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욕 나와"→"이거지!"…체코전 '대역전극', 거리가 뒤집혔다

사회

이데일리,

2026년 6월 12일, 오후 01:43

[이데일리 석지헌 이영민 염정인 기자] “이럴 줄 알았어!” “이거지!” “가자!”

12일 서울 광화문 거리응원을 나온 한 시민이 득점골에 환호하고 있다. (사진= 강민혁 수습기자)
12일 정오 무렵 서울 광화문광장과 여의도 일대가 승리의 함성으로 뒤덮였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체코를 2대1로 꺾자 거리 응원에 나선 시민들은 서로를 끌어안고 환호했다. 실점 직후 탄식으로 가라앉았던 응원장은 황인범의 동점골과 오현규의 역전골이 터지며 순식간에 축제의 장으로 바뀌었다.

후반 17분 체코의 선제골이 터졌을 때만 해도 응원장 곳곳에서 깊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여의도에서는 아쉬움의 탄식이 터져 나왔고 일부 시민들은 머리를 감싸 쥐거나 자리에 주저앉았다. 광화문광장도 순간 침묵에 휩싸였다.

하지만 응원은 멈추지 않았다. 실점 직후에도 시민들은 박자를 맞춰 박수를 치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침체됐던 분위기는 후반 25분 황인범의 동점골과 함께 완전히 뒤집혔다.

광화문에서는 “대한민국이여 승리하라” 응원가가 울려 퍼졌고, 여의도에서는 시민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뛰어오르며 환호했다. 점심시간이 끝나 회사로 돌아가려던 직장인들마저 발길을 멈추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승부를 결정지은 순간은 후반 38분이었다. 오현규의 역전골이 터지자 시민들은 서로를 끌어안고 환호했다. 응원단은 “두 번째 골 누구? 오현규!”를 연호했다.

추가시간 6분 동안에는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응원단장이 “2분만 버티면 이길 수 있다”고 외치자 시민들은 “할 수 있다 한국!”을 외치며 화답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광장 전체가 들썩였다. 시민들은 태극기와 응원 수건을 흔들며 “대한민국!”을 연호했고, 여의도에서는 어깨동무를 한 채 “오~ 대한민국”을 부르며 퇴장하는 모습도 곳곳에서 보였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날 광화문 응원전에는 펜스 안 인원만 3500명, 주변 인원까지 포함하면 6000명 이상이 몰렸다.

1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거리 응원전에 참여한 시민들 모습. (사진= 강민혁 수습기자)
승리를 지켜본 시민들 얼굴에는 흥분이 가시지 않았다.

유채현(23) 씨는 “오늘만 기다렸는데 눈물이 날 것 같다”며 “선제골을 내줬을 때는 정말 마음을 졸였는데 역전해서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임현빈(22) 씨는 “한 골을 먼저 먹히고 시작했는데 역전하는 과정이 정말 짜릿했다”며 “전역 후 처음 거리 응원에 나왔는데 분위기가 너무 좋아 재밌게 봤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친구 김세진(21) 씨는 “인스타그램을 보고 광화문에 왔다”며 “골을 내줬을 때는 분위기가 정말 암울했는데 곧바로 따라가면서 주변 사람들과 다 같이 응원한 게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휴가를 내고 응원전에 참가한 이우빈(28) 씨는 “감독의 교체 카드와 선수들의 투지가 맞물려 승리한 것 같다”며 “2차전도 회사는 잠시 잊고 다시 응원하러 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여의도에서 남자친구와 함께 연차를 쓰고 응원에 나선 박지은(29) 씨는 “이런 열기를 느껴본 게 정말 오랜만”이라며 “아침에는 우리만 들뜬 줄 알았는데 지하철역부터 붉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많아 설렜다”고 말했다.

경기 종료 후 시민들은 질서정연하게 광장을 빠져나갔다. 돗자리를 정리하고 빈 페트병과 음식 포장지를 직접 챙긴 채 이동했고, 주최 측과 경찰은 안전을 위해 구역별 순차 퇴장을 유도했다.

광화문과 여의도를 가득 채운 시민들은 경기장을 떠나면서도 “대한민국”을 외쳤다. 24년 전 월드컵의 추억을 기억하는 이들부터 처음 거리 응원을 경험한 젊은 세대까지, 이날만큼은 모두가 하나의 붉은 물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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