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개표소 봉쇄 시위가 11일째 이어진 1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참가자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부정선거 재선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6.15 © 뉴스1 오대일 기자
'재투표'를 넘어 '부정선거'가 하나의 구호로 정착한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 현장을 벗어나는 2030 청년이 늘고 있다. 기존 다양한 세대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진 '공론의 장'이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2030 청년들은 11일째 시위 중인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을 속속 이탈하고 있다. 이들은 극우 성향 등 정치적 색채를 배제한 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재투표의 필요성을 논의하고 있다.
극우 스피커 음모론…일주일새 시위 인원 1만 3300여명↓
2030 세대가 잠실 개표소 시위 현장을 벗어나는 데는 부정선거 주장에서 촉발한 '음모론'이 주요 원인이 됐다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사 강사 출신 보수 유튜버 전한길 씨는 지난 12일 개표소 시위 현장에서 유튜브를 통해 "제 생각엔 충격적인 게 체육관에 불을 지를 수 있다"며 "그리고 우리들(시위대)이 가서 불 질렀다고 거짓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동조하는 듯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시위 참여자 2470여 명이 모인 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는 '화재 발생 시 국민 행동요령'이 공유됐고, 소화기를 후원한 시민이 있다는 안내도 이어졌다.
이번 시위 관련 게시글이 활발히 올라오고 있는 스레드에서는 무속 등 미신과 연관 짓는 '인신제사' 등 음모론까지 등장하고 있다.
반면 시위 참여자는 줄어들고 있다. 토요일인 지난 13일 오후 9시쯤 잠실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 2만여 명이 모였다.
앞서 투표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직후 첫 주말이었던 지난 6일 오후 10시 기준 핸드볼경기장 일대에 경찰 비공식 추산 최대 3만 3300여 명이 모였던 것과 비교하면 1만 3300여 명이 줄어든 수치다.
'정치색 금지' 잠실 밖에서 모이는 청년들
전문가들은 음모론에 대한 피로감이 잠실 개표장 일대 시위의 이탈을 촉진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세상이 어지러우니 음모론이 횡행하는 건데 동조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학가 시국선언 등으로 (잠실 개표소 앞의 인원은) 분산되고 있다. 다만 지난주 대학가 기말고사가 끝나면서 시위 인파가 늘어날 가능성은 있다"고 내다봤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무리한 주장에 대해선 합리적인 2030 세대가 상식에 기초해 판단하고 평가해 나갈 것이라고 본다"며 "순수한 재선거만 얘기했는데 부정 선거, 수개표, 당일 대표 등 얘기를 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느끼는 것일 수 있다"고 했다.
청년들은 잠실을 벗어난 곳에서 '부정선거론'과 거리를 둔 채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규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8일 서울대 재학생·졸업자 등 174명은 투표지 부족 사태에 대한 시국선언과 별개로 '내란 옹호 극우 단체 트루스포럼의 시국선언 반대한다'는 제목의 연명과 대자보를 냈다.
이들은 트루스포럼의 시위에 대해 "학생들의 정당한 분노에 교활하게 편승해 부정선거 음모론을 정당화하고 대학가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좌·우파 색채 언어 금지'와 '특정인 비하, 혐오 구호 금지' 등을 '필수 규칙'으로 내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도 등장했다. 이날 낮 12시 기준 300여 명이 모인 이 카톡방에서는 선관위에 대한 비판과 관련해 어디까지 합당한 주장으로 생각되는지에 대한 논의와 특정 주장에 대해 사실 검증이 된 내용인지에 대한 토론 등이 진행됐다.
1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학생회관 앞에서 열린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관련 연세인 시국선언에서 학생들이 선거관리위원회 규탄 피케팅을 하고 있다. 2026.6.10 © 뉴스1 박정호 기자
전문가들은 건전한 담론 형성을 위해서는 음모론과는 거리를 둔 공론장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신 교수는 "음모론은 증오가 키웠다. 그런데 지금은 증오가 아니고 엉망이 된 대한민국을 어떻게 다시 정비하는가 하는 데 집중을 해야 한다"며 잠실 이외 공간에서 결집하는 집회 등을 통해 청년들이 모일 수 있다고 했다.
또 "이념과 거리를 두고 문제 핵심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선관위 문제와 선거 관리에서의 문제점을 정확히 지적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도 "공론의 장이 계속 유지되지 않더라도 정치권에 문제 제기가 충분하게 됐다면 그것을 지켜보고 이후 또 의사를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kite@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