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소원 반격? '헌재 재판 지연' 법원이 심사…신경전 재점화

사회

뉴스1,

2026년 6월 17일, 오후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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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헌법재판소의 헌법소원 사건 심리 지연으로 인해 기본권을 침해했는지 들여다본다.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이에 대한 의견서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조 일각에서는 '재판소원'을 둘러싼 양 기관의 신경전이 다시 격화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판 지연은 부작위 처분"…법원, 한 달 이내 의견서 제출 요청
서울중앙지법 형사50부(수석부장판사 전보성)는 지난 12일 헌재에 헌법재판 지연 사유에 관한 의견요청서를 발송했다.

2020년 10월 A 씨는 북한에서 구입한 서적 18점과 영상자료(CD) 14점 등 총 146점의 물품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반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A 씨는 이 물품들을 들여오면서 통일부 장관의 허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A 씨에 대해 벌금 300만 원에 약식기소해 법원은 동일한 벌금액으로 약식명령을 내렸으나, A 씨는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2022년 6월 1심은 A 씨에 대해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하고 압수 물품에 대한 몰수를 명령했다. 아울러 A 씨의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기각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A 씨는 항소장을 제출한 뒤 헌재에 남북교류협력법 제13조 제1항 등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항소심 재판부는 헌법소원의 결과가 해당 형사 사건 결론의 전제가 된다고 보고 대기했으나, 헌재는 이를 4년째 심리 중이다.

재판부는 헌법 제107조 제2항을 들어 헌재의 재판 지연이 부작위(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하지 않은 것) 처분이라며, 이로 인한 기본권 침해 여부에 대한 심사를 개시했다.

헌법 제107조 제2항은 명령·규칙 또는 처분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 대법원은 이를 최종적으로 심사할 권한을 가진다고 규정한다.

재판부는 헌재의 부작위 처분도 이 조항의 '처분'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에 재판부는 A 씨에 대한 헌법상 기본권이 침해되고 있다고 판단해 헌재에 심사 진행 경과와 지연 사유 등에 관한 의견을 요청했다.

재판부가 헌재에 발송한 의견요청서에는 △심사 진행 단계 및 지연 사유 △주심 재판관과 보고연구관 사이의 보고서, 의견서 등 교환 심리 경과 △관계기관 의견 조회 여부 △동일 쟁점으로 법원에서 대기 중인 사건 현황을 파악하고 있는지 등 질의가 담겼다.

재판부는 헌재에 송달 후 한 달 이내에 의견서를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의견서는 헌재에 이날 송달됐다.

서울중앙지법은 "모든 국가 권력이 헌법의 구속을 받듯 헌재도 헌법의 구속을 받야 한다"며 "헌재의 심리 지연으로 인해 피고인은 4년간 불확정한 지위에 놓였고,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 헌법상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헌법소원 절차에서는 서면 제출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헌재가 법률상, 사실상 쟁점을 검토하거나 의문이 있는 경우 당사자에게 그에 관한 의견 제출을 촉구하는 등 당사자의 절차 참여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그러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장기간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면 헌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헌재 관계자는 "해당 헌법소원 사건은 충분히 계속 심리 중"이라고 밝혔다.

'재판소원' 이후 양 기관 갈등 양상 이어지나…"형사재판서 판단 어렵다" 의견도
법조계에서는 올해 도입된 재판소원 제도를 두고 벌인 법원과 헌재의 신경전이 재점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헌재의 심리를 법원이 판단 대상으로 삼은 적은 이전까지 없던 것 같다"며 "헌재가 법원의 판결을 판단하게 됐으니 법원도 헌재를 판단할 수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헌법연구관 출신의 노희범 변호사는 "헌재에서 한정위헌 결정했을 때 법원에서 강력하게 비판한 적은 있었지만, 마치 헌재가 재판 지연을 한 것이 굉장히 위법한 것처럼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며 "헌재의 결정은 누구도 심판할 수 없다"고 밝혔다.

헌재에 신속한 결론을 독촉하는 효과가 있을 거라는 의견도 있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대법원에서도 심리 중인 사건에 대해 어떻게 진행 중인지 나의사건검색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알 수 있지만, 헌재의 경우 아무런 정보를 얻을 수도 없다"며 "헌재의 결정을 기다리느라 결론을 못 내리는 사건이 많은데, 이를 전체적으로 독촉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형사재판에서는 피고인에 대한 유무죄를 비롯해 양형도 중요한데, 사건 관련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냈으니 재판부에서는 헌재 결정을 보고 결론을 내야 추후 재판 절차 및 당사자의 주장을 다 들어주게 된 것으로 평가받을 수 있지 않겠나 싶다"고 설명했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헌재의 결론이 나오기까지 오래 걸리는 것도 심각한 문제인데, 구제 수단이 없던 것은 사실"이라며 "사법적인 구제 수단이 생겨야 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고 했다.

다만 헌재의 재판 지연을 헌법 제107조 제2항의 '처분'으로 볼 수 있는지, 재판의 전제가 될 수 있는지 등에 대해선 분분한 의견이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무엇을 사법심사 대상으로 볼지 의문"이라며 "법원에서 재판의 전제가 되는 명령, 규칙의 효력이 없다고 판단할 수 있으나 형사소송에서 그 효력 여부를 판단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헌재 재판 지연을 이유로 한 국가배상 사건으로 가거나 행정 소송으로 간다면 재판의 전제가 되니까 국가배상의 요건을 갖췄는지는 별개로 하더라도 제기된 사건의 결론의 전제가 되니 판단할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이 사건은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sh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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