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반발한 시민들이 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개표소 앞에 모여 재선거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6.8 © 뉴스1 김진환 기자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6·3 지방선거 재선거를 요구하는 이들의 시위가 8일 사상검증과 무리한 신원 확인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시위자들은 개표소로 지정된 서울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 이날 모여 "부정선거 재선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시위 초반 구호는 "재선거"에만 한정됐지만 이제는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양상으로 바뀌었다.
현장에서는 시위자들끼리 사상을 검증하는 듯한 대화도 포착됐다.
미국 대선에서 부정선거론의 구호로 쓰인 'Stop the Steal(스탑 더 스틸)' 모자를 쓴 한 남성은 한 여성 시위자가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소속으로 의심된다며 "김정은 X새끼 해봐"라고 사상검증을 시도했다. 여성이 이에 응하자 남성은 "우리가 서로 의심하게 만드는 게 문제야"라고 투덜댔다.
대진연에 대한 경계는 구호를 둘러싼 견해차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재선거 요구 시위는 초반까지만 해도 "재선거"로 구호가 한정됐으나 점차 "부정선거"를 외치는 이들도 늘어나면서 '재선거만 외치는 이들은 프락치'라는 유언비어가 함께 확산했다.
시위자 사이에 분란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곳곳에 '재선거 이외 구호는 자제하자'는 안내장이 붙었으나 현장에서의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이날 현장에서는 한 청년 유튜버가 "좌파가 여기 와서 재선거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잘못된 거냐"고 따지자, 중장년 남성이 "좌파가 여기 있으면 안 된다. 나는 모가지 걸고 나왔다"고 말했다가 실랑이가 붙었다.
이를 말리던 직장인 이 모 씨(27·남)는 "두세시간에 한 번씩은 중재할 일이 있다"며 "대진연 프레임이 나오고부터는 재선거만 외치자는 사람에게 '너 대진연이냐'라고 둘러싸서 강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니 싸움으로 번지는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사상검증은 지난해 3월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국가인권위원회 점거와 부정선거 집회 등에서도 자행된 바 있다.
그런가 하면 오전에는 대만 출신의 외신 기자가 중국인으로 몰려 포위당하고, 핸드볼 경기장에 들른 핸드볼 여성 유소년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소지품 검사를 강요받았다. 이들은 제25회 세계여자주니어선수권대회(U20) 출전을 앞두고 연습 중 공인구를 가지러 온 참이었다.
8일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 경기장에서 핸드 여성 유소년 국가대표팀 선수가 소지품 검사를 강요하는 시위자들에게 둘러싸여 가방을 열고 있다. 2026.06.08/© 뉴스1 김범수 기자
일부 시위자는 선수들을 향해 "간첩들, 뭐 갖고 나가 X새끼들아"라고 몰아세우며 가방을 내놓으라고 재촉했다. 선수들은 "이러지 마세요"라고 호소했지만 결국 땅바닥에 가방을 펼쳐 보이고서야 현장을 벗어날 수 있었다.
대한핸드볼협회에 따르면 현재 선수들은 오는 22일 출국을 앞두고 막바지 훈련 중이다. 협회 관계자는 선수들이 핸드볼 경기장에 들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국제대회에서 정해진 공식 공인구는 국제 우편으로 받기 때문에 시중에서 구할 수 없다. 대한민국에서 핸드볼 경기장 안에 있는 게 끝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훈련 장소야 옮기면 되고, 다른 것들이야 대체 방안이 있지만 공인구는 대체재가 없다. 대회를 앞두고 선수들도 새로운 공인구에 적응해야 했다"고 했다.
발이 묶이긴 협회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15명가량의 대한핸드볼협회 직원은 재택근무로 전환해 업무를 수행 중인데, 핸드볼 경기장 내에는 핸드볼 외 기타 종목 사무실도 입주해 있어 여파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서울시 실시간 도시 데이터에 따르면 오후 3시 기준 올림픽공원 내 실시간 인구는 9500명~1만 명으로 집계됐으며 60대 이상이 25.7%로 가장 많았다.
realkwon@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