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가 성추행"…아이 뺏어가더니 허위 고소까지

사회

뉴스1,

2026년 6월 15일, 오전 07:00


챗GPT 활용한 AI 이미지
"아이가 친조부로부터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당했다는 것을 최근 알게 됐습니다."(서재현 씨 아내가 제출한 고소장 내용) 2024년 10월 서재현 씨(가명·당시 43세)는 양육권 소송 중인 아내로부터 고소장을 받았다. 아버지가 재현 씨의 딸 유라(가명·당시 8세)를 성추행했다는 내용이었다. 갑작스러운 별거 후 아내가 아이를 안 보여주려 한 지 10여개월 만의 일이었다.

'아이를 뺏어가려고 이렇게까지 하는구나' 양육권 싸움에서 허위 고소로 아이와의 면접교섭을 방해하고 유리한 입지를 점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하지만, 재현 씨도 이게 내 일이 될 줄은 몰랐다.

뇌경색으로 몸이 불편한 70대 아버지는 억울함에 가슴을 쳤다. 아이의 음부에 손이 닿았던 것은 약 2~3회 유라를 목욕시켜 줬을 때뿐이었다. 이마저도 병약한 며느리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어쩔 수 없이 받은 부탁으로 아이를 씻겨준 것이었다.

재현 씨의 아버지는 경찰 조사에서 "나에 대한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꼭 해달라"고 부탁했다. 경찰은 거짓말탐지기 검사 및 진술 분석 후 재현 씨 아버지가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아내는 경찰 처분에 불복해 이의신청했고, 검찰도 불기소 결정하자 이번엔 항고했다. 고검의 항고 기각, 아내의 재정 신청, 법원의 기각까지, 법정 싸움은 자그마치 1년 4개월이 걸렸다.

결국 재현 씨 아버지의 누명은 벗겨졌다. 수사기관은 재현 씨의 아내 측이 유라의 진술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불기소 이유 통지서에서 "고소인(재현 씨 아내) 등이 피해자에게 사실이 아닌 정보를 주거나 특정한 답변을 유도하는 등으로 아동 기억에 변형을 가져올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된다"며 "피해자는 고소장이 제출될 때까지 약 10개월간 고소인과 외조모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명시했다.

부모를 '나쁜 사람'으로 믿게 하는 부모따돌림…"아빠 따라 서울 가면 엄마 죽어"
한쪽 부모가 다른 부모를 나쁜 사람으로 몰아 자녀가 미워하게끔 심리적으로 조종하는 '부모따돌림'은 따돌림을 당하는 부모뿐만 아니라 아이에게도 고통이다. 어린아이는 한쪽 부모가 일방적으로 하는 주장에 세뇌당하기도 하고, 내가 사랑하던 엄마·아빠가 '나쁜 사람'이었다고 믿게 되면서 고통을 받는다.

그래서 재현 씨는 아내의 허위 고소 과정에서 딸 유라를 가장 걱정했다. 유라가 할아버지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거짓으로 말하기까지 처가로부터 어떤 이야기를 세뇌당하듯 들었을지는 불기소 이유 통지서를 통해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이었다. '1인칭 시점의 진술이라기보다는 제3자의 시점을 통한 진술에 더 가깝다'

애초에 재현 씨가 아이를 빼앗겼을 때도 아내와 장모, 처제는 유라의 죄책감을 자극해 가며 심리적 조종(가스라이팅)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

재현 씨의 아내가 딸 유라를 데리고 별거에 나선 건 2024년 1월이었다. 처음엔 강릉에 있는 동생 집에 다녀오겠다고 하더니, "일주일만 더" "한 달만 더" "6개월만 더" 기간은 계속 늘어났다. 아이도 자신이 데리고 있겠다고 했다. 재현 씨는 당황했지만 아내를 달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 달 후 아내와 유라를 찾아갔을 땐 이미 이혼이 확정된 분위기였다. 아내와 유라를 데리러 온 재현 씨에게 장모는 "법률사무소를 알아보라"고 했다. 유라를 뺏기지 않겠단 장모의 의지는 강했다. 장모는 유라에게 '엄마랑 살지, 아빠랑 살지' 정하라고 했다. "네가 서울 선택하면 다신 강릉에 올 수 없어."

유라는 "조금만 더 있으면 폭발할 것 같다"며 오열했다. 재현 씨는 "유라야, 엄마랑 아빠랑 다 같이 살 수 있어"라며 아이를 달랬다.

하지만 장모는 유라의 죄책감을 건드리며 몰아붙였다. "엄마가 아빠 따라 서울 가면 엄마 죽어" 재현 씨의 아내는 말기 신부전 환자였다. 유라는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아프다는 사실을 알았고, 병원에 누워있는 엄마 모습도 봤다. 외할머니의 말은 유라를 콕콕 찔렀다. '아빠랑 살지, 엄마랑 살지'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다. 유라는 엄마가 있는 강릉에 남겠다고 했다.

아이 안 보여주고 싶을 때 꺼내드는 '허위 고소'…"엄마 집에 가자" 눈치 보는 아이
재현 씨 아버지의 무고함은 밝혀졌지만, 허위 고소가 진행되면서 유라와 함께 보내던 일상은 파괴됐다.

아빠를 잘 따르던 유라는 갈수록 면접교섭 날만 되면 엄마 눈치를 봤다. 유라는 면접교섭날 재현 씨와 보드게임을 하고 재밌게 놀다가도 엄마의 표정을 살폈다. 재현 씨 아내는 유라가 아빠와 함께 즐거워하면 화가 난 듯 굴었다. 유라는 굳은 표정의 엄마를 보고선 얼굴을 쓰다듬고 양팔을 흔들며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러곤 결국 말했다. "엄마, 집에 가자"

그다음 면접교섭부턴 '3초 면접'이 시작됐다. 아내는 재현 씨에게 "유라가 아빠랑 놀기 싫대"라고 전한 후 자리를 떴다. 유라는 아무 말 없이 나갔다. 재현 씨가 "유라야, 유라 마음이야?"라고 물었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아내는 갑자기 "한동안 면접이 어려울 것 같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후 한 달간 아이를 보여주지 않기도 했다.

재현 씨는 양육권 소송과 면접교섭 사전처분 직권명령을 통해 면접교섭권을 인정받았지만 이를 보장받진 못하고 있다.

오히려 지난해엔 아내가 '애 아빠가 아이를 성추행했다'는 취지로 주장하며 면접교섭센터에도 면접을 안 하겠다고 통보한 적도 있다. "애 할아버지에 이어서 저까지…또다시 악랄한 일을 벌이고 있었다는 게 끔찍합니다." 하지만 재현 씨에 대한 고소가 추가적으로 이뤄지진 않았다. '고소하겠다'는 주장이 면접교섭을 안 할 도구로만 쓰인 것이다.

재현 씨는 아빠를 미워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 유라가 잘 버텨줘서, 그것만으로도 고맙다고 했다.

"저는 유라가 완전히 세뇌되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힘들었을 텐데 잘 버텨줘서 고맙고, 아빠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적으로 아이에겐 고통의 시간이 되고 있어서 미안해요. 아이에게 사랑한단 말 밖에 하고 싶은 말이 없습니다."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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