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청사 전경. (사진=이데일리 DB)
금석채석장 등에서 장기간 분진작업에 종사해온 전씨는 2007년 9월 진폐 진단을 받고 2010년 장해등급 13급 16호 판정을 받았다. 이후 전 씨는 2023년 9월 30일 호흡곤란 증상으로 응급실에 입원해 이틀 뒤인 10월 2일 사망했다. 사망진단서상 직접 사인은 상세불명의 폐렴이었다.
A씨는 이듬해 6월 근로복지공단에 진폐유족연금 및 장례비를 청구했으나 공단은 전씨가 진폐와 관련 없이 발생한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고 판단해 부지급 처분을 내렸다. 처분에 불복한 A씨는 지난해 7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전씨의 진폐증 및 합병증과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분진작업에 종사했던 근로자가 사망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기 위한 인과관계는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정도여도 된다”며 “업무상 발병한 질병이 사망의 주된 원인이 아니더라도 업무와 무관한 기존 다른 질병과 복합적으로 작용해 사망한 경우에도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봤다.
공단 측은 호흡곤란 악화와 저산소증 등을 근거로 급성 심근경색이 사망원인이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망인의 임상 경과는 급성 폐렴과 그에 따른 호흡부전으로 설명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공단이 제시한 증상들에 대해 “비특이적인 중증질환의 지표이고 경미한 정도의 흉막 삼출과 심낭 삼출 역시 급성 심근경색에서만 나타나는 특징적인 소견도 아니므로 이를 근거로 급성 심근경색을 사망원인이라 단정할 수 없다”며 “망인의 사망 경과는 급성 폐렴과 호흡부전을 중심으로 설명되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밝혔다.
진폐증과 폐렴의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망인은 진폐증으로 요양을 시작한 이후 장기간에 걸쳐 진폐성 변화와 폐기종, 만성폐쇄성폐질환 등이 서서히 진행하면서 전반적인 폐기능이 점차 악화된 것이 확인된다”며 “이러한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폐렴 발생 확률이 뚜렷하게 높아지고 폐렴 발생 시 급격한 악화와 호흡부전을 유발할 위험성이 크게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의무기록상 진폐증 자체가 사망 직전 급격히 악화됐다거나 사망의 유력한 원인이라고 평가할 객관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감정의의 표현이 있었지만, 법원은 감정의가 동시에 기존의 만성 폐질환이 유지된 상태에서 급성 폐렴이 겹치며 임상 상태가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판단된다는 소견을 함께 밝힌 점을 근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망인의 진폐증 및 합병증이 폐렴의 발생과 그 급격한 악화에 실질적으로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