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현재 기자 권아인 수습기자]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시작된 잠실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봉쇄 시위가 2주째 이어지고 있다. 시위 현장은 흉기 자해·폭행·업무방해 등 갖가지 불법행위의 온상이 됐다.
여기에 핸드볼경기장에 사무실을 둔 체육단체들의 업무가 마비돼 60억원이 넘는 금전적 피해가 발생했고, 오는 주말 열리는 페스티벌은 급히 공연장소를 변경했다. 전문가들은 시위대의 자정 노력을 기대할 수 없어 공권력이 개입하는 한편, 정치권이 직접 나서 시위대를 설득해야한다고 강조했다.
1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일대에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개표소 봉쇄 시위 참가자들이 적은 손피켓들이 붙어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지난 5일 개표소를 빠져나오던 JTBC 취재진은 시위대에게 폭행을 당했다. 8일에는 대회 준비를 위해 경기장 안에서 물품을 꺼내 오려던 핸드볼 여자 주니어 대표팀 선수들이 몸수색과 소지품 검사를 강요받기도 했다.
경기장에 입주한 대한체육회 산하 대한핸드볼협회, 대한펜싱협회 등 9개 단체는 아직까지 사무실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 단체들은 세금 납부와 소속 코치·선수들의 수당 지급도 못하는 상황으로 약 60억원의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한다. 이 피해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질 전망이다.
이들은 17일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의 중재 끝에 경기장 진입에 합의했으나 시위자 1명의 반대로 발길을 돌려야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며 개표소 봉쇄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1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설치된 개표소 문 앞을 시민들이 지키고 있다.(사진=뉴시스)
시위 장기화에 따른 피해가 확산하고 있지만, 경찰은 강제 해산 등의 조치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대신 시위 현장의 질서 유지와 참가자들 간 충돌 방지에 주력하고, 시위대의 개별적인 불법행위에 대해서만 엄정하게 수사하겠다는 방침이다. 명확한 주최자나 대표자가 없기에 이를 집회·시위로 규정할 수 없어 강제 해산도 어려운 탓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현 시위 상황에 대해 “시민들이 공원 안에 모여있는 상태”로 규정하며 “시설물을 강제로 점거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개표소 내 투표함 이송을 위해 선거관리위원회가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어렵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개표가 완료된 투표함의 보관 장소에 대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선거관리위원회는 경찰에 ‘투표지 이송 경비 긴급 협조 요청’을 해 잠실7동 제2투표소 안의 투표함을 반출하고 개표를 마친 바 있다.
서울시 선관위 관계자는 “이번 개표소 봉쇄 시위의 경우 경찰에 협조 요청을 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186조는 ‘구·시·군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지·투표함·투표록·개표록·선거록 기타 선거에 관한 모든 서류를 그 당선인의 임기중 각각 보관해야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보관 장소는 따로 지정하지 않는 탓에 섣불리 나설 수 없다는 것이 서울시 선관위의 입장이다.
18일 오전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시위가 14일째 열리고 있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경찰이 이동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는 정치권에서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정치권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진실을 국정조사를 통해 파악하고, 이걸 시위대에게 설득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여야가 합의해서 제도를 통해 문제를 풀어낼 수밖에 없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