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칼' 들고 나간 펜싱 국대…체육단체 진입 또 '무산' (종합)

사회

이데일리,

2026년 6월 16일, 오후 04:50

[이데일리 김현재 기자]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서 시작된 ‘잠실 개표소 시위’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개표소로 사용된 서울 송파구 잠실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의 입구는 12일째 열리지 않고 있다. 결국 해당 건물의 사무실의 사용하는 체육단체 관계자들의 업무는 여전히 마비 상태다. 심지어 펜싱 국가대표 선수들은 장비를 급하게 빌려 출국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강경 대응 지시와 함께 경찰은 불법행위에 대해 엄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정치 문제로 비화하면서 물리력을 사용하는 데에 고심을 하는 모양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현장에 나와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불태웠고, 정부 주요 관계자들은 엄정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개표소 봉쇄 시위가 이어진 16일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경찰이 시위대에게 입주단체 등 출입 관련 경고를 고지한 뒤 돌아가고 있다. (사진= 뉴시스)
◇체육단체 진입 시도, 합의 마쳤지만 끝내 무산

16일 오전 경찰과 대한체육회 산하 9개 종목 단체 협회 직원들은 핸드볼경기장 내부 진입을 시도했다. 시위대에 의해 경기장 출입구가 모두 봉쇄된지 12일째다. 진입 시도 소식이 들려오자 경기장 2-1 게이트 앞에는 순식간에 60~70명의 시위대가 몰려들어 이들의 출입을 가로막았다.

경찰이 이를 중재하면서 시위대가 동행하는 조건으로 협회 직원들의 출입이 이뤄지는 듯 했으나 다른 참가자들이 “네가 뭔데 나서냐”, “이렇게 다 들여보내면 투표함 증거보전이 안 된다”고 반발했고 결국 진입은 무산됐다.

이에 대해 서울 송파경찰서 관계자는 시위대를 향해 “체육회 관계자가 들어가는 걸 방해하거나 밀거나 하면 업무방해 범죄에 해당한다. 수사 대상이 될 수 있으니 (체육단체 관계자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협조를 부탁한다”고 경고 방송을 했지만 시위대의 봉쇄는 계속됐다.

이후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야당 의원들이 현장을 찾아 중재에 나섰고, 결국 방송 카메라와 야당 의원이 동행하는 조건으로 진입을 합의했다. 하지만 이 합의는 마지막까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시위 참여자 1명에 의해 무산됐다. 한 여성이 출입을 승락할 수 없다는 취지로 문을 막아섰고, 이를 설득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체육단체 직원들은 업무에 필요한 물품을 확보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경찰이 시위대를 강제해산하지 않는 이상 진입은 힘들 것 같다”고 토로했다.

봉쇄가 이어지면서 체육단체의 피해는 커지고 있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대표 지원, 국제대회 준비, 종목단체 운영 등 핵심 업무가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며 “정부와 경찰은 체육단체의 피해를 엄중히 인식하고 조속한 사태 해결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실제 여러 종목의 국가대표의 일정과 각종 국내외 업무가 마비된 상태로 확인됐다. 피해액은 6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 이번 시위대의 봉쇄로 펜싱 국가대표 선수단은 이날 펜싱 칼 등 개인장비를 급하게 빌려 출국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개표소 봉쇄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을 찾아 발언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정치권으로 넘어간 갈등…“명백한 불법” vs “끝까지 싸울 것”

경찰은 이 같은 봉쇄 행위가 업무방해에 해당하는 범법 행위임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강제퇴거 등 물리력을 사용하는 것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정치적 문제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탓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시위대의 민간인 출입 제한 행패 등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에 대해 행위자는 물론 공모자에 대해 엄중 수사하라고 경찰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도 “시위 현장에서의 불법행위에 가담하면 패가망신 할 수 있다”며 경고했다. 경찰과 체육단체가 이날 진입을 시도한 것도 이 같은 의중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날 현장을 찾은 장동혁 대표는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서울경찰청장이 ‘패가망신’을 운운하며 시민과 청년들을 겁박하고 있다”며 “강제진압 시도에 대해 시민들과 끝까지 싸워 막아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국민의힘 소속 나경원·이철규·주진우 의원 등은 서울경찰청을 찾아 “국민을 상대로 어떻게 패가망신을 한다고 하느냐”며 항의하기도 했다.

정부 역시 연일 강경 태세다. 김민석 국무총리를 필두로 주요 인사들이 일제히 봉쇄 행위에 대해 엄정한 처분을 예고했다. 김 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본부회의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 이런 상황을 빌미로 일부 참석자들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결코 정당화될 수가 없다”며 “(시위대가) 출입 권한을 가진 분들을 사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어떤 경우라도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심각한 불법 행위”라고 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도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정당한 권한을 가진 관계자의 출입을 사적으로 통제하거나 정당한 업무 수행을 방해하는 행위, 그리고 경찰관을 근거 없이 모욕하는 행위는 참정권 침해를 빌미로 타인의 권리를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행위로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했고,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SNS에 “최근 올림픽공원에서 일부 인원들이 벌이고 있는 업무방해 행위는 명백한 불법행위이고 현행범으로 처벌의 대상”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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