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름"...여교사에 '체액 테러' 남고생, 초교 교실에 왜 들어갔냐 물으니

사회

이데일리,

2026년 6월 18일, 오전 07:08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한 고등학생으로부터 체액·소변 테러를 당한 초등학교 교사가 추가 범행 가능성을 우려했다.

사진=제주교사노조
지난 16일 제주교사노동조합은 서귀포시 모 초등학교 20대 A 여교사의 ‘초등학교 교실 연쇄 침입 정액·소변 테러 사건 제보’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4월 28일 한 고등학교 남학생이 초등학교 교실에 무단 침입해 A 교사 개인 텀블러에 체액을 넣어두고 사라졌다.

범행을 인지한 A 교사는 정신의학과 전문의 상담을 받으며 ‘재발률이 매우 높은 위험한 범죄’라는 이야기를 듣고 서귀포경찰서에 서면으로 수사 촉구서를 제출하고 철저한 수사를 요청했다.

이 사건으로 교육청과 학교 측에서 교실 복도에 CCTV를 설치했는데, 한 달여가 지난 6월 5일 같은 학생이 또다시 A 교사 담임 교실에 침입해 교사용 의자에 소변을 보고 달아났다.

경찰은 1차 사건 후 병가를 낸 A 교사에게 2차 사건을 알렸고, CCTV에 포착된 범인의 인상착의와 범행 동선 등을 통해 피의자를 특정해 검거했다.

A 교사는 “(가해자가) 인근에 거주하는 고등학생이라고 했을 때 처음에 믿을 수 없었고, 저는 (학교) 인근 사람을 아예 알지 못한다”며 “제가 졸업시킨 사람도 없고, 그럼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라는 거잖나. (경찰에 그 학생이 교실에) ‘왜 들어갔대요?’ 했더니 ‘(가해자가) 간식이 있어서 들어갔다고 해요’(라고) 하는데 너무 소름 돋는 게, 저희 반은 외부에서 간식이 보이지 않는다”고 JTBC ‘사건반장’을 통해 말했다.

이어 “교사용 사물함을 열어야 안에서 깊숙이 확인할 수 있는 게 간식이다. 그래서 ‘다 뒤져봤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거다”라고 덧붙였다.

창문으로 학교에 침입한 학생은 경찰 조사에서 모든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A 교사를 알지 못하고 성적인 의도는 없었다”며 “화장실을 찾으려다가 교실에 간식이 있어서 들어갔을 뿐”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 교사는 가해 학생이 자신을 타깃으로 정하고 계획한 범행일 수 있다는 생각에 심각한 불안 증세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불법 촬영 등 추가 범행에 대한 두려움에 가해 학생의 휴대전화와 컴퓨터 등 디지털 기기에 대한 포렌식 수사를 요청한 상태다.

제주교사노조는 A 교사가 심각한 위협으로 학교에 출근할 수 없게 됐으며, 2차 범행으로 학생들은 교실을 옮겨 수업하는 등 심각한 학습권 침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이번 사건에 대해 전담팀을 꾸려 교사 대상 추가 범죄 여부에 대해 신속히 수사하고 법에 따라 엄중히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경찰은 현재 가해 학생에 대해 건조물 침입 및 재물손괴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상태로 조사하고 있다.

이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제주특별자치도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번 사건에 대해 많은 교원과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것이 해당 학생의 혐의가 건조물 침입 및 재물손괴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라며 “뒤틀린 성적 욕망의 충족을 위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물건을 타인의 주거, 직장, 학교, 그 밖에 장소에 두어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도 성폭력처벌법에 의거 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했다.

그동안 이와 유사한 ‘체액 테러’ 행위에 대해 상대방에게 성적 불쾌감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성범죄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지만, 입법 미비 탓에 상대적으로 경미한 형을 받는 재물손괴 혐의만 적용됐다. ‘직접적 신체 접촉’이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2020년 한 대학교에서 여학생 신발에 ‘체액 테러’를 한 남학생이 붙잡히고, 2021년 여성 동료의 텀블러에 수차례 자신의 체액을 넣은 40대 공무원이 덜미를 잡혔지만 모두 재물손괴 혐의로 각각 벌금 50만 원과 300만 원 선고에 그쳤다.

2023년 9월 경남 사천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남학생이 여교사의 텀블러에 몰래 체액을 넣었는데, 이때도 재물손괴 혐의만 적용돼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 교사는 “텀블러 값 3만5000원, 내 상처가 딱 그 정도밖에 안 되는 기분”이라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지난 2024년 7월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여직원이 마시던 커피에 체액을 탄 20대 남성은 재물손괴죄와 강제추행죄로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은 피해자가 강제추행 혐의를 적용해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한 점, 피해자가 혐오감을 느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이례적으로 강제추행죄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노조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강력 범죄에 무방비 상태로 어린 학생들을 노출하는 현재의 개방형 학교구조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출입통제·CCTV·보안인력 등 학교 안전망을 전면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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