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풀라는 게 아동학대?…드라마 '참교육' 보다 더한 현실

사회

이데일리,

2026년 6월 12일, 오전 09:07

[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을 맡은 최지선(이하 극중 이름) 교사는 수업 중 김우진 학생을 교실 앞으로 불러 문제를 풀게 했다. 이후 최 교사는 매일 같이 김 군 학부모의 민원에 시달렸다. 어머니인 이지영은 “아이 자존감이 떨어지니 앞에 나와 문제를 풀게 하지 말라”고 항의했다. 심지어는 최 교사의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매일 놀러다니시나봐요”, “이럴 시간에 수업 준비나 하시죠”라는 댓글을 달았다. 결국 최 교사는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에 이를 교권침해로 신고하자 이씨는 오히려 담임 교사인 최씨를 아동학대 가해자로 신고했다.

(사진=넷플릭스 '참교육' 캡처)
넷플릭스 공개 3일 만에 국내 시리즈 1위에 오른 ‘참교육’에 나오는 장면이다. 드라마 속의 일화지만 교사들은 현실과 다르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교사들의 교육활동이 정서적 아동학대로 신고 당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서다.

교육계에선 정서적 학대 행위가 되는 기준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이를 위해 발의한 아동복지법 개정안은 2년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교사들은 정서적 아동학대로 신고 당할 수 있다는 불안을 늘 느낀다며 법 개정 논의 재개를 촉구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지난 4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교권침해 현황 파악 및 대책 수립을 위한 긴급 교원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정서적 학대 구체화하는 아동복지법 개정안 2년째 낮잠

11일 교육계와 국회에 따르면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과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각각 2024년 6월, 2024년 7월에 아동복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정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교사의 정당한 학생 생활지도는 아동학대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서적 아동학대 행위를 ‘폭언·욕설·비방 등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행위’로 구체화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백 의원의 개정안은 반복적·지속적인 행위, 일회성이더라도 정도가 심한 행위를 정서적 학대로 규정한다.

두 개정안은 2024년 7월~8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각각 회부됐지만 한 번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논의하지 않았다.

법 개정 논의가 지지부진한 것은 법을 고칠 경우 법률에 규정하지 않은 정서적 아동학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경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은 정 의원과 백 의원의 개정안에 대한 검토보고서에서 “행위의 반복성·지속성 등의 기준만으로는 정서적 아동학대를 포괄하지 못할 수 있다”며 “법률상 규정되지 않은 유형의 정서적 학대 행위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그래픽= 문승용 기자)
◇교사 10명 중 8명 “아동학대 신고 당할까 불안”

교사들은 입법 지연으로 인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이 올해 4월 20일부터 5월 11일까지 전국 교사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 교사 7180명 중 약 81%에 해당하는 5803명이 ‘정당한 교육활동을 하면서도 아동학대 신고를 당하지 않을지 불안을 느낀다’고 답했다.

특히 교사들은 보복성 아동학대 신고 때문에 교권침해를 당해도 교보위 개최 요구 등 적극적인 조치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실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지난 4월 9일부터 14일까지 진행한 조사에서는 응답 교사 3551명 중 72.3%(2566명)가 ‘교권침해를 당해도 교보위 개최를 요구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학생·학부모의 보복성 아동학대 신고와 민원에 대한 우려’가 40.1%(1028명)로 가장 많이 꼽혔다.

교사들의 불안감이 지속되고 있지만 아동복지법 개정에 관한 논의가 재개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법 개정 자체에 대한 우려뿐 아니라 22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을 놓고 여야의 ‘강 대 강’ 대치가 예상돼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새로 꾸려지더라도 아동복지법 개정 논의는 의료기사의 독자적 의료 행위 허용(의료기사법 개정) 등 현안 때문에 우선순위에서 밀릴 공산이 크다.

교원단체들은 국회 원 구성이 끝나는 즉시 아동복지법 개정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장승혁 교총 대변인은 “정당한 교육·생활지도가 정서적 아동학대로 신고 당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아동복지법을 고치지 않으면 공교육 붕괴를 막을 수 없다”고 했다.

현경희 전교조 대변인도 “정서적 아동학대 신고로 인해 교사들의 교육활동이 위축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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