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교부금 개편, 속도전으로 밀어붙일 일 아니다[박남기의 미래 나침반]

사회

뉴스1,

2026년 6월 17일, 오전 06:31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

정부의 교육예산 감축 시도
정부 안팎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논의가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정부는 아직 구체적 방식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하지만 최근 흐름을 보면 교육예산을 줄이려는 방향이 본격 검토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지우기 어렵다. 경제지와 일부 연구를 중심으로 "학생 수가 줄어드니 교육예산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반복되고, 교부금 산정 방식을 바꾸거나 지방교부세와 통합해 지자체에 일괄 배분하자는 방안까지 거론된다. 표현은 다르지만 결론은 비슷하다. 교육에 쓰일 돈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학생이 줄면 예산도 줄어야 한다는 말은 간단하고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교육은 그렇게 단순한 계산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학교 예산은 학생 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인건비, 학교 운영비, 안전관리비처럼 쉽게 줄일 수 없는 지출 비중이 크다. 시도교육청 본예산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58.87%에서 2026년 61.45%로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에는 인건비 비중이 2026년 70.66%에 달한다. 이 비용은 임금과 물가가 오르면 함께 늘어난다. 실제로 교육청 예산에서 인건비 비중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학생 수 대비 예산 총액만 보고 교육예산을 줄여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교육예산의 특성에 비춰볼 때 위험하다.

일반의 인식과 달리 교육예산이 정부예산 속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2020년 15.1%였던 비중이 2026년에는 14.6%로 낮아졌다. 정부 전체 예산은 커졌지만 교육예산의 몫은 그만큼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도 교육이 재정을 과도하게 가져간다는 식의 여론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이는 사실과 거리가 멀다.

텅 빈 학교 교실. (뉴스1DB) © 뉴스1 박지혜 기자

예상되는 문제
정부가 검토하는 방식 가운데 하나는 내국세 연동 대신 경상성장률(실질성장률+물가상승률)에 맞춰 교육교부금을 조정하는 방안이다. 겉으로는 예산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교육계의 입장에서 보면 이는 '안정적 확보'가 아니라 '안정적 부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당장 교실 안에는 해결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 기초학력 지원, 특수교육 확대, 유보통합, 인공지능(AI) 시대에 맞는 교육투자, 학생 맞춤형 교육, 교사의 교육활동 보호, 수업 방해 학생 지원 체계 구축 등 어느 것 하나 저절로 해결되지 않는다. 모두 사람과 예산이 필요한 과제들이다. 특수교육 하나만 보더라도 대상자가 17% 이상인 핀란드와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는 2%도 되지 않아 많은 특수교육 대상 학생이 일반 교실에 방치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부 교육지표가 선진국 수준에 가까워졌으니 이제 투자를 줄여도 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선진국의 교육 현실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다르다. 많은 나라가 교육격차 심화, 공교육의 질 저하, 미래 역량 투자 부족으로 고심하고 있다. 필요한 예산을 제때 확보하지 못해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다. 자원보다 사람에 의지해 성장해 온 우리나라가 그런 길을 따라가겠다고 한다면, 그것은 절약이 아니라 미래를 훼손하는 선택이 될 수 있다.

나아갈 방향
물론 교육재정 운용에 반성할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부 교육청이 입학준비금이나 각종 수당, 지원금 같은 현금성 사업을 경쟁적으로 편성해 온 것도 사실이다. 교육의 본질과 직접 관련이 적은 사업이 반복되면 국민의 신뢰를 잃고, 결국 전체 교육예산 축소의 빌미가 된다. 그렇다고 해서 해법이 교육예산 총량 삭감이어서는 안 된다. 낭비와 선심성 지출은 바로잡되, 아이들의 배움과 학교의 미래를 위한 재원은 더 정교하게 지켜야 한다.

필요한 것은 삭감이 아니라 개혁의 방향 전환이다. 먼저, 교육청 예산 편성과 심의 과정부터 손봐야 한다. 보여주기식 사업은 과감히 줄이고, 학교 현장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예산이 우선 배정되도록 구조를 바꿔야 한다. 학교가 필요를 제시하고, 교육지원청과 시도교육청이 이를 토대로 예산을 새롭게 짜는 '영기준 예산 제도'(Zero-based budgeting)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중앙정부나 유관 기관의 파견 인사, 지역사회 각계 추천 인사, 지역 교육계 인사 등으로 구성된 '(가칭)교육예산편성·심의위원회'를 만들고, 이 위원회가 교육청 예산 편성 과정부터 관여해 제대로 거른 후에 지방의회에 상정하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또한 교육청 예산에 대한 심의·의결권을 갖고 있는 지방의회가 선심성 사업비를 걸러내지 못한 이유를 밝혀 필요한 제도 개선책도 마련해야 한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지난 8일 서울 마포구 SVC 서울에서 열린 '지출구조조정 열린 토론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예산처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 개편은 단순한 회계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교육을 비용으로 볼 것인가, 미래에 대한 투자로 볼 것인가를 묻는 문제다. 오늘 교육예산을 줄이면 당장은 복지예산 등이 늘어 좋아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 대가는 몇 년 뒤 기초학력 저하, 교육격차 확대, 돌봄과 안전의 공백, 교실의 혼란, 미래 인재 양성 실패, 사교육비 급증이라는 형태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교육예산 삭감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천천히 나라의 체력을 약하게 만드는 일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전이 아니라 제대로 된 공론화다. 정부가 미리 방향을 정해 놓고 제도를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국가교육위원회 차원의 심도 있는 연구와 사회적 토론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교육계뿐 아니라 학부모, 시민,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해 무엇을 줄이고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공개적으로 따져야 한다. 교육은 특정 부처의 재정 논리만으로 재단할 수 없는 국가적 과제이기 때문이다.

복지예산이 현재인을 투자라면, 교육예산은 국가의 미래를 위한 투자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교육예산을 손쉽게 줄이는 재정 기술이 아니라 아이들의 미래를 끝까지 지켜낼 사회적 의지다. 교육예산을 지키는 일은 교사나 교육청만의 이해를 대변하는 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 전체의 내일을 지키는 일임을 명심하기를 바란다.

☞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는…미국 피츠버그대에서 교육정책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국가인재경영연구원 교육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다. 광주교대 총장, 한국교육행정학회장, 대한교육법학회장, 한국교원교육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최고의 교수법, 리더십 등을 주제로 1000회 이상의 강연을 통해 세상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는 '실력의 배신'(2018), '생성 AI 시대 최고의 교수법'(2024) 등 20여 권이 있고, 100여 편의 논문과 1000편 이상의 각종 칼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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