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탈북어민 강제북송' 정의용·서훈에 2심서 징역 5년 구형

사회

뉴스1,

2026년 6월 17일, 오후 05:57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왼쪽부터),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2025.2.19 © 뉴스1 박세연 기자

검찰이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으로 기소된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 고위 인사들의 2심에서 1심 구형량과 같은 징역형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17일 서울고법 형사15-3부(고법판사 성언주 원익선 이희준) 심리로 열린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 결심 공판에서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해 1심 구형량과 같은 징역 5년을 구형했다.

함께 기소된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에게는 징역 4년,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에게도 1심 구형량과 같은 징역 3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1심은 강제 북송의 위법성을 언급하면서도 탈북 어민들의 범죄 흉악성을 고려해 징역형 선고유예로 판결했다"며 "그러나 흉악범 여부는 사법부가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탈북 어민의 재판 받을 권리를 침해한 점을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증명되지 않은 범죄 혐의를 두고 유리한 양형 사유로 판단한 것을 적절하지 않다"며 "밀실에서 불과 이틀 만에 강제 북송 방침을 정하고 5일 만에 송환한 피고인들에게는 선처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정 전 실장 측은 "국가 위기관리의 특성을 고려할 때 피고인들의 결정 과정이 형사 책임을 물을 정도로 위법인지 의문이 든다"며 "안보를 결정하는 책임자들은 나포자들이 대한민국에서 처벌이 매우 곤란할 거라 생각해 부득이하게 (북송)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전 실장은 최후 진술에서 "흉악범들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한 것은 우리 국민의 생명을 책임지는 안보실장으로서 할 수 있었던 불가피한 결정"이라며 "정책적 결정을 사법 절차로 재단하는 것은 앞으로 정부의 국가 위기 대응 능력을 크게 위축시키고, 정권 교체 시 외교·안보를 사법 절차화하는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서 전 원장은"두 흉악범은 우발적으로 한, 두 사람을 죽인 보통의 살인자가 아니다"라며 "이들은 고도로 훈련된 우리 국정원 수사관들조차 위협을 느낄 정도로 위험한 인물들이었다"고 했다.

재판부는 오는 9월 16일 오후 이들에 대한 2심 선고기일을 연다.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은 문재인 정부가 2019년 11월 탈북자 합동 조사에서 귀순 의사를 밝힌 북한 어민 2명을 불법·강제적으로 다시 북한으로 보냈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당시 동해상에서 탈북어민 2명을 나포한 지 이틀 만인 2019년 11월 4일 노 전 실장 주재로 청와대 대책 회의를 열어 진행 중이던 합동 조사를 종료하고 이들의 북송을 결정했다.

이들 어민이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를 저질러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탈북 어민들은 11월 7일 판문점을 통해 북한 당국에 넘겨졌다.

검찰은 북한 주민이 대한민국 국민의 지위를 가지고 있으므로 정부가 탈북 어민들의 의사에 반해 강제 북송을 결정한 것은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정 전 실장 등은 이때 탈북 어민들을 북한으로 강제 송환하게 해 관계 공무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탈북 어민들이 대한민국 법령과 적법절차에 따라 대한민국에 체류해 재판받을 권리 등을 행사하지 못하게 방해한 혐의도 적용됐다.

서 전 원장은 직권남용으로 인한 국가정보원법 위반과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서 전 원장이 중앙합동정보조사팀 조사 결과 보고서에서 탈북 어민들의 귀순 요청 사실을 삭제하고 조사가 종결된 것처럼 기재하는 등 허위 보고서를 작성하게 한 후 통일부에 배포한 것으로 파악했다.

1심은 북한 주민들의 뜻에 반해 강제로 북한으로 송환해 신체의 자유와 거주이전의 자유, 법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행사를 방해한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우리나라의 제도가 분단 이래로 북한과의 대결 구도를 바탕으로 대부분 구축돼 왔다는 점을 봤을 때 이런 사안에 적용할 법률 지침이 전혀 마련되지 않았다. (제도 개선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 일을 담당한 사람만을 처벌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의문이 있다"면서 선고유예형을 내렸다.

shush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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