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상 감독 작품 '신도시케이'의 한 장면. 아파트에 부딪혀 죽어있는 새를 살펴보니 멸종위기종 '저어새' 였다. (환경재단 제공) © 뉴스1
전 재산을 부은 내 집이 있다. 그런데 그 집이 '생태의 보고'인 갯벌 위에 지어졌고, 앞서 살던 멸종위기 생물 때문에 자산가치를 지키지 못한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한국경쟁 부문에 선정된 고은상 감독 작품 '신도시케이'는 한국 사회에서 낯설지 않은 질문을 영화로 던진다.
영화는 갯벌을 메워 만든 신도시에 사는 생태학자 영은(배우 박가영·37)의 시선을 따라간다. 아파트 입주자대표 철승(배우 정희태·52)이 죽은 새 한 마리를 들고 찾아오고, 영은은 그것이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저어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우연한 사고처럼 보인다. 그러나 영화 안에서 그것은 곧 증거가 된다. 아파트 유리창에 부딪혀 죽은 새, 신고를 꺼리는 주민, 아파트값을 걱정하는 남편, 개발사업을 밀어붙이려는 입주자대표가 한꺼번에 얽힌다. 사체 하나가 신도시의 민낯을 드러내는 것이다.
다만 영은도 원죄(原罪)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는 과거 신도시 개발사업 과정에서 보호종 정보를 누락한 생태 보고서 작성에 관여한 것으로 암시된다.
그럼에도 생태학자인 영은은 절차와 법, 멸종위기종 보호를 말한다. 남편은 집값과 교통, 출퇴근 시간, 지역 발전을 앞세운다. 그는 괴물 같은 악당이라기보다, 손해를 피하려는 보통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 보통의 계산이 죽은 새를 숨기고 갯벌을 지우는 쪽으로 흐를 때,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말한 '악의 평범성'까지 떠올리게 한다.
영화 '신도시케이'에서 아파트 입주자대표가 시청에 '습지 보호구역 지정 반대 민원'을 넣을 것을 주민들에게 요구하는 장면(환경재단 제공) © 뉴스1
그래서 이 영화는 불편한 구석이 있다. 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말에는 쉽게 동의하지만, 그 환경 때문에 내 집값이 흔들릴 수 있다고 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갯벌은 '바다의 허파'로 불리지만, 누군가에게는 개발을 가로막는 땅이고, 누군가에게는 교통망과 리조트와 집값 상승을 막는 장애물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단순히 '개발과 보전 중 고르라'는 이분법적 태도를 취하진 않는다. 자연 보전을 위해 내 재산 손해까지 감수할 수 있느냐는 다층적 질문을 던진다.
사실 조류 충돌 문제도 이미 세계 여러 도시가 겪는 현실이다. 캐나다 토론토는 2007년부터 '조류 친화 개발 지침'을 만들고, 건축물 유리와 조명을 새가 덜 부딪히도록 설계하는 기준을 발전시켜 왔다. 최근에는 시 소유 건물의 유리창과 난간을 보완하는 조치도 추진하고 있다. 새가 유리창을 하늘이나 나무로 착각해 부딪히는 일을 도시계획의 문제로 본 것이다.
미국 시카고에서는 2023년 가을, 전시장 매코믹 플레이스(McCormick Place) 주변에서 하룻밤 사이 1000마리에 가까운 새가 건물 유리에 부딪혀 죽은 사건이 알려졌다. 이후 해당 건물에는 작은 점무늬가 들어간 조류 충돌 방지 필름이 설치됐다. 새를 보호하는 일은 더 이상 숲속의 문제가 아니라, 유리와 조명으로 지어진 도시의 책임이 됐다.
습지와 개발이 충돌하는 사례도 반복된다. 호주 브리즈번 인근 투운다 항만 개발사업은 대규모 주거·상업 복합 개발을 추진했지만, 국제적으로 보호받는 습지와 멸종위기종에 미칠 영향 때문에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보호종인 동부마도요와 바다거북 서식지 훼손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홍콩 마이포와 딥베이 일대도 마찬가지다. 이 지역은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 경로에서 중요한 습지다. 그러나 주변 개발과 이용 압력이 제기될 때마다 갯벌과 물새 서식지 훼손 우려가 따라붙었다.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인간과 자연의 조화 문제는 그 충돌을 누구의 비용으로 볼 것인지 고민하게 한다.
'조류 충돌 없는 신도시에 살고 싶다'는 말은 이상한 요구가 아니다. 자연과 사람이 함께 살 수 있는 도시를 요구하는 말에 가깝다. 오히려 그 요구를 비현실적이라고 치부할 수 없다.
그러나 영화 속 저어새처럼 자연은 말 대신 죽어 있는 몸으로 신도시에 질문을 남긴다. 정말 조류 충돌 없는 신도시에 살 준비가 되어 있는가.
황덕현 경제부 기후환경전문기자©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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