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7일 경북 문경시 마원리 중부내륙고속도로 마원2교 인근에서 발생한 5중 추돌사고 현장. 양천소방서 구조대 소속 김승우 소방장(오른쪽·검은색 상의)이 교량 아래 비탈면으로 추락한 운전자 김모(50대)씨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양천소방서 제공)
"운전자가 어디 있느냐고 물어봤더니 같이 있었는데 안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교량 구간이라 아래를 봤는데 사람이 있었습니다."
지난 5월 27일 오전 8시 10분께 경북 문경시 문경읍 마원리 중부내륙고속도로 마원2교 인근. 창원 방향으로 달리던 카니발 차량이 앞서가던 차량을 들이받은 뒤 뒤따르던 차들이 연이어 충돌하면서 5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차량 5대가 파손됐고 운전자 등 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고 수습 과정에서는 카니발 운전자 김 모(50대) 씨가 교량 아래 비탈면으로 추락했다.
당시 현장을 지나던 서울 양천소방서 구조대 소속 김승우 소방장(41)은 소방 경력 13년, 구조대 경력 8년의 국제구조대원으로 국제구조대 훈련 참석을 위해 서울소방학교 구조교수인 이상일 소방위와 함께 대구 영남대로 이동 중이었다.
사고를 목격한 두 사람은 즉시 차량을 세우고 구조 활동에 나섰다.
김 소방장은 "교통사고 현장 대응 절차에 따라 차량을 사고 지점 후방에 대각선으로 세워 2차 사고를 방지한 뒤 구조 대상자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현장에는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한 상태였다. 일부는 도로 위에 쓰러져 있었고 일부는 차량 안에 남아 있었다. 비까지 내리고 있어 저체온증 우려도 컸다.
김 소방장은 "왼쪽 무릎 부상을 입은 환자가 있었는데 장비 없이 무리하게 이동시키면 2차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방화복을 덮어 체온이 떨어지지 않도록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부상자들은 경추 손상이 의심됐지만 스스로 걸을 수 있는 상태였다. 다만 부상자들의 상태를 확인하던 중 카니발 차량 동승자로부터 "운전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김 소방장은 "고속도로 사고 현장에서는 사람이 도로 옆으로 튕겨 나가는 경우는 있지만 사고 지점이 교량 구간이라 아래를 확인하게 됐다"고 말했다.
교량 아래를 살핀 그는 약 20~25m 아래 비탈면에서 추락한 김 씨를 발견했다. 다행히 교량 아래 콘크리트 구조물이 아닌 흙바닥 쪽에 떨어진 상태였다.
그는 "다리 바깥을 보는 순간 사람이 보였다"며 "바로 아래가 아니라 비탈면을 따라 내려가야 하는 위치였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김 소방장은 즉시 경북119 상황실에 추락자 발생 사실을 알리고 비탈면 아래로 내려갔다.
발견 당시 김 씨는 눈을 뜨고 있었지만, 의식은 없는 상태였다. 김 소방장은 "말을 걸어도 반응이 없었고 통증 자극에도 반응이 없었다"며 "추락 사고인 만큼 경추나 척추 손상 가능성을 우선 염두에 두고 상태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구급대가 도착하기 전까지 비를 맞고 있어 체온이 떨어지지 않도록 보호 조치를 하며 환자 상태를 계속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현장에 도착한 구조대는 척추 손상 가능성이 있는 환자를 구조 장비에 고정한 뒤 구조 작업을 진행했다. 김 소방장은 환자 상태를 구조대에 인계한 뒤 현장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소방 경력 13년의 김 소방장에게도 교량 아래 추락한 환자를 발견해 대응한 경험은 처음이었다.
그는 "일반인은 운전자가 없다는 사실을 그냥 지나칠 수도 있지만 구조대원은 현장에 도착하면 자연스럽게 인원부터 확인하게 된다"며 "운전자가 보이지 않아 주변을 살피다가 추락자를 발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동승자의 말 덕분에 더 빨리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며 "사고 현장에서는 작은 정보 하나도 구조에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김 소방장은 사고 이후 방어운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 원인은 정확히 모르지만 CCTV를 보니 맨 앞 차량이 갑자기 정차한 것으로 보였다"며 "앞 차량이 어떤 이유로 멈췄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안전거리 확보와 방어운전"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고가 꼭 과속 때문에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항상 앞 상황을 예측하며 운전하는 습관이 자신뿐 아니라 다른 운전자들의 안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당부했다.
hjm@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