첫 회부 사건으로 선택된 만큼 헌재와 법원 간 긴장 관계가 부각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심리불속행 사건은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한 상고이유에 해당되지 않을 경우 대법원이 심리를 하지 않고 상고기각할 수 있는 있는 것으로, 대법원 사건 중 70% 이상이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처리되고 있다.

손 처장은 이에 대해 "헌재가 위헌법률심판이나 헌법소원 심판을 통해 법률·행정부 행위의 위헌성을 심사한다고 해서 헌재와 국회·행정부 간에 긴장 관계가 발생한다고 지적하지 않는다"며 "재판소원도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한 "헌재는 효율적인 상고심 절차를 위해 심리불속행 제도가 합헌이라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구체적 사안에서 심리불속행에 해당하는 사안인지, 그로 인해 침해된 기본권은 없는지 들여다보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이 재판소원 1호 사건인 '녹십자 사건'에 대한 답변서를 기한인 지난 4일까지 제출하지 않은 것도 주목된다. 손 처장은 "답변서 제출 여부는 피청구인인 법원의 재량이라 헌재가 강제할 방법은 없다"면서 "법원의 재판기록과 판결문이 이미 존재한다. 그것만으로도 법원이 어떤 입장에서 어떤 판단을 했는지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기록 송부 체계 구축을 위한 실무 협의도 속도를 내고 있다. 법원행정처 재판소원 담당 부서와 헌재 사무처 실무진은 오는 12일 경기 성남 대법원 전산정보센터에서 기록 공유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손 처장은 "보안 문제와 종이로 송부할지, 전자기록 형식으로 할지 방식의 문제만 남아있는 것"이라며 "기술적인 면만 갖춰지면 어려운 사안은 아니다"라고 했다.

"첫 결정 늦지 않을 것…K-재판소원, 아시아 표준 될 수 있다"
손 처장은 재판소원의 첫 결정 시점에 대해 "늦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히려 다른 사건보다 심리가 빠를 수도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법률 전체의 위헌 여부를 포괄적으로 따지는 사건과 달리 구체적 재판에서 법원이 법률을 어떻게 해석·적용했는지, 기본권 침해가 있었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전심사를 담당하는 연구관들의 열정도 과거보다 강하고, 재판부의 논의 수준과 밀도도 놀랄 만큼 높다고 전했다.

다만 "재판소원 허용 후 첫 결정인 만큼 리딩 케이스가 돼 향후 제도 운용의 방향을 가늠하는 기준이 될 것이기에 재판관들이 매우 신중하게 임하고 있다"고 했다.

재판소원의 의미는 국내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지난달 열린 아시아헌법재판소연합(AACC) 연구관 국제회의에서는 외국 헌법 재판기관 관계자들이 한국의 재판소원 도입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그는 "한국이 재판소원을 도입했다는 것이 아시아 국가들에 주는 영향은 매우 클 것"이라며 "K-재판소원이 아시아의 표준이 될 수 있다는 말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국민에게 조금 더 여유를 갖고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손 처장은 "헌재의 38년 경험과 많은 열정이 결합한다면 머지않아 나름의 기준을 제시하고, 학계와 국민의 평가를 받을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조금은 여유를 갖고 지켜봐 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saem@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