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보도 늘었지만 '기후'는 뒤로…"에너지·산업 의제로 재편"

사회

뉴스1,

2026년 6월 11일, 오전 10:33

윤지로 클리프 대표가 10일 서울 숙명여대에서 열린 '기후 커뮤니케이션 포럼'에서 국내 기후·에너지 보도의 매체별 성향 등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 뉴스1 황덕현 기자

기후 보도는 늘고 있지만 언론과 선거 담론(공약)에서 '기후' 자체의 중심성은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후위기 자체가 약해졌다는 뜻은 아니지만 재생에너지나 전력수요, 산업, 지역 개발, 인공지능(AI) 같은 구체 의제로 흡수되며 보도 언어가 바뀌고 있다는 진단이다.

10일 숙명여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기후 커뮤니케이션 포럼에서는 기후위기 시대의 언론 보도와 공론장, 선거 과정의 기후 담론 등이 논의됐다. 이 행사는 한국기후변화학회와 숙명여대 지구환경연구소가 주최했다.

포럼은 기후위기 시대의 보도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과학적 사실을 사회적 실천으로 연결하는 과정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기후 보도가 일상과 경제, 산업, 정책, 미래세대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올바른 방향을 잡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는 취지다.

'기후위기인간'을 쓴 작가 구희(35·본명 구지민)는 특강에서 기후위기를 방, 옷, 플라스틱 물건, 택배, 식생활 같은 일상 언어로 풀어내서 설명했다고 소개했다. 기후위기를 직접 반복해 말하기보다 평범한 인물이 일상에서 느끼는 불편과 모순을 통해 질문을 던지는 방식의 너지(nudge·부드러운 개입)가 필요하다고 봤다.

권오성 건국대 겸임교수(기후솔루션 언론팀장)는 2024년 총선, 2025년 대선, 2026년 지방선거 등 최근 3개 전국선거의 기후 보도 1만 276건을 분석해 기후 담론이 '기후'에서 '에너지·산업·지역'으로 이동했다고 봤다.

선거 보도 대비 기후 기사 비중은 2024년 총선 3.7%, 2025년 대선 4.1%, 2026년 지방선거 4.6%로 늘었다. 그러나 2026년 지방선거 기사 안에서 기후 관련 기사는 3825건으로, AI·데이터센터 관련 기사 1만 1921건의 약 3분의 1 수준이었다.

질적 구성 변화는 더 뚜렷했다. 기후 일반 프레임은 60%에서 38%로 줄었고, 재생에너지 프레임은 25%에서 47%로 늘었다. 의미망 분석에서 '기후'의 가중연결중심성은 2024년 총선 1위에서 2025년 대선 12위, 2026년 지방선거 33위로 내려갔다. 권 교수는 이를 기후 의제의 확장과 구체화로 볼 수도 있지만, 동시에 '기후'라는 중심어가 다른 의제에 흡수되는 탈중심화로도 읽을 수 있다고 했다.

기후대응 비영리 미디어 클리프의 윤지로 대표는 국내 기후·에너지 보도에서 매체 성향에 따라 해법과 전문가 인용 구조가 다르게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같은 기후·에너지 사안이라도 매체가 누구의 해석을 붙이느냐에 따라 결론의 뉘앙스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 인용이 객관적 검증보다 기사 방향을 보강하는 장치로 쓰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미나 숙명여대 교수는 AI를 활용한 기후 주장 추출과 유형화 연구를 발표했다. 최근 1년간 30개 언론사의 기사 8만 3763건을 분석해 최종 5만 4659건의 기후 주장을 분류했다. 기후 영향과 재난이 1만 2647건으로 23.14%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에너지 전환, 산업과 기업 전환, 정치 갈등과 거버넌스, 적응 정책이 뒤를 이었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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