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장례는 하루만 할게요"…1인가구 홀로 준비하는 '품위사'

사회

뉴스1,

2026년 6월 11일, 오전 06:00

10일 서울 종로구 무계원에서 열린 품위사 교육 '나의 장례를 부탁해'에서 참석자들이 장례 방식과 사전 준비 절차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2026.6.10/뉴스1 © News1 이비슬 기자

"장례를 간소하게 하겠단 생각은 늘 했는데 음식, 수의, 관 같은 것까지 미리 고민을 해야하는지는 몰랐네."

김기환 씨(82)는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무계원에서 열린 품위사 교육 '나의 장례를 부탁해' 수업을 마친 뒤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담담하게 말했다.

아내·자녀와 떨어져 수십 년째 홀로 살고 있다는 김 씨는 "평생 자녀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커 장례는 가능한 간소하게 치르고 싶었다"며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번 교육을 통해 내 마지막을 어떻게 준비할지 고민해 볼 수 있어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고 말했다.

품위사(品位死·Well-Dying)는 고독사나 무연고 사망이 아닌 존엄하게 생을 마감하는 것을 의미한다. 삶의 마지막을 스스로 준비하고 매듭지을 수 있도록 결정하는 죽음이다.

종로구는 고독사나 무연고 사망이 아닌 존엄한 죽음을 스스로 준비할 수 있도록 6월 한 달간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가운데 고독·고립 위험이 높은 50세 이상 1인가구 80명을 대상으로 '종로 품위사 교육'을 진행한다.

이날 첫 수업에는 머리가 희끗한 고령층 어르신 약 20명이 참석해 장례 방식과 사전 준비 절차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의자에 앉아서도 지팡이를 짚고 몸을 기대던 한 여성의 손등에는 검버섯이 짙게 피어 있었다.

참석자들은 가정이나 직장에서 치르는 다양한 유형의 장례식에 관해 배우며 빼곡히 메모하거나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장례식 평균 비용이 2000만 원에 달한다는 정보가 공유되자 장내가 잠시 술렁이기도 했다.

스스로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은 우울하게 흐르지만은 않았다. 교육 중간중간 참석자들은 "장례는 이틀만 하고 싶다", "수목장으로 장례를 치르고 싶다"고 적극적으로 희망 사항을 표현했다. 한 남성은 머쓱한 듯 웃으며 "죽으려고 너무 서두르는 것 같아서, 좀 나중에 하면 안 되겠느냐"고 했다.

10일 서울 종로구 무계원에서 열린 품위사 교육 '나의 장례를 부탁해'에서 참석자들이 작성한 사전장례의향서와 무연고사망자지수. 사전장례의향서는 법적 효력은 없다. 무연고사망자지수 총점이 높을수록 무연고 사망자가 될 확률이 높다는 의미다. 2026.6.10/뉴스1 © News1 이비슬 기자

이날 교육에서는 모의 사전장례의향서도 작성했다. 참석자들은 상주를 맡길 사람과 부고를 알릴 범위, 종교, 장례 기간, 음식 비용·형식, 제단 장식, 헌화용 꽃, 수의·관·운구차 종류, 매장 방식까지 항목별로 자기 의사를 적고 주변과 공유했다.

장례 기간은 1일장, 장례식장 식대는 인당 1만 원 이상을 선택한 유준형 씨(83)는 "죽은 뒤에는 아무에게도 부담 주고 싶지 않다. 부고 알림도, 제단 장식도 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만약 형제가 온다면 굶겨 보낼 수는 없으니까 1만 원 이상은 먹여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보건복지부의 2024년 고독사 발생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고독사 사망자의 62.9%가 50·60대로 나타났다. 종로구 전체 약 6만 4600가구 가운데 약 3만 가구가 1인가구이며 이 가운데 중장년(29.5%)·노년(20.5%)이 절반을 차지한다.

종로구 관계자는 "실제로는 복지 담당자의 가정 방문이나 동주민센터 상담 과정에서 정식 사전장례의향서를 받아 희망하는 장례 방식과 연락할 사람 등의 내용을 전산으로 관리한다"며 "이후 무연고 사망할 경우 이 기록을 토대로 고인의 뜻을 장례에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서울시는 2018년 3월 '서울특별시 공영장례 조례'를 제정해 무연고 사망자와 장례를 치르기 어려운 저소득층의 장례를 지원할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같은 해 5월부터 빈소와 추모의식 등을 지원하는 공영장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무연고 사망자가 발생하면 자치구가 장례를 맡을 연고자가 있는지 확인하고 서울시 협약기관, 상조회사가 실제 장례를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종로 품위사 사업은 지난 4월 서울시 '2026년 약자와의 동행' 공모사업에 선정돼 올해 첫 시행 중이다. 이날과 같은 장례 준비 교육뿐 아니라 평소 건강·생활 실태 파악과 안부 확인, 돌봄·복지서비스 연계, 사후 장례 지원까지 1인가구의 삶 전반을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b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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