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혼 후 부모와 못 만난 아이들 몇 명?…국가도 모른다

사회

뉴스1,

2026년 6월 16일, 오전 07:00

챗GPT 활용한 AI 이미지

이혼 후 양육부모가 비양육부모의 면접교섭을 방해할 경우 취할 수 있는 법적 조치인 '면접교섭 이행명령'과 관련해 정부와 사법부가 관리하는 통계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육비 이행명령과 달리 면접교섭은 이행명령을 위반해도 감치되지 않아, 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부모들이 많다. 국가의 무관심 속에서 한쪽 부모와 아이가 못 만나고 단절되는 '부모따돌림'이 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법원과 성평등가족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법원과 성평등가족부는 면접교섭 이행명령 건수 및 불이행 시 과태료 부과 건수 등 현황을 통계자료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

면접교섭권은 이혼 후에도 비양육부모가 자녀를 만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권리다. 하지만 아이와 비양육부모가 가깝게 지내는 게 싫다는 등의 이유로 면접교섭을 방해하는 양육부모들이 많다.

이럴 경우 비양육부모가 아이를 보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법적 조치가 '면접교섭 이행명령'이다. 상대방이 정당한 이유 없이 면접교섭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비양육부모는 그 의무를 이행하라고 이행명령을 법원에 신청할 수 있다.

만약 양육부모가 가정법원의 이행명령을 받고도 면접교섭을 허용하지 않으면 법원은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양육비 이행명령 등과는 달리 면접교섭은 이행명령을 위반해도 감치할 순 없다. 양육자를 감치하면 양육의 공백이 발생해 자녀의 복리를 해친다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면접교섭권을 침해당하고 있는 비양육부모들은 면접교섭 이행명령이란 법적 대응이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이행명령을 신청해도 과태료 처분이 나오는 경우도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과태료 내고 아이를 안 보여주겠다'는 양육부모도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 비양육부모 10명 중 9명이 아이를 정기적으로 만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성평등가족부가 발표한 한부모가족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비양육부모와 자녀가 '정기적으로 만난다'고 답한 비율은 11.8%에 그쳤다. '자녀와 비양육부모의 교류 정도'를 측정한 이 수치가 사실상 면접교섭과 관련한 우리나라의 현실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유일한 통계다.

이혼 전문 지안나 변호사는 "양육부모가 '아이가 거부하는데 내가 어떻게 면접교섭 이행을 해주냐'하면 과태료 부과도 힘들다"며 "법원이 과태료를 부과하더라도 '안내면 그만'이라는 사람들도 많아 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하지만 성평등가족부와 법원 등은 면접교섭 이행명령 신청 건수, 실제로 이행명령이 이뤄진 건수, 이행명령 불이행 건수, 이에 따른 과태료 부과 건수 등 통계를 관리하지 않고 있다.

즉 우리나라에서 면접교섭권이라는 비양육부모의 권리가 잘 보장되고 있는지, 보장되지 않은 경우 적합한 제재가 이뤄졌는지를 추정할 수 있는 최소한의 통계조차 없단 뜻이다.

성평등가족부는 면접교섭 문제를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하면서도, 실제로 면접교섭이 이뤄지지 않는 문제와 관련해선 통계는 없다고 설명했다. 성평등가족부 관계자는 "비양육 부모와 자녀의 교류 정도에 대한 통계는 있지만, 면접 교섭과 관련한 실태 조사 등은 없다"며 "다만 양육비이행관리원이 면접교섭 초기 상담·안내를, '만나, 봄 센터'가 직접적인 면접교섭 상담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면접교섭권 보장과 관련한 논의가 국가적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선 양육비만 주로 논의 테이블에서 다루고 있는데, 양육비 이행만큼 면접교섭도 논의를 해야 한다"며 "비양육부모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건 아이에게 권리 침해"라고 설명했다.

면접교섭 불이행에 대한 국가의 감시·견제가 부재한 상태에서, 한쪽 부모와의 만남이 막힌 아이가 학대당하고 죽임을 당하는 일도 발생한다. 2023년 인천에서 의붓어머니와 친부가 12세 이시우 군을 학대하며 친모와의 접촉을 단절시키다 숨지게 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친모는 이혼 후 시우 군과 면접교섭을 요구했지만 단 2회를 제외하곤 아이를 만날 수 없었고, 이로인해 아이가 숨질 때까지 학대를 눈치챌 기회가 없었다.

아동학대의 경우 내밀한 가정 내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가까운 주변인의 주의가 필요한데, 면접교섭이 이행되지 않으면 부모조차 내 아이의 상태가 어떤지조차 확인하지 못한다. 지난 2022년 파주시에서는 친부의 방해로 친모와 면접교섭을 하지 못한 미성년자 자녀들이 8년만에 친모를 만나서 친부에 의한 강제추행, 아동학대 사실을 밝히는 사건도 발생했다.

송미강 부모따돌림방지협회 대표는 "면접교섭 이행명령 불이행 시 과태료 처분이 내려지는 건 명령을 두세번 어겨서 누적된 경우이고, 액수도 그렇게 많지 않다"며 "면접교섭 이행명령 불이행이 누적될 경우 벌금 등 돈으로 제재를 하는 방법, 한쪽 부모를 따돌려 면접교섭을 방해한 정황이 포착되면 법적 제재를 하는 방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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