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지난 2022년 당시 미성년자였던 A씨는 아버지를 폭행해 입건됐다. 하지만 아버지는 선처를 요구했고 결국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약 4년이 지나고 성인이 된 A씨는 지난 1월 술을 마시고 귀가한 뒤 “계란이라도 먹고 가라”는 아버지의 말에 격분해 청소용구와 주먹으로 폭행했다. 나흘 뒤에는 자신을 ‘패륜아’라고 불렀다는 이유로 다시 아버지를 때려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혔다. 피해자인 아버지는 재판 과정에서도 아들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재판부는 재범 위험성이 크다고 보고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인공지능(AI)으로 생성한 이미지.
10일 이데일리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달희 의원실(국민의힘)을 통해 입수한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검찰에 접수된 존속상해 피의자는 3102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구속 상태로 정식재판에 넘겨진 인원은 48명으로 전체의 1.5%에 불과했다.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인원(66명)까지 합해도 전체의 3.7%에 그쳤다.
반면 검사가 재판에 넘기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불기소 처분은 1558명으로 50.3%에 달했다. 기소중지나 소년·가정보호사건 송치 등 기타 처분도 1351명(43.6%)이었다.
일반 상해 사건과 비교하면 이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대검찰청 범죄분석에 따르면 2024년 일반 상해 피의자 2만 7181명 가운데 57.4%(1만5593명)가 기소됐다. 불기소 비율은 5.4%(1456명)에 그쳤다. 같은 상해 사건이라도 피해자가 직계존속인 경우 기소 비율은 일반 상해보다 크게 낮고 불기소 비율은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존속상해 사건은 가정 내부에서 벌어지는 특성상 일반 폭력 사건보다 처벌 의사가 약하게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A씨 사례처럼 피해자인 부모가 자녀의 처벌을 원치 않거나 수사 과정에서 진술을 번복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일부 사건은 형사처벌 대신 가정보호사건으로 송치돼 가정법원에서 접근금지·치료위탁 등 보호처분을 받는다. 이런 구조가 실제 처벌 수위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2024년 기준 존속상해 검거인원 311명 중 동종재범자는 53명이었다. 부모나 조부모 등 직계존속을 상대로 상해를 저지른 피의자 6명 중 1명꼴로 과거에도 존속폭행·존속상해 등 유사 범죄 전력이 있었던 셈이다.
전문가들은 존속폭행·존속상해가 단순한 일회성 범행이 아니라 장기간 누적된 가정 내 갈등과 폭력 패턴의 결과인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피해자인 부모가 처벌을 원치 않아 사건이 종결되면 가해자는 별다른 교정 없이 같은 환경으로 돌아가 재범이나 더 중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존속범죄 가해자들은 가족에 대한 기본적인 규범 의식이 상당 부분 무너진 경우가 많아 단순한 훈방이나 단기 보호처분만으로 행동을 바꾸기 어렵다”며 “음주 문제나 정신건강 문제, 분노 조절 장애 등 범행의 근본 원인을 치료하는 프로그램과 지속적인 사후 관리 체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존속상해 피해자는 다른 범죄와 달리 가해자와 같은 공간에 묶여 있어 반복 피해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며 “자칫 이는 존속살해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가정폭력 피해 여성을 위한 쉘터와 달리 폭행당하는 부모를 위한 피난처는 사실상 없는 게 현실”이라며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할 수 있는 대책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