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에 이용말고 재발방지책 마련해야"…대학가, '투표용지 부족사태' 규탄(종합)

사회

이데일리,

2026년 6월 10일, 오후 07:39

[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강민혁 김태섭 정유진 수습기자] “이 사안이 단순한 행정 실수가 아닌 국가에 의한 기본권 침해임을 직시하라.”

10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캠퍼스에서 투표용지 부족사태를 규탄하는 시국선언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강민혁 수습기자)
6·10 민주항쟁 기념일인 10일 오후 6시에 맞춰 전국 곳곳의 대학 캠퍼스에서 6·3 지방선거에서 벌어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개혁을 촉구하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날 공동 시국선언에는 건국대·경희대·고려대·부산대·서강대·서울과기대·서울대·서울시립대·성균관대·숙명여대·숭실대·연세대·전남대·전북대·충북대·한국외대·한양대·홍익대 등 총 18개 대학이 참여했다.

서울대학교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는 시국선언을 통해 “참정권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며, 한 사람에게 보장된 한 표의 가치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훼손돼서는 안된다”며 △철저한 진상 조사 및 책임자 처벌 △실효적 재발 방지 대책 수립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구조 개혁 △독립적 개혁 감시기구 구성 및 개혁 과정 공개 등을 촉구했다.

연세대학교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역시 “참정권은 국가가 베푸는 호의나 행정 서비스가 아닌 헌법이 보장한 민주공화국의 출발점”이라며 유권자들의 주권 훼손 사태를 비판했다. 그들은 “이것은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것은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으로 남을 수 있는가에 관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고려대학교 총학생회도 시국선언을 통해 “지난 6월 3일 일부 유권자의 의사가 온전히 반영되지 못한 현실 앞에서 우리는 선거관리위원회에 민주주의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진상규명, 선거관리위원회 쇄신, 청년 세대 참여 보장, 공론장을 통한 민주주의 회복 등을 요구했다.

10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캠퍼스에서 투표용지 부족사태를 규탄하는 시국선언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정유진 수습기자)
학생들은 시험 기간임에도 시국선언에 참여해 목소리를 냈다. 학생들은 특히 이번과 같은 관리 부실로 참정권이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철저한 재발 방지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서울대 재학생인 전재욱(20세)씨는 “헌법적 권리가 훼손됐는데 시험이라고 참석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스스로 부끄러울 것 같아 나왔다”며 “책임자 처벌도 처벌이지만 선관위 개혁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려대 재학생 이철우(22세)씨는 “여야를 떠나 선관위 행위가 규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학우들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해서 오게 됐다”며 “이번 사태는 시민과 언론, 대학 등이 모두 감시하면서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청년들의 목소리를 정쟁에 이용하려는 정치권을 향한 비판도 나왔다. 고려대 시국선언에 참여해 발언한 박정훈씨는 “정략적 계산에 몰두하고 있는 정치권의 자성을 촉구한다. 공방이 길어질수록 불신과 음모론만 불거지기 마련인데 정치인들이 음모론에 앞장서고 있다”며 “진정한 민주주의라면 철저한 진상 규명과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연세대 시국선언에 참여해 발언한 김도현씨는 “선거는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약속인데 약속이 흔들렸다면 당연히 묻고 따져야 한다”며 “한편으로는 이 정당한 문제제기가 증거 없는 단정으로, 또 다른 불신과 혐오로 가게 할 수 없기 때문에 분노하되 휩쓸리지 않고 책임을 요구하되 앞지르지는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공동 시국선언에 참여한 대학들이 일제히 자신들의 메시지가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을 경계하고 있는 가운데 현장에서 일부 강경 발언이 나오자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연세대 시국선언에 참여해 발언한 김민수씨가 “지난해 계엄을 옹호한 사람들이 다시 자신들의 주장을 확대해 재생산 중”이라고 하자 또 다른 학생들은 “그같은 발언은 좌든 우든 극단적인 방식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다분하다”며 반발했다.

1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캠퍼스에서 투표용지 부족사태를 규탄하는 시국선언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김태섭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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