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차 쓰고 뛰어나왔어요"…거리 뒤덮은 '대~한민국!'

사회

이데일리,

2026년 6월 12일, 오후 01:42

[이데일리 석지헌 이영민 염정인 기자] “대~한민국!”

12일 서울 광화문 광장을 찾은 시민들 모습. (사진= 강민혁 수습기자)
12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과 여의도 일대가 붉은 함성으로 뒤덮였다. 2026 북중미 월드컵 한국 대표팀의 조별리그 첫 경기인 체코전이 전반 0대0으로 마무리된 가운데 시민들은 경기 내내 응원가를 부르며 대표팀에 힘을 보탰다.

오전 11시 경기 시작과 함께 광화문광장 메인 스테이지에서는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시민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며 애국가를 따라 불렀다. 체코 국가가 연주될 때는 현장을 찾은 체코인들이 조용히 자국 국가를 따라 불러 눈길을 끌었다.

경기 시작 전부터 열기는 뜨거웠다. 오전 10시53분 전광판에 국가대표 선수들이 등장하자 시민들은 일제히 박수를 보냈다. 김민재와 손흥민의 이름이 소개될 때는 이름을 연호하거나 함성을 지르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선발 명단이 소개되자 광장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리자 시민들은 일제히 “오 필승 코리아”를 외쳤다.

응원 열기는 경기 내내 이어졌다. 한국 선수가 공을 잡을 때마다 “가자!”라는 외침이 터져 나왔고 일부 시민들은 민요 ‘아리랑’을 부르며 응원전을 펼쳤다.

전반 14분께에는 “이강인 선수 응원한다”, 15분께에는 “가자가자 캡틴 손흥민” 구호가 광장을 가득 메웠다. 이강인이 상대 선수와 충돌해 넘어지는 장면에서는 탄성이 쏟아졌고, 전반 39분 손흥민의 슈팅이 골문을 벗어나자 곳곳에서 아쉬운 신음이 흘러나왔다.

반면 경기 중계 화면에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이 비치자 일부 시민들은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1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들이 경기를 보며 응원하고 있다. (사진= 강민혁 수습기자)
◇상인들 함박웃음… “평소보다 더 준비해놨다”

광화문광장 주변은 외국인 관광객들로도 붐볐다. 광장 인근 가판대에서는 붉은악마 유니폼과 스카프를 구매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모습이 잇따라 눈에 띄었다.

지난주 친구들과 함께 관광차 한국을 찾았다는 미국인 에런 송(22)은 “사람들에게 월드컵을 어디서 보면 좋냐고 물었더니 모두 광화문을 추천했다”며 “미국보다 덥지만 큰 문제는 아니다. 볼거리도 많고 경기가 끝나면 친구들과 술 한잔하러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 손녀를 데리고 남편과 함께 광장을 찾은 60대 이영미 씨는 “아이들과 함께 응원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며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남편 한창호 씨는 전날 교보문고에 들렀다가 응원 장소를 미리 확인해뒀다며 “당연히 한국이 이겨야 한다. 무조건 이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종강 직후 친구들과 거리 응원에 나왔다는 김진우(21) 씨는 “역대 최고 선수들이 모인 대표팀인 만큼 1대0 정도로 무난히 이길 것 같다”고 기대했다.

운동을 하러 나왔다가 응원전에 합류했다는 정민우(32) 씨는 “양 측면 돌파가 생각보다 잘 되고 있다”며 “2002년 월드컵 때 초등학생이었는데 그때 기억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거리 응원 열기에 인근 상인들도 분주한 모습이었다.

광화문 인근에서 30~40년째 김치찌개 식당을 운영 중인 봉석연(65) 씨는 “원래 오전 9시에 나오는데 오늘은 오전 6시부터 준비했다”며 “아직 회사원들이 올 시간도 아닌데 벌써 손님들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보다 외국인 손님도 2배 정도는 많은 것 같다”며 “작년에도 물건이 없어 못 팔 정도였는데 오늘도 기대가 크다”고 했다.

광화문광장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한식당을 4년째 운영 중인 김덕근(57) 씨도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 씨는 “평소보다 더 준비해놨다”며 “지금도 손님들이 들어오고 있지만 경기 종료 후인 오후 1시부터 본격적으로 몰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전 관리가 중요한 건 맞지만 통제가 너무 강하면 사람들이 골목상권으로 들어오지 못한다”며 “다음에는 지역 상권도 함께 살릴 수 있는 방식이 고민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12일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 앞에 시민들이 모여 축구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 염정인 기자)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 앞 응원전 역시 열기가 뜨거웠다. 오전 10시15분께 마련된 450여 석이 대부분 찼고 이후 스탠딩 관람객까지 몰리며 700명 이상이 현장을 찾았다.

경찰은 오전 10시50분께 펜스를 도로 방향으로 확장해 응원 공간을 넓혔다. 전광판이 보이지 않는 인근 건물 앞에 돗자리를 펴고 응원 도구를 흔드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기업들이 경기 시작 시간인 오전 11시에 맞춰 점심시간을 조정하면서 정장 차림에 붉은악마 머리띠를 두른 직장인들도 눈에 띄었다.

인근 직장인 김재민(33) 씨는 “반차를 쓰고 온다는 동료들이 꽤 있었다”며 “축구 좋아하는 젊은 직장인들은 거의 다 나온 것 같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적의 에브라힘 씨는 붉은 유니폼을 입고 외국인 동료와 함께 응원전에 참가했다.

한국 생활 2년 차인 그는 “이날을 위해 직접 응원복을 샀다”며 서툰 한국말로 “한국 파이팅! 한국 사랑해!”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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