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처벌과 단속을 강화하는 동시에 투약자 치료·재활에도 방점을 찍고 있다. 하지만 현재 마약중독 치료 시스템은 근본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14일 성명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국가의 마약 정책은 처벌을 넘어 치료적 사법체계로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 국립법무병원에서 마약 중독자를 비롯한 정신질환 환자들을 치료·재활한 의사로 현재 제이의원에서 중독 환자 진료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마약 정책의 최전선인 두 현장을 모두 거치며 현행 시스템의 치명적 사각지대를 매일 체감해왔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연히 돈 쓰면서 교도소 가지 말고 일찍 치료받기를 바란다”고 마약 투약자를 향해 이례적인 메시지를 내놨다. 지난해 12월 법무부 업무보고에서도 “마약사범 중 거래 공급자들 말고 투약자에 대한 재활치료는 실제로는 거의 안 되고 있는 것 같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성명제 전 법무부 국립법무병원 중독진료과장이 지난해 9월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열린 중독정신과 개소 기념 심포지엄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DB)
그는 “어떤 환자는 지독한 우울증을 잊기 위해, 어떤 환자는 성인기 과잉행동장애(ADHD)의 충동성 때문에 또 누군가는 심각한 트라우마로 인해 마약에 손을 댄다”며 “원인이 제각각인 이질적인 환자들을 한 교실에 모아놓고 획일적인 교육 영상을 틀어주는 시스템으로는 결코 재발을 막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개별 맞춤 치료를 통한 정밀한 접근만이 유일한 해답”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상담과 교육을 실시하기에 앞서 뇌의 생물학적 준비 상태가 전제돼야 한다고 성 전 과장은 강조했다. 핵심은 일주기 리듬(Circadian Rhythm), 즉 생체시계의 복원이다. 그는 “마약류가 뇌의 도파민 시스템을 강타하면 생체시계가 산산조각나고 밤낮이 뒤바뀌고 극심한 수면 장애와 충동 조절 장애가 발생한다”며 “이처럼 생물학적 리듬이 파괴되고 뇌가 불안정한 상태에서는 아무리 좋은 상담 치료를 제공해도 뇌에 입력되지 않는다. 뇌의 불을 먼저 꺼야 상담이 들린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립법무병원 모델의 민간 확대를 촉구했다. 단순 석방 후 통원 상담을 하는 게 아닌 물리적으로 완벽히 통제된 환경에서 최소 6개월 이상의 구조화된 강제 입원 치료 시스템이 국가 주도로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강제입원 기간은 두 단계로 나눠 설계해야 한다”며 “전반부는 마약에 가려져 있던 우울·불안·조현병 등 ‘공존질환’(Dual Diagnosis)을 우선 파악 후 환자별 뇌 상태에 맞춘 정교한 약물치료로 망가진 일주기 리듬을 되살려야 한다”고 했다. 이어 “뇌가 안정을 찾은 후반부에는 동기강화치료(MET)와 인지행동치료(CBT)를 투입해야 한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성 전 과장은 마지막으로 “통합적 치료를 통해 환자 스스로 ‘치료를 받아야겠다’는 내면의 의지를 끌어내야 한다”며 “지금처럼 회전문을 돌 듯 재범을 반복하는 구조를 끊으려면 국가가 처벌 이전에 치료 시스템부터 제대로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