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일한 에이치 에너지 대표가 지난 16일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 뉴스1 황덕현 기자
2024년엔 400억원 규모 프리 기업공개(IPO)를 완료했고, 지난해엔 500억 원을 유치했다. 2018년 에너지 스타트업으로 발을 뗀 뒤 10년도 안 돼 이룬 성과다. 수학자에서 컴퓨터 공학자로 변신한 데 이어 기후위기 시대에 이재명 정부 주력 사업인 태양광의 전력 판매 모델의 미래를 지역(경북)과 해외(일본)에서 검증했다. 재생에너지 플랫폼 기업 '에이치에너지'를 이끄는 함일한 대표 이야기다.
에이치에너지는 최근 일본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활용한 재생에너지 전력 판매 모델을 실증했다. 한국보다 전력 소매시장이 먼저 열린 일본에서 재생에너지와 ESS, 전력 거래를 묶은 사업 모델을 검증하려는 시도다.
함 대표는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에서 뉴스1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일본 사업의 진행 모델은 전기 판매 사업자로 진출하려는 것"이라며 "도매가격이 쌀 때 전기를 저장했다가 비쌀 때 공급하거나 판매하는 개념을 오래 준비해 왔다"고 말했다.
소규모 태양광 연결해 관리…ESS까지 더해 재생E 시장 강화
에이치에너지는 태양광 발전과 에너지 관리 분야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해 온 기업이다. 최근에는 전국에 분산된 소규모 발전 자원을 데이터 기반으로 연결하고, 이를 ESS와 전력 거래로 연계하는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반 태양광 기술로 장애대응 시간을 기존 평균 10.58일에서 4.18시간으로 단축했다.
함 대표가 일본을 해외 첫 실증 무대로 택한 이유는 전력시장 구조다. 일본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 원전 사고 이후 전력 시스템 개혁을 추진했다. 2016년부터 전력 소매시장이 전면 자유화되면서 생협, 유통사, 통신사, 플랫폼 기업도 전기를 결합상품처럼 판매할 수 있는 구조가 열렸다.
함 대표는 "일본 시장은 전력 판매까지 완전히 개방돼 있다"며 "생협에서 물건을 사듯 전기를 사고, 유통사나 통신사도 자기 고객을 바탕으로 전기를 결합해 팔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 개방은 기회와 위험을 함께 만들었다. 전력 도매가격이 크게 흔들리면 판매사업자는 싸게 산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함 대표는 이 지점에서 ESS의 사업성이 생긴다고 봤다. 전기가 남아 가격이 낮을 때 저장하고, 가격이 오를 때 공급하거나 시장에 파는 방식이다.
그는 "일본 전력 시장은 판매는 자율화돼 있지만 기존 전기 출신 사업자가 많아 가격 예측·운영 계산 능력이 약하다고 봤다"며 "ESS는 전기 유통의 개념이다. 넘칠 때 저장했다가 비쌀 때 빼서 공급하거나 팔 수 있다"고 에이치에너지의 강점을 자랑했다.
이번 실증은 단발성 기술 검증보다 시장 진입 단계에 가깝다. 에이치에너지는 우선 전력시장에서 전기를 사 ESS로 가격 변동성을 관리하는 구조를 시험하고 있다. 이후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방향으로 사업 모델을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부족한 전기는 시장에서 조달하고, 남는 전기는 저장하거나 판매하는 방식이다.
"日 전력 소매시장 열리듯 재생E 늘면 ESS 활용 불가피"
함 대표는 일본을 한국보다 2~3년 앞선 시장으로 봤다. 그는 "한국은 시장이 안 열려 있지만 일본에서는 ESS로 다양한 비즈니스가 가능해 투자가 더 유용하다"며 "태양광이 많아지고 선로 제약이 커지면 ESS는 갈 수밖에 없는 길"이라고 했다.
다만 에이치에너지의 사업모델이 국내에서 전국적으로 빠르게 확산하기에는 현실적인 제약도 적지 않다. 가장 큰 한계는 제도다. 한국은 전력 판매가 사실상 한국전력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민간사업자가 소비자에게 전기를 직접 판매하거나 다양한 요금제를 설계하기 어렵다.
사업 구조 자체의 확장성에도 과제가 있다. 전국에 분산된 소규모 발전 자원을 연결하는 방식은 지역별 일사량 차이, 계통 연결 가능 여부, 주민 수용성, 인허가 절차 등 다양한 변수의 영향을 받는다. 개별 발전소 규모가 작고 입지가 흩어져 있어 운영 효율을 높이는 것도 쉽지 않다.
ESS 역시 초기 투자비 부담이 크다. 최근 배터리 가격이 낮아지고 있지만 설치 비용과 유지관리 비용, 화재 안전 기준 등을 고려하면 사업성이 확보되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편차가 크다. 특히 송전망 여유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태양광 발전량이 충분해도 계통 접속이 제한될 수 있어 ESS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구조적 문제가 남는다.
전력 거래 수익 역시 시장 가격 변동성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일본처럼 가격 신호가 비교적 자유롭게 형성되는 시장에서는 ESS를 활용한 차익 거래가 가능하지만, 국내에서는 전력 가격 구조가 상대적으로 고정적이어서 수익 모델이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기술보다 시장 구조가 사업 확장의 속도를 결정짓는 셈이다.
그가 보는 전력시장의 미래는 발전소 중심의 기존 전력산업과 다르다. 전기는 더 이상 생산해 송전망으로 보내는 에너지에만 머물지 않고, 소비자가 요금제와 공급 방식을 고르는 상품에 가까워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함 대표는 "전기 거래가 향후 인터넷 서비스처럼 사용한 만큼 비용을 내는 시장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상거래와 금융 시장의 영역"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구조가 당장 급격히 바뀌지는 않더라도 재생에너지 확대 흐름 속에서 변화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봤다.
그는 미래 전력시장의 모습이 "한전이 사라지는 방식으로 시장이 가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봤다. 다만 "한전 요금제가 있는 상태에서 다른 선택지가 생기면 비교 선택권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전이 커버하지 못하는 시장 수요 중 하나는 기업의 재생에너지 수요"라며 "기업은 필요한 만큼 재생에너지 전기를 사고, 모자라거나 남는 전기를 처리할 수 있는 구조를 원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기후부도 ESS 포함 가상발전소 정책 과제로…"인프라 아닌 시장으로 봐야" 제언
전문가들도 시장 구조가 에너지 IT 산업의 성장 속도를 좌우한다고 본다. 최동구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지난 23일 우리나라의 에너지 IT 기술은 충분히 성장할 역량을 갖췄으며, 전력시장이 보다 유연해져야 활성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전력도매시장 개편과 소매시장 일부 개방이 이뤄지면 가상발전소(VPP) 같은 기술이 성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VPP는 소규모 태양광, ESS, 전기차 충전기 같은 분산 자원을 정보기술로 묶어 하나의 발전소처럼 운영하는 기술이다.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지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늘수록 발전량 예측, 저장, 거래, 정산 기술의 중요성이 커진다.
기후에너지환경부도 재생에너지 확대와 VPP 육성을 정책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정부는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보급 목표를 내걸고, 제주에서 시범 운영 중인 재생에너지 입찰제도를 전국으로 확대할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는 이에 앞서 준중앙급전제도가 시행 중이다.
함 대표는 한국 재생에너지 기업이 성장하려면 대규모 발전소와 송전망 확충만 바라보는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작은 지붕과 소규모 부지, 지역 단위의 분산 자원을 촘촘히 연결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재생에너지가 주류가 되려면 작은 자원들을 모아 태산을 만들어야 한다"며 "엔지니어링과 인허가의 복잡성을 기술로 줄이면 지역 단위 참여자들이 함께 움직이는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에 대해서는 방향성 자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정부 주도 인프라 확충만으로는 새 시장을 만들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함 대표는 "부처를 만들었다는 것은 정부가 무엇을 중심으로 보겠다는 선언으로 읽힌다"면서도 "재생에너지 시장은 인프라가 아니라 새 시장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ace@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