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째 결론 안난 헌법소원…법원, 헌재에 사상 첫 의견서 요청

사회

이데일리,

2026년 6월 17일, 오후 05:04

[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헌법재판소가 마땅히 해야 할 재판을 지연시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는지 여부에 대해 법원이 사법심사에 착수했다. 법원이 헌재의 재판 지연 사유를 공식적으로 들여다보는 건 처음이다.

서초동 서울법원청사 전경. (사진=뉴시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제50형사부(형사수석부장 전보성)는 지난 12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사건 심리 진행 경과와 지연 사유 등을 설명해 달라는 의견요청서를 발송했다.

재판부는 대한민국 헌법 제107조 제2항에 명시된 ‘명령·규칙 또는 처분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대법원은 이를 최종적으로 심사할 권한을 가진다’는 조항을 근거로 들었다.

대법원 판례상 해당 조항의 ‘처분’에는 재판과 같은 사법적 처분도 포함되는 만큼, 헌재의 부작위 처분 역시 법원의 사법심사 대상이 된다는 취지다.

법원이 문제삼은 사건은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제13조 제1항 등의 위헌 여부를 다투는 헌법소원이다. 2020년 10월 피고인이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기소되면서 시작됐고 1심 법원은 2022년 5월 피고인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이후 피고인은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이 기각되자 같은 해 6월 헌법소원을 제기했으나 해당 사건은 현재까지 헌법재판소에 계류돼 있다. 항소심 역시 헌법소원 결과가 사건 판단의 전제가 된다고 보고 4년여 간 심리를 사실상 대기해 왔다.

법원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사건 접수 직후인 2022년 7월 사건을 심판에 회부하고 이듬달 검토를 개시한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이후 별다른 심리가 이뤄지지 않다가 사건 접수 4년여 만인 올해 4월 22일 통일부 장관에 대한 사실조회가 처음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장기간 불안정한 지위에 놓여 헌법상 기본권이 침해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헌재에 보낸 의견 요청서에는 △심사 진행 단계 및 지연 사유 △주심 재판관과 보고연구관 사이의 보고서·의견서 교환 등 심리 경과 △관계기관 의견 조회 여부 △동일 쟁점으로 법원에서 대기 중인 사건 현황을 파악하고 있는지 등의 질의가 포함됐다.

또 의견요청서가 헌재에 송달된 날(17일)을 기준으로 한 달 이내에 답변서를 제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재판부는 “대법원의 경우 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20일로 정해져 있어서 그 기간이 지난 후 당사 자가 절차상 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며 “반면 헌법소원 절차에서는 서면 제출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헌재가 법률상·사실상 쟁점을 검토하거나 의문이 있는 경우 당사자에게 그에 관한 의견 제출을 촉구하는 등 당사자의 절차 참여권을 보장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헌재가 그러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장기간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면 헌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며 “모든 국가권력이 헌법의 구속을 받듯 헌재도 헌법의 구속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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