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종로구 종로5가 거리에 '탈모 처방' 안내가 붙어있는 모습.(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2026.06.17/뉴스1 © News1 유채연 기자
보건복지부의 하반기 주요 추진 과제 중 하나인 '탈모약 건강보험 급여화'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모양새다. 특히 복지부는 청년기본법상 청년 연령에 해당하는 20~34세를 보험 우선 적용 대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적용 대상인 탈모 환자들 사이에서도 '건강보험 적용이 더 시급한 질환들을 우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반면 청년층의 탈모는 취업·대인관계 등 삶의 질과 직결되는 현실적인 문제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17일 오후 뉴스1이 찾은 서울 종로구 종로5가 일대. 병원과 약국이 밀집한 이곳은 이른바 '탈모의 성지'라 불린다. 그만큼 탈모 환자들이 몰리기 때문이다. 이날도 처방전을 든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져 대로변에 늘어선 약국은 쉴 틈이 없었다. 이곳 약국의 한 달 복용 기준 탈모약값은 약 2만~5만 원이었다. 다만 처방 약인지, 바르는 약인지, 먹는 약인지 등에 따라 가격은 달라졌다.
20대 김 모 씨는 이날 종로5가의 한 병원에서 첫 진료 후 16만 원어치 약을 처방받았다. 김 씨는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에 "당사자들에겐 좋긴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저는 생명에 지장 없으니 건강보험은 (탈모 환자보다) 중증 질환 환자에게 우선적으로 적용될 필요가 있지 않을까"라며 다소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30대부터 탈모 증상이 시작됐다는 이 모 씨(58·남)는 "젊을 때 많이 빠지면 힘들긴 해서 취지는 이해는 간다"면서도 "문제는 돈이다. 건보가 그렇게 튼튼하지 않다. 정부가 탈모인을 걱정한다면 차라리 탈모 연구 같은 다양한 활동을 지원해 주는 게 좋다"고 했다.
탈모약 처방전을 들고 약국으로 향하던 한 30대 여성도 "굳이 적용할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며 "비용 부담이 크지는 않다"고 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도 전날 성명을 통해 "한정된 건강보험 재원은 '살릴 수 있는 생명을 살리는 곳'에 우선 투입돼야 한다"며 "신약이 개발돼도 건강보험 급여 등재가 지연돼 수많은 중증 희귀난치질환 환자와 말기 암 환자들이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달하는 약값을 감당하지 못해 치료를 포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는 '탈모보다는 초고가 항암제, 듀센근이영양증(DMD), 가다실(자궁경부암 등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유발 질환 예방 백신), 비만약 적용을 우선 검토해달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반면 탈모 환자들이 모인 커뮤니티 '대다모'가 지난해 12월 일주일간 82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탈모약도 보험 적용돼야 한다'는 찬성 의견이 8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 응답률은 16%에 그쳤다.
한 이용자는 "탈모는 단순한 미용 문제가 아니라 삶의 질과 정신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며 "취업·대인관계 등에서 불이익을 체감하는 경우도 많아 탈모는 개인에게 '생존의 문제'로 느껴질 수 있다"고 했다.
탈모치료제의 보험급여 적용은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 2022년 제시한 공약이다. 당시에도 '모(毛)퓰리즘' 논란이 불거졌다. 건보 재정이 한정된 상황에서 탈모약이 중증 암과 희귀질환 치료제를 제치고 보험이 적용되는 게 맞냐는 것이었다.
일각에서는 청년층을 우선 검토 대상으로 설정한 정책의 방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종로5가의 한 병원 관계자 A 씨는 "정부가 생각하기엔 경제적으로 약하신 분들이 청년층이지 않나 (생각해) 청년층에게 적용하는데 막상 청년층에서 생존의 위협을 느낀다고 생각하는 케이스는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 30대분들은 탈모 진행도가 그렇게 심하지 않다"며 "오히려 크게 스트레스받고 정말 힘든 분들은 40, 50대에 분포돼 있다"며 "약 처방을 위해 병원을 찾는 탈모 환자의 30% 정도가 2030세대에 해당하고 70%는 40대 이상"이라고 덧붙였다.
kite@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