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뉴시스)
A씨는 지난 2021년 8월 자신의 차량에서 B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범죄가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 판단은 달랐다. 사건 발생 후 약 2년여 만에 검찰에 제출된 피해자의 바지를 대검찰청이 감정한 결과, 바지 안쪽 사타구니 솔기 부위에서 A씨의 Y염색체 DNA가 검출된 것이다. 재판부는 이 감정 결과를 토대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해 1심을 뒤집고 유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해당 DNA 감정 결과의 과학적 증거로서의 증명력에 의문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바지는 성관계가 있던 날부터 수사기관에 제출되기까지 2년 이상 피해자가 보관해 왔으나 보관 기간 동안 조작·훼손·첨가가 없었는지 여부나 바지가 수사기관에 뒤늦게 제출된 경위 등에 대해 피해자가 수사기관이나 법정에서 진술한 적도 없고 재판과정에서 심리가 이뤄지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DNA 검출 위치와 형태를 둘러싼 의문점도 지적했다. 피고인이 물리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남았어야 할 흔적의 위치가 실제 감정 결과와 부합하지 않는 부분, 오히려 의류 표면에서 제3자의 흔적이 다수 발견되는 등에 대해 더 살펴볼 필요가 취지다.
재판부는 “원심은 감정결과의 증명력을 인정하기 위한 전제사실의 구비 여부에 대해 심리 없이 만연히 이를 취신하고 이를 유죄의 증거로서 추가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며 “원심의 판단에는 자유심증주 의의 한계를 벗어나 과학적 증거방법의 증명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