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에서 초등학생·중학생 대상 수학·영어 보습학원을 운영하는 강소형(가명) 원장은 18일 교육감들의 기초학력 강화 공약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보습학원은 부족한 학업을 보충하거나 다음 학기 내용을 미리 예습시켜 주는 학원이다.
올해 전국의 교육감 선거에서 당선된 모든 교육감 당선인들이 학생 기초학력 강화 정책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학원들이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공교육에서 학생 기초학력 지원 정책이 강화되고 실제 효과를 발휘한다면 중하위권 학생들의 사교육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에서다.
반면 입시 사교육 수요는 꺾이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진보 교육감 당선인들이 제시한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과 보수 교육감 당선인들의 과학고·국제고 신설 공약이 각각 대입·고입 사교육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사진=뉴시스)
◇기초학력 높이면 보습 사교육 불필요
지역의 보습학원들과 사교육업체들 사이에선 당장 혼란스러운 모습은 없지만 교육청 동향에 촉각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기초학력 강화 정책으로 중하위권 학생들의 보습 사교육 수요가 줄어들 수 있어서다. 동네마다 있는 중소 규모의 보습학원뿐 아니라 전국에 지점을 둔 프랜차이즈 학원 ‘종로엠스쿨’, ‘엠베스트SE’, 비상교육이 운영하는 학원 ‘비상아이비츠’ 등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기초학력 강화 정책이 효과가 있다면 중하위권 학생들의 사교육 수요는 감소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학원과 학습지 사업을 하는 사교육업계 관계자는 “중하위권의 사교육 수요 감소에 대응해 새로운 수준별 맞춤형 교육을 발굴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입시 사교육 수요는 늘어날 여지가 상당하다. 교육감 당선인들이 고입·대입 사교육을 부추길 수 있는 공약을 제시하면서다.
(그래픽= 김일환 기자)
자사고·외고·국제고 등이 일반고로 바뀌면 상위권 학생들의 사교육 수요는 늘어날 수 있다. 일반고에서는 상위권 학생들이 수준에 맞는 심화학습을 받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상위권 학생일수록 사교육비 지출이 높은 편이다. 지난해 고교생 중 성적 상위 10% 이내인 학생들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66만 1000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11~30% 59만 3000원 △31~60% 53만 1000원 △61~80% 43만 4000원 △81~100% 32만 6000원 순으로 나타났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명예교수는 “자사고나 외고, 국제고가 사라져 일반고에 다녀야 하는 경우 상위권 학생들은 사교육 시장에서 심화학습을 받으려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달 12일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열린 민주진보교육감후보 교육대전환 공동공약 발표 기자회견에서 예비후보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보수 성향 교육감 당선인들은 국제고·과학고 신설을 공약했다. 임종식 경북교육감은 포항 국제고 설립을, 권순기 경남교육감 당선인은 양산 과학고 신설을 공약으로 각각 내걸었다. 오 대전교육감 당선인은 과거에 대전에서 추진하다가 중단됐던 국제중·고 통합캠퍼스 신설 계획을 다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공약은 고입 사교육 수요를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 외고·국제고 진학을 희망하는 초등학생·중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65만 1000원으로 집계됐다. 과학고·영재학교 진학을 희망하는 경우에는 월평균 62만 5000원이 사교육비로 쓰였다. 일반고 진학을 준비하는 초등생·중학생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40만 6000원이었다.
고교평준화 공약과 과학고·국제고 신설 공약이 현실화할 경우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상위권 학생 대상 학원들이다. 의대생을 다수 배출해 이름을 알린 ‘시대인재’를 비롯해 ‘두각학원’, 초4~고1 대상 수학학원 ‘생각하는 황소’ 등이 해당된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국제고나 과학고 신설은 특히 고입 사교육을 부추길 수 있다”며 “내신과 면접 준비를 함께 해야 하는데 혼자서는 대비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성기선 가톨릭대 교직과 교수는 “국제고·과학고 신설 등 수월성 교육을 강화하는 정책은 추진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