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과 폐지 후 교수 직권면직…법원 "대학 처분 위법"

사회

이데일리,

2026년 6월 14일, 오전 10:34

[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대학이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을 사전에 알리지 않은 채 자의적으로 학과를 폐지하고 교수를 직권면직한 처분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양재동 서울행정법원 청사 전경. (사진=이데일리 DB)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김영민)는 사립대 교수 A씨와 B씨가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낸 교원소청심사위원회결정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학교법인이 운영하는 대학의 교수였던 A씨와 B씨는 2024년 12월 직권면직 처분을 받았다. 법인이 2020년 학과 구조개편을 단행하며 이들이 소속된 계열의 신입생 모집을 정지했고 이후 해당 학과가 폐과된 데 따른 조치였다. A씨 등은 면직 처분에 불복해 소청심사를 청구했으나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면직 처분의 전제가 된 폐과 결정 자체에 절차적·실체적 하자가 있다고 보았다. 사립학교법 제56조 제1항 단서에 따른 폐과가 성립하려면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이 사전에 마련되어 구성원에게 공지되어야 하지만, 해당 대학은 예측 가능한 명확한 기준 없이 구조개편을 진행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교육부는 2021년 해당 대학에 대한 종합감사를 실시한 뒤 대학구성원들이 예측 가능하도록 사전에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지 않고 구조개편을 진행한 절차가 부적정하다며 기관경고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재판부는 “과거 몇 년간의 어떤 지표에 가중치를 어떻게 부여하냐에 따라 폐과 대상이 달라질 여지가 충분했다”며 “학교법인 측이 위와 같은 지표와 그 반영방식 등을 대학구성원 등에게 알리거나 그에 관한 기준을 사전에 마련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학교법인이 교원의 신분을 보장하기 위한 면직회피 노력을 충분히 기울이지 않았다고 보았다. 학과 폐지로 과원이 발생하면 다른 학과로 배치전환을 하는 등 면직 대상자를 최소화할 실질적인 구제 조치가 요구된다는 취지다.

대학 측은 원고들에게 학과전환 및 임용형태전환 등의 신청 기회를 부여했으므로 고용유지 노력을 다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대학이 과거 규정을 이유로 원고들의 초기 학과전환 신청을 반려한 점을 지적하며 위 기회를 실질적인 구제 조치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에게 부여된 1회의 학과전환 기회는 원고들에 대한 면직일로부터 약 6개월 전에 이루어진 것에 불과하다”며 “과거 학과전환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기회를 원천 차단하는 규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결국 참가인은 사실상 학과전환 기회를 1회 부여한 것에 불과하다”라고 설명했다.

폭넓은 학문 융합을 목표로 하는 자유전공학과가 존재했음에도 원고들의 강의 이력을 반영한 과목 개설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점, 면직 처분 전후로 다른 교원들의 전환배치는 이루어진 점 등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현재 대학법인의 재정 상태가 원고들에 대한 면직을 회피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악화되어 있다고 볼 자료가 없고, 오히려 2025년경경 비전임교원을 대거 채용하기도 했다”며 “배치전환 등에 의한 면직회피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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