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창업주 김범석 쿠팡아이엔씨(Inc) 이사회 의장을 총수(동일인)로 지정한 공정거래위원회 처분의 집행정지 여부를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쿠팡은 처분이 유지되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한다고 주장했고, 공정위는 집행정지가 받아들여지면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 집단) 제도 집행 과정에 혼란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권순형)는 16일 오후 쿠팡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동일인 변경 지정 처분 등 취소' 관련 집행정지 신청 심문기일을 열었다.
쿠팡 측 대리인은 "처분 효력이 정지되지 않으면 2개 계열사가 동시에 고발당할 위험에 노출되고 미공개 정보가 공개된다"며 "시장 신뢰가 훼손된다면 본안에서 승소해도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쿠팡은 미국 상장회사로, 증권거래위원회(SEC) 규정을 따라야 하는데, (자연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돼) 공시가 요구되면 SEC 범위를 넘어선 정보가 공개되고, 투자자에게 알려진 정보는 회복할 수 없으며, (미국에서) 투자자 집단소송의 가능성도 현실화할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공정위는 외국계 기업집단의특수성을 고려해자연인이 아니라 국내 최상단 법인을 동일인으로지정했다"면서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한) 공정위의 판단이 변하지 않았고 5년 판단을 뒤집을 만한 실질 판단 기준이 없다"고 강조했다.
쿠팡은 처분 당시 김 의장의 동생인 김유석 부사장이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쿠팡 측 대리인은 "김유석은 지난해 출국했고 (공시대상기업집단 발표일인) 5월 1일 기준 국내 계열사 경영에 참여할 여지가 없었다"고 전했다.
반면 공정위는 집행정지 신청이 기각 또는 각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정위 측 대리인은 "올해 현장점검을 했을 때 이전과 다른 사정이 확인됐다"며 "동일인 변경 사유가 확인돼 김범석을 동일인으로 지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원고가 비공개 정보 공개에 따른 손해를 주장하지만 공시에 따른 정보공개는 손해라고 볼 수 없으며, 미국에서의 집단소송은 아주 막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측 대리인은 "대기업 집단 제도는 자연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것이 원칙이고, 동일인 지정에 대한 폭넓은 재량권이 (공정위에) 부여되며 하자가 없는 한 판단이 존중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처분 효력이 정지되면 공시대상기업집단 동일인 지정 부분에서 공백이 발생해 법 집행 과정에서 치명적인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며 "사익 편취 규제, 시장 감시 기능 등이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공정위 측은 김 부사장이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반박했다. 공정위 측 대리인은 "김유석은 화상 회의를 총 894회 주재했고 사업 집행을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는 지위였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지난 4월 29일 '2026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을 발표하면서 쿠팡의 동일인을 법인에서 '자연인'으로 변경했다. 쿠팡이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된 2021년 이후 5년 만에 동일인이 법인에서 자연인으로 변경된 것이다.
동일인 지정에 따라 김 의장은 올해부터 본인과 배우자, 4촌 이내 친척과 3촌 이내 인척의 국내외 계열사 주식 소유 현황을 매년 공정위에 보고하고, 외부에 공시해야 한다. 이 같은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형사 고발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에 쿠팡은 김 의장을 동일인 지정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해당 처분의 효력을 멈춰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을 함께 냈다.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될 경우 김 의장에 대한 동일인 지정 효력은 본안 판결 전까지 정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